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전통씨름은 우리의 씨름과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한국의 씨름은 모래밭에서 이뤄지지만 몽골 씨름은 초원에서 펼쳐진다. 우리의 씨름은 일정 시간 내에 승부를 내야하는데 반해, 몽골의 씨름은 시간 제한이 없으며 경기장 크기도 일정하지 않다. 이런 이유로 승부를 내는 데 꼬박 하루가 걸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서상동에서 몽골음식점을 운영하는 장가(38·몽골) 씨는 주목받는 씨름 선수였다. 젊은 시절 몽골에서 열린 전국씨름대회에 참가했던 그는 쟁쟁한 몽골 장사들과 겨뤄 32강에 진출하는 성적을 내기도 했다.
 
"30대 초반의 얘기일 뿐입니다. 지금은 음식점 일로 너무 바빠 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한때 씨름선수가 되는 꿈도 꾸었지만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생각을 달리했습니다. 씨름선수가 되기보다는 가정에 보탬이 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더욱 중요했어요."
 
그가 처음 한국에 온 것은 지난 2003년이었다. 그는 산업연수생으로 3년여 대우조선소에서 일한 뒤 기간이 만료돼 2006년에 몽골로 귀향했다.
 
"아내와 두 아들과 다시 한국을 찾은 것은 지난 2008년이었습니다. 몽골로 돌아간 지 2년 만에 다시 한국에 온 것이죠. 한국에 오기 위해 비지니스비자를 신청했고 2010년 아는 친구를 통해 이 음식점을 인수 했어요.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니지만 유지에는 큰 부담이 없어요. 함께 일하는 아내가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장가 씨가 운영하는 몽골음식점의 주 메뉴는 양고기 만두이다. 1인분에 7천 원이며, 양고기 만두 10개가 한 접시에 담긴다. 몽골 전통방식으로 구운 만두여서 이국적인 맛을 맛볼 수 있다는 게 장가 씨의 설명이다.
 
장가 씨가 운영하는 몽골 음식점은 '김해의 작은 몽골'로 불린다. 이주노동자 등 김해에 거주하는 몽골인들은 이곳에서 허기를 달래고 잠시 쉬어가며 서로 정보를 교류하고 고향소식도 접한다. 장가 씨는 이런 고향사람들을 위해 따뜻한 요리를 준비하는 것은 물론 당구대, 탁구대와 같은 편의시설 구비에도 마음을 썼다.
 
"무엇보다 고향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어요. 고향사람에게 보탬이 되고 몽골의 음식 문화도 알릴 수 있으니 나름 보람이 있습니다."
 
장가 씨는 씨름을 한 덕에 '한 덩치'로도 불린다. 겉모습만 보면 과격할 것도 같지만 웬만한 일에는 흔들림이 없는 장가 씨다.
 
그런 그에게도 고민이 있다. 아이들 교육문제가 장가 씨를 불안하게 한다. 그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첫째 아들은 몽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내년 3월 부산대에 입학해 한국어 공부를 할 예정이다. 둘째는 첫째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 올해 나이가 다섯 살이다. 둘째는 현재 김해의 한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외국인이라서 자녀 교육하기가 더욱 힘이 듭니다. 보육료 문제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어요. 장사를 해서 세금은 내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보육비 지원이 안 됩니다. 곧 큰 애도 대학에 입학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외면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돈이 들어도 우리 아이들이 따돌림 당하지 않고 잘 적응해 주기만 한다면 바랄 게 없을 거예요. 그런데 현실은 어두워요. 큰 애의 경우만 해도 주위에 친구가 없어 몹시 힘들어하는 눈치예요. 그런 아이들을 보는 부모 심정이 좋을 수 없지요. 한국에 오기로 한 제 선택이 아이들의 행복을 가로막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의 서툰 한국말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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