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거주 이주노동자들이 심적으로 힘들어 할 때가 있다. 이직 문제로 고민을 하는 바로 그 순간이다.
 
김해고용센터 앞 화단에서 인도네시아인 안마드(32) 씨를 만난 것은 지난 24일 오후였다.
 
두 달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둔 그는 땡볕이 내리쬐는 더운 날씨, 푸르기만 한 허공을 향해 긴 한 숨을 내쉬었다. 검게 그을린 그의 오른쪽 손에는 태우다 만 담배 한 개비가 들려져 있었다.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네자 그는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화답했다. 찡그렸던 얼굴도 환한 얼굴로 바뀌었다. 그는 "평일 오후라 만날 사람도 없고, 나에게 인사를 건넬 사람도 없는데 누군가 말을 걸어와 놀랐다. 그래도 말을 걸어주는 이가 있어서 반가웠다"고 첫 만남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낯선 사람이 말을 걸어오면 불안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한국사람 대부분은 좋은 사람이다. 낯선 곳에서 잘 생활하려면 성격(넉살)이 좋아야한다"고 답했다.
 
그는 2년 전 수야바라(Surabaya)라는 도시에서 살았다.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에 이어 인도네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대도시란다. 유명 관광지가 없는 탓에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발리나 자카르타 등을 가기 위해 이곳을 경유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가 살던 도시엔 유명 대학이 운집해 있고, 산업단지도 많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이렇다 할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수라바야엔 아내와 아들 자말(10) 그리고 눈에 아른거리는 딸 아이샤(4)가 살고 있다. 한국에서 일하는 아빠를 늘 자랑스러워 하며 전화응원을 하고 아빠가 보고싶다고 말하는 예쁜 아이들이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어떤 어려운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낯설음, 외로움도 비교적 잘 이겨냈다. 땀 흘려 번 돈을 가족에게 송금할 때엔 "그래 잘하고 있어. 이렇게 하면 되는 거야"라고 생각했다. 힘들었지만 힘든지 모르고 일한 한국에서의 2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허리 아래 엉덩이 뼈쪽이 아프기 시작했다. 무거운 걸 드는 게 너무 어려웠다. 처음엔 잠을 잘못 잤거나 어제 좀 무리해서 그런 것으로 하찮게 여겼다. 그러는 사이 상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들어야 할 것이 조금만 무거워도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한 병원엘 갔다. 진료 받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엉덩이 뼈쪽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의사의 설명을 통해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거운 짐을 들 수 없는 처지가 되자 회사 역시 난감해 했다. 그는 그렇게 회사를 나왔다.
 
"(구직활동을 한 지 두 달이 됐지만) 아직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무거운 짐을 들지 않는 일을 구해야 하다 보니 일자리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요. 고용센터에서 추천하는 업체를 찾아가 보지만 조건 등이 잘 맞지 않구요."
 
고민이 거듭되는 동안에도 안마드 씨의 시계바늘은 재깍재깍 움직이고 있었다. 마음 편히 구직활동을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이다.
 
"두 달동안 돈을 부쳐주지 못했어요. 첫 한 달은 그동안 저축해 놓은 것으로 생활할 수 있었는데, 두 달째부터는 아내가 너무 힘들어 합니다."
 
그래도 그는 꿈을 꾼다. 아들인 자말과 함께 축구를 하는 꿈이다. 평소 좋아했던 인도네시아 음식도 떠올린다. 대나무 꼬치에 닭가슴살을 끼워 만든 인도네시아 전통요리 사테(sate)이다.
 
"가족생각, 고향생각이 자꾸 나는 것은 그곳이 더 편안하기 때문입니다. 아파도 편히 쉴 수 있고…."
 
뜨거운 여름 하늘을 향해 그는 다시 한 번 긴 한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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