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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 사람들의 모리국수삼방동 '신어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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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1.01.18 16:08
  • 호수 6
  • 15면
  • 박상현 객원기자(landy@naver.com)

   
 
아귀 간·대구 이리·토판염·마늘·고춧가루로 만든 진한 양념장에 신선한 아귀와
오만둥이·모자반·홍합 등을 곁들여 대구 명물 '풍국면' 넣어 시원하고 칼칼한
매운맛이 조화를 이룬 '요기가 되는 국수' 한 그릇이면 이쯤 한파쯤이야…

■ 구룡포의 모리국수

일제강점기 경북 포항의 구룡포는 동해에서 잡히는 각종 수산물의 집산지였다. 성어기에는 일본어선 900여척, 조선어선 100여척이 정박할 정도로 항구가 번성했다. 1942년에는 인천과 함께 읍으로 승격될 정도였으니 그 위세를 능히 짐작할만 하다. 이 당시 구룡포의 대표 어종은 고래였다. 구룡포는 울산 장생포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다. 하지만 상업포경이 금지되고, 동해에서 많이 잡히던 한대성 어종이 감소함에 따라 구룡포항 또한 내리막 길을 걷기 시작한다. 한동안 과거의 영화가 사라지나 싶더니 최근들어 구룡포는 다시금 각광 받고 있다. 대게와 과메기 덕분이다. 그물이 망가진다 해서 발로 밟아 바다에 던져버리고, 동네 사람들이나 별미로 먹던 대게와 과메기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세상만사 세옹지마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음식은 역사의 화석과도 같다. 80년 전 어부들로 넘쳐나던 구룡포항에서 만들어진 음식 하나가 지금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고된 바닷일을 끝낸 어부들을 위해 어판장에서 팔고 남은 해산물을 모아 얼큰하고 푸짐하게 끓여낸 국수다. 이것저것 모디(모아)서 끓였다고, 여럿이 모디(모여)서 먹는다고, 대체 뭐가 들어갔는지 모린(모른)다고 모리국수라는 이름이 붙었다. 헌데 일본 음식용어에 보면 '모리소바'나 '모리아와세' 같은 단어가 보인다. 이때 모리(盛)는 음식이 수북이 담긴 모양새나 여러 음식이 구색을 갖춘 모듬을 의미한다. 어느 가설이 정확한지는 좀 더 구체적인 조사가 진행되어야 겠지만, 모리국수에 담긴 정서만큼은 이견이 없을 듯 싶다. 다양한 해산물을 넣고 만들었기에 갯가 음식이고, 큰 솥에 끓여 여럿이 나눠 먹었으니 일하는 사람들의 음식이다. 그런 모리국수가 지금은 속풀이 음식으로 별미로 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강희철 대표의 인생 제2막

그런데 최근 이 모리국수가 뜬금 없이 김해에 나타났다. 강과 평야를 낀 내륙 도시에 어울릴만한 음식이 아니다. 더군다나 김해는 국수의 본고장인 영남지방에서도 그 위세가 만만찮은 동네다. 대동면에는 바닷

   
▲ 삼방동 신어국수. 구룡포 바다 갯냄새가 절로 풍겨나오는 듯하다.
바람과 강바람이 만나는 낙동강 하류의 구포국수가 오래전부터 터줏대감 노릇을 해왔다. 지금도 진한 멸치국물에 구포국수를 만 경상도식 물국수집들이 천지로 널렸다. 이런 조건과 입지에서 남의 동네 국수를 선보인다는 것은, 아주 무모하거나 자신감이 넘치거나 둘 중 하나다. 과연 어느 쪽일까? 그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김해시 삼방동에 새로 생긴 '신어국수'를 찾았다.

음식을 맛보기 전에 김해에서 모리국수를 시작하게 된 내력부터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신어국수의 강희철 대표는 30년간 문화판에서 잔뼈가 굵은 문화기획자다. 최근까지는 김해문화재단에서 축제기획 등을 담당했다. 그런 그가 국수장사로 인생 제2막을 시작한 것이다. 축제 관련 업무를 하다보니 전국을 떠돌아다닌 것을 당연할 터, 남다른 미각을 가진 그는 한끼 식사로 충분한 '요기가 되는 국수'를 찾아 다녔다. 이 과정에서 후보에 오른 것은 전남 신안군 가거도의 장어국수와 경북 구룡포의 모리국수. 푸짐한 양과 얼큰한고 깔끔한 맛에 반한 그는 최종적으로 모리국수를 낙점한다.

이야기가 보통 이정도로 진행되면, 몫돈을 싸들고 가서 비법을 전수받거나 위장 취업이라도 해서 어깨너머로 배워 오는 게 순서다. 하지만 수십년 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전수 받는 일이 그리 녹록치 않다고 판단하는 그는 스스로의 힘으로 그 맛을 재현하기로 했다. 우선 구룡포의 이름난 모리국수집을 10번 이상 방문해서 맛을 익히고 분석했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갯가 음식이다 보니, 비법이 따로 있을 턱이 없다. 신선한 재료와 오랜 세월 축적된 손맛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맛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이 아니니 우선 재료에 집중하기로 했다. 동해와 남해의 이름난 항구를 돌며 재료로 사용될 신선한 해산물을 찾아 다녔다. 음식 장사는커녕 장사 한번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내륙도시에서 갯가 음식을, 제대로 된 스승도 없이 혼자 힘으로 국수 장사를 시작하겠다고 하니 주변의 우려와 만류가 만만찮았음은 당연한 이치다.



   
 
■ 시원한 육수와 비법 양념장

그런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한 신어국수가 이제 두 달째로 접어 들었다. 이 무모한 도전이 제법 입소문을 타 김해와 부산 지역의 미식가들이 더러 다녀갔다. 다양한 반응들 속에 구룡포 모리국수의 맛을 잘 재현했으며 재료가 신선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과연 강희철 대표가 스스로의 노력으로 재현한 모리국수의 맛은 어떨까? 신어국수에서 만드는 모리국수의 맛은 현재진행형이다. 완성된 조리법을 배운 것이 아니고 스스로 만들어가는 조리법이기 때문이다. 디포리, 보리새우, 다시마 등으로 낸 기본 육수는 깔끔하기는 하지만 임팩트가 부족했다. 여기에 멸치가 추가되면서 훨씬 볼륨있는 맛이 되었다. 아귀 간, 대구 이리, 토판염, 마늘, 고추가루로 만든 양념장은 국물 맛의 골격을 단단하게 한다. 이정도 육수와 양념장이면 이미 완성도가 꽤 높은 축에 속한다. 거기에 삼천포에서 급냉해서 공수해온 신선한 아귀와 오만둥이, 모자반, 홍합 등이 곁들여 진다. 요즘은 제철인 대구도 더러 보인다. 면은 구룡포와 마찬가지로 대구의 명물 풍국면을 사용한다. 건면이고 표면적이 넓어 쉽게 퍼지는 단점이 있지만 양념을 잘 흡수하고 특유의 포만감이 있어 모리국수에는 더할 나위 없는 궁합이다. 기본 육수의 시원한 맛에 아귀 간을 사용한 양념장의 단맛과 칼칼한 매운맛이 조화를 잘 이룬다. 해장국수로 더할 나위 없을뿐더러, 강희철 대표의 바램대로 '요기가 되는 국수'로서도 손색이 없다.



■ 끊임 없는 자기 검증

   
 
'구룡포 모리국수'처럼 이미 그 맛이 검증되고 지명이 수식어로 붙는 음식의 경우, 단지 재현에만 충실해서는 아류로 머물 수밖에 없다. 구룡포의 모리국수를 모방했지만 신어국수만의 모리국수 맛을 완성해야 비로서 오리지널리티를 가진다. 이는 결국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완성해 가야 한다. 강 대표는 손님이 떠난 국수냄비에 제법 많은 양이 남았을 경우 반드시 그 맛을 본다. 그의 말대로 '본능적인 자기검증'인 셈이다. 이런 노력이 지속된다면 지금보다 앞으로를 더 기대할만 하다.

모리국수 자체가 막걸리와 곁들여야 제 맛이기도 하거니와, 국수장사 만으로는 충분한 매출을 기대할 수 없다 보니 신어국수에는 술 안주도 제법 충실하다. 전남 목포에서 삭히 홍어, 경북 울진 후포항에서 보내오는 백골뱅이, 제주도에서 잡은 씨알 굵은 고등어까지 하나 같이 갯내음 가득한 안주들이다. 겨울의 별미인 과메기도 빠지지 않는다. 과메기는 덕장에 따라 품질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눈 밝은 강 대표는 제법 좋은 과메기를 내 놓는다. 쫄깃한 육질의 백골뱅이는 숙회, 파무침, 깐풍기 등 다양한 맛으로 즐길 수 있다. 해장으로 국수 한 냄비 먹으러 갔다가 낮술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집이다.

평균 이상의 입맛을 가진 미식가들은 평균적인 입맛을 가진 사람들보다 음식장사로 성공할 확률이 훨씬 낮다. 엄격한 자기 기준과 원재료에 대한 욕심 탓이다. 하지만 엄격한 기준과 원재료에 대한 욕심이 대중들의 입맛까지 사로잡는다면, 김해에서도 꽤 괜찮은 모리국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문화기획자로서의 30년 세월을 접고 국수집 주인으로 인생 제2막을 여는 강희철 대표의 행보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위치 : 김해시 삼방동 인제대 후문 삼거리 신어천변
▶연락처 : 055-334-7400



   
 



박상현 객원기자
사진촬영 = 박정훈 객원사진기자 pungly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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