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형 경성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정일형 경성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현존 세계 인구는 대략 79억 명. 이 모든 사람들이 같은 햇볕 아래 같은 공기를 숨쉬며 생활하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상품에도 품질 차이가 나듯,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 환경은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이런 차이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 듯 하다. 지금 지구가 겪고 있는 기후이상은 종국에 가서는 모든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해있다. 
 
지난해 세계 주요 지도자들은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최초로 '석탄발전의 점진적 감축'과 '배출권 국제거래 기준'에 합의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국경을 넘어 모든 국가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기후위기 대응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지난해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됐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흡수량을 제외한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탄소중립기본법은 전 세계 14번째로 2050 탄소중립 비전과 이행체계를 법제화한 것으로 2050년 탄소중립을 명시하고 있다. 
 
법에서는 2050년 탄소중립을 실질적으로 지향하는 중간단계 목표를 설정했으며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18년대비 26.3%를 줄이는 기존목표보다 9% 상향한 35% 이상 범위에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도록 명시됐다. 2018년부터 2050년까지 선형으로 감축한다는 가정하에 2030년 목표는 37.5%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35% 이상'이라는 범위는 2050 탄소중립을 실질적으로 지향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명시된 계획안은 우리들로 하여금 친환경적인 생활로 보다 빨리 적응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태양광 모듈, 전기차, 수소차, 수소터빈 같은 용어들이 산업을 넘어 일상 생활까지 깊숙히, 그리고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그 흐름은 유럽에서 더욱 견고하고 빠르다게 확산되고 있다. 영국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40.4%로 화석연료 발전량을 앞질렀다. 덴마크는 2030년까지 RE100을 달성할 예정이다. 즉,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미국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20.7%로 증가하며 원자력이나 석탄발전보다 많아졌다. 바이든은 2030년까지 전기차 신차 비중을 50%로 높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10년내 온실가스를 50%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유럽과 미국이 연합해서 탄소중립을 무역장벽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탄소중립에 대한 민간부문의 변화는 정부보다 빠르다. 지난해 초 세계 최대 자산회사인 블랙록이 전 세계 회원사에게 친환경투자를 권고했다. 네덜란드 연기금은 해외 석탄발전건설을 이유로 한전에 대한 투자를 철회했다. 국내 5대 금융지주사를 포함한 주요 금융기관도 탈석탄을 선언했다. 국민연금도 신규 석탄발전 투자배제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주요기업들은 대거 친환경·사회투자를 중시하는 ESG 경영과 RE100 참여를 선언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기후정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6.4%로 세계 평균인 28.8%의 4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더 늦춰서는 안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정부는 과감한 정책으로 기업은 안내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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