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7년 파리의 '카페'는 응접실, 도서관, 연주회장이었다. 사람들은 동네 골목골목에 들어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며 하루를 보냈다. 이 시절 카페의 명성은 오로지 단골이 누구냐에 달려 있었다. 여기서 피카소의 그림과 헤밍웨이의 소설이 탄생했다. 요즘 한국의 커피 매장에선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다. 단골이 되기는커녕, 커피 한잔 마시고 바삐 일어나기도 바쁜 신(新) 카페문화에 반기를 든 동네카페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옛 카페의 명성을 되살리고 있는 김해 구석구석의 명물 동네 카페를 만나보자.


# Cafe 별
하이디 침실 옮긴 듯 독특한 복층 실내
원목계단 등 편안한 실내에 맛있는 커피 조화

우리에겐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란 제목으로 더 잘 알려진 스위스 소설 '하이디'를 읽다보면, 주인공 소녀 하이디가 다락방을 개조한 자신의 침실을 묘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이디는 그곳을 '포근한 나무향기가

가득하고, 뚫린 지붕으로 쏟아지듯 별이 내리는 곳'이라고 말한다. 내외동의 'cafe별'은 아름다운 하이디의 침실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것 같은 공간이다.

'cafe별'의 내부는 독특한 복층 양식이다. 문을 열면 가장 먼저 원목계단이 눈에 띈다. 다락방을 오르듯 기대감을 안고 사각사각 걸음을 옮기면 오후 햇살이 머물고 있는 2층에 다다른다. 옹이가 그대로 살아 있는 원목으로 바닥과 벽을 감싼 공간은 평화롭고 고요하다.

이번 달로 'cafe별'이 내외동에 자리잡은 지 딱 1년이 됐다. 젊은 사장 이인태(30) 씨는 커피가 좋아 전공까지 바꿀 정도로 동네 카페에 대한 확실한 철학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내가 마셔도 맛있는 커피, 내가 쉬기도 편안한 장소"가 'cafe별'의 콘셉트라고 밝혔다. 7년 동안의 꼼꼼한 시장조사를 마치고 문을 연 카페는 고급원두를 고집하고, 오래 머무는 손님을 두 팔 벌려 환영하면서 서서히 김해의 명물 동네 카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휴식이 필요한 날 멀리 있는 알프스를 꿈 꿀 필요 없다. 책 한권을 옆구리에 끼고 'cafe별'에 들러보자. 친구가 필요하다면 이 씨가 조근 조근 말을 걸어 올 수도 있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2시까지. 가격대는 '카라멜모카' 기준으로 4천 원 선.

 


# 그랑바
평범한 주택들 사이 보석처럼 반짝
아기자기한 실내 직접 만든 쿠키 달콤한 휴식 선사

카페 '그랑바'는 보석 같은 카페다. 연지공원을 마주보고 늘어선 평범한 주택들 사이에 홀로 반짝거리는 가게가 들어서 있는데 그곳이 바로 '그랑바'다. 김해에서 요즘 제일 핫(Hot)한 카페치곤 위치가 애매하다. 인적이 드물어도 너무 드물다. "바로 제가 노린 점입니다." 김정용 '그랑바' 사장의 경영철학은 확고하다. 그는 '그랑바'를 화려하고 유명한 가게보단 단골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그래서 홍보엔 인색하고 커피의 맛엔 엄격하다.

'그랑바'의 아기자기한 실내를 둘러보다 보면, 공간 한 구석을 차지하는 기계가 눈에 띈다. 장식품 치곤 밋밋하고 실내 장비로 생각하기엔 독특하다. 기계는 독일에서 직수입한 커피원두로스팅 기계다. 국내 대형커피숍도 매장에 로스팅 기계를 갖춰놓는 경우가 드문 것을 생각하면,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김 사장의 소신이 더욱 확실히 다가온다.

'그랑바'의 또 다른 명물은 김 씨가 직접 만드는 디저트다. 김 씨는 음료를 주문하는 손님에게 직접 만든 쿠키를 제공한다. 쿠키 레시피는 일주일마다 새로 개발된다. 레몬파이 등 따로 판매되는 제품도 인기다. 이젠 디저트를 먹기 위해 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다.

카페 명 '그랑바'는 순우리말로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곳'이란 뜻이다. 커피의 감미로운 향과 디저트의 달콤함에 취하다 보면 하루가 평화롭게 저무는 곳. '그랑바'를 찾아보자.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음료는 드립커피 기준 5천 원 선, 디저트 4천 원 선.

 


# 봄봄
그림같은 인테리어 레몬 송송 '레몬차'
인절미 토스트 등 향긋·고소한 맛 겨울 속의 봄 만끽

서걱서걱한 김해의 겨울거리 한 구석에 봄이 몰래 숨어 있는 곳이 있다. 주인공은 카페 '봄봄'. 내외동 복합쇼핑몰 '휴앤락'의 지상주차장 쪽으로 걷다보면 파란 차양지붕 아래 자전거 한 대가 시처럼 서 있는 곳이 있는데 이곳이 '봄봄'이다.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자 탄성이 절로 흘러나온다. 실내 곳곳이 '봄'이다.

김은진(28) '봄봄' 사장은 카페 전체를 빈티지한 느낌으로 꾸몄다. 바닥은 에폭시 처리를 해서 거친 질감을 살렸고, 벽도 오래된 건물 느낌이 나도록 거친 페인트칠을 했다. 파스텔 톤의 소품은 세계 곳곳에서 직접 사서 모은 것들이다. 덕분에 '봄봄'은 조리 기구까지 수줍은 봄의 향기를 담고 있다. 카페 어디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그림 같은 사진이 나오는 덕분에 카페엔 사진을 찍으러 오는 손님이 많다. 찰칵찰칵, 손님들이 내는 셔터소리 사이사이로 한 살된 고양이 '옹이'가 여유롭게 지나다닌다. 김 사장이 키우는 고양이 '옹이'는 '봄봄'의 스타다.

추천 메뉴는 진짜 레몬을 송송 썰어 넣은 '레몬차'와 인절미 떡을 내용물로 넣은 토스트다. 인근에서 떡집을 운영 중인 김 사장이 직접 개발한 '인절미 토스트'는 고소하고 따뜻하다.

'봄봄'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다 보면 고민은 모두 잊고 고양이 '옹이'를 따라 나른한 기지개를 켜고 싶어진다.

과일차는 한 잔에 4천500원, 인절미 토스트는 4천원.

 


# 벤베누또
4가지 콘셉트 실내 카페가 예술공간
아파트 상가 특이한 입점 흥미로운 커피공간

동네 카페의 미학이라는 것이 있다면 가장 적합한 대상은 외동의 '카페 벤베누또'다. 카페는 서광아파트 상가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벤베누또'는 이탈리아어로 번역하면 '어서오세요'라는 뜻이다. 통닭가게나 편의점이 들어설 법한 장소에서 '어서오세요'라며 커피를 팔고 있는 카페는 용감하고 재미있다.

인테리어를 전공한 이시한(29) 사장은 카페 내부 인테리어 당시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비교적 널찍한 실내를 네 공간으로 분류하고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지인에게 각각 공간의 인테리어를 맡긴 것이다. 이 씨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카페 자체가 하나의 공간예술이 되길 바랐다. 아이디어는 성공적으로 실행됐다. 덕분에 '카페 벤베누또'는 한 공간에선 체스판과 클래식 기타가 고즈넉한 분위기를 내고, 다른 한 공간에선 일본만화캐릭터가 팝 아트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식의 흥미로운 공간이 됐다.

'벤베누또'를 찾은 손님들은 미술관이나 전시장에 온 것 같은 기분으로 이 공간 저 공간을 옮겨 다니기 바쁘다. 구석구석에 심어져 있는 오래된 나무도 '벤베누또'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톡톡히 한몫을 한다. 커피 맛도 좋은 편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커피와 와플 2조각이 제공되는 세트메뉴 가격이 1만3천원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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