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인도네시아 이주근로자 구스민(37) 씨가 지난 2006년 김해를 찾은 이유는 너무나 분명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적인 다종족 국가이다.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군도국가로 이질적인 종족집단이 형성돼 있는 것이 특징인데, 기후적인 이유가 이같은 문화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즉, 계절적으로 찾아오는 우기로 인해 과거엔 교통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같은 기후적인 이유로 인해 종족과 집단 간 독자적인 문화형성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혼인풍속도 다 다르다. 구스민 씨가 속해 있는 자바족의 경우엔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있을 때 그 여자의 집에서 일을 해주는 것이 관례이다. 여자의 집에서 일을 해주고 선물이나 상으로 아내를 갖게 되는 풍습이다. 또 부모의 뜻에 의해 혼인이 이뤄지는 강제혼이나 이른 나이에 결혼하는 조혼도 적지 않다.

얼핏 보면 아내를 물질로 얻는 것같은 인상을 줄 수 있지만 그런 의미라기보다는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의 표현이나 정성으로 여겨진다는 것이 구스민 씨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여자의 집에서 일하는 것보다 물질적인 기여를 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그래서 결혼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합니다."

구스민 씨는 결혼만 안했지 사실 유부남이다. 결혼할 아내가 인도네시아에서 자신의 부모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일을 잘해 돈을 많이 벌어야 더 당당한 부부의 연을 맺을 수 있기에 그는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한다.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요? 가족들은 모두 보고 싶습니다. 아내도요."

그가 살던 자바섬은 화산으로 이뤄져 있다. 여러 분화구의 모습은 특유의 장관을 연출하는데, 그중 브로모 산의 일출광경이 빼어나다. 낙타와 사막이 있고 흰 두건을 쓴 무슬림들의 모습도 그의 고향 자바의 풍경이다.

"저는 무슬림이지만 제 고향엔 힌두사원도 있고 불교 문화유적도 제법 많습니다. 쁘람바난 힌두사원과 보루부르드 사원 등이 대표적인 관광지이지요. 제 고향에선 오토바이나 자전거로 출퇴근을 많이 하는데 한국에서는 승용차가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도 다른 이주근로자들과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언어소통이 안되는 불편함과 '빨리 빨리' 문화에 대한 부담감, 음식 문제, 낯설음과 외로움 등이 그것이다. 대신 외국인들이 많은 김해이기에 생활이나 의료시설 이용 등은 생각보다 편하다고 그는 말했다.

"아마 이주근로자들이 어려워하는 것들은 비슷할 거예요. 처음 김해에 왔을 땐 음식도 맵고, 병원비나 물가가 비싸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벌써 수년이 흘렀으니 이제 적응이 됐다고 봐야죠. 물질적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한국에서 하고 싶은 공부도 해보고 싶습니다."

그는 한국 그리고 김해의 생활에 대해 60점이라는 평점을 매겼다. 또 고향에 가면 작은 가게 특히 옷가게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옷가게에선 아마도 한국 옷을 팔게 될텐데, 그러면 계속 한국과의 인연이 이어지지 않을까요?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옷이 인기거든요."

그는 지금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파트만큼 안락한 시설은 아니지만 하루 피로를 푸는 덴 크게 부족하지 않다.

"일이 힘들 때도 있어요. 그래도 주변에서 마음을 써주니 많은 힘이 됩니다."

그는 회사와 동료의 도움이 있었기에 잘 살아가고 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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