"어린이는 미래를 살 사람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사람입니다. 어린이를 대할 때는 진지하게, 부드러움과 존경을 담아야 합니다. 그들이 성장해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건 간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모든 어린이의 내면에 있는 '미지의 사람'은 우리의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언젠가는', '지금이 아닌', '내일'의 사람이 아닙니다."
 
어린이에 대해 이렇게 쓴 야누슈 코르착은 폴란드의 교육자이자 아동문학가였으며, 아이들을 위한 고아원을 운영한 사람이다. 어린이권리조약의 아버지로, 어린이의 인권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스에게 붙잡혀 트레블링카 수용소 가스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망했다.
 
내가 처음 코르착을 만난 건 청소년 인권 교육 연수를 받을 때였다. 처음 접했을 때는 무심히 지나쳤다. 다시 코르착을 만난 건 한참 후의 일이다. 지난해에 김해시청소년참여위원과 운영위원 연합워크숍을 준비하면서 교육 자료를 찾다가, 잊었던 코르착의 이름을 발견하고 <아이들>이란 책을 구입했다. 워크숍 때는 청소년들에게 많은 것을 주고 싶어 나름 준비를 했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청소년참여기구 워크숍이 끝나고 책을 다시 펼쳐 읽었다. 어느 순간 내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고, 빠진 조각이 채워지면서 후회가 밀려왔다.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것을 주겠다는 뜻에서 내가 보았던 것은 청소년들의 눈이 아니라 모니터였다. 왜 그랬을까? 각종 자료와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는 등 보여주기에만 급급했기 때문이었다. 청소년들을 보지 않고, 그간 계속 해왔던 일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타성에 젖어 있었던 탓이었다. 내일이 아닌 오늘을 살고 있고, 한 존재로 인정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나는 교육자와 피교육자, 지도사와 청소년의 관계로만 생각했던가 보다.
 
뼈 아픈 경험을 한 후 이 책을 여러 권 주문해서 동료들, 자녀가 있는 친구들에게 선물했다. 나누고 싶었다. 짧고 가장 기본적이지만 강렬했던 한마디 한마디를.
 
코르착은 아이들을 대하는 두 가지 감정을 사랑과 존경이라고 말한다. 지금 모습에 대한 사랑과 앞으로의 모습에 대한 존경. 아이들은 대접받은 만큼 행동한다. 과거에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시집 장가를 가고 어른 대접을 받았다.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잣대만 좀 걷어내도 아이들은 편할 것이다.
 
일례로 중학생이 갓 된 아이들이 가장 많은 혼란을 느낀다. 아이들은 '이제 중학생이니까 알아서 해'와 '넌 아직 어리니까 몰라도 돼'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이런 건 모를 거야',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야' 구분 짓기 전에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고 믿어주며 지켜봐 주면 어떨까? 어른들이 먼저 그렇게 손 내밀어주면 어떨까?
 
코르착의 <아이들>은 아이들에 대한 내용을 넘어 어른들이 꼭 알아야 할 아이들에 대한 마음가짐을 알려준다.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기교와 기법보다, 진심이 먼저 필요하다. 코르착이 이야기한 '한결같은 사랑과 존경의 마음가짐', 그 진심 말이다.


>>최성임 씨는
김해청소년문화의집 운영팀장을 지난 2004년 1월부터 현재까지 맡고 있다. 김해청소년문화의집 운영총괄, 동아리지원사업 운영, 참여기구 운영 등을 통해 청소년들과 함께 건강한 오늘과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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