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원고등학교 강태철 교사가 2학년 6반 교실에서 최인훈의 작품 '광장'에 대해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여러분,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나오는 정치인들 참 말 잘 하죠. 그런데 사실을 확인해보면 어떤 경우가 있죠?" "거짓말 한 거요." "그렇죠. 이 작품에 나오는 남북의 정치인들도 결국 그런 거짓말쟁이들이었던 겁니다."
 
김해경원고등학교(이하 경원고)의 한 2학년 교실. 국어 담당인 강태철 교사가 최인훈의 <광장>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파워포인트로 작성한 프레젠테이션과 칠판에 또박또박 쓰여 있는 작품 정보. 여느 교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니 학생들과 강 교사의 손에 종이 몇 장이 들려있다. 강 교사가 직접 만든 학습지다.
 
강 교사는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옮겨쓰지 않는다. 교과서에 교사용 지도서, 자습서 내용 등을 첨가한 후 학생들 수준에 맞게 도식화하고 재구성해 학습지를 만든다. 기왕이면 '예쁘게' 만들고 싶어 어울리는 그림을 찾기 위해 인터넷 서핑만 1시간 이상 하기도 한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이를 바탕으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든다.
 
"사실 이런 자료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요. 그런데 남이 만든 것은 제가 수업하는 데 안맞더군요. 그래서 직접 만들기 시작했죠."
 
강 교사의 특기는 또 있다. 바로 매체를 활용해 수업하는 것이다. 그는 드라마와 CF, 대중가요 등에서 특히 문학시간에 예문으로 사용하고 싶은 것들을 발견해 수업에 활용한다.
 
가령 은유를 설명할 때 '내 마음은 호수요'와 같은 진부한 예문 대신 '전쟁같은 사랑'이라는 대중가요 가사를 이용하는 식이다. 시험문제도 이렇게 출제하다보니 학생들은 부담 대신 흥미를 느끼게 된다.
 
이 학교 2학년 심미향(18) 양은 "문학작품을 재미있게 설명해주셔서 국어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 김민정(18) 양도 "선생님이 수업을 열심히 하시니까 흥미도 생기고 수능까지 잘 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어를 어려워하거나 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에게 '독해력을 길러라' '책을 많이 읽어라' 등과 같은 상투적인 조언은 하지 않는다. 대신 두 가지 이유를 들어 학생들에게 국어학습이 꼭 필요함을 역설한다.
 
"첫째로 국어는 다른 교과를 공부하는 데 쓰이는 도구교과이기 때문에 이걸 잘하면 다른 과목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둘째로 언어는 그 민족의 큰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한국사람이 한국어를 공부하는 것은 아주 훌륭한 문화 계승 행위예요. 그래서 사명감이나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강 교사는 경원고에서 2학년 1반 담임과 2학년 부장, 국어 담당을 함께 맡고 있다. 이런 그가 정말 '명교사'인 이유는 따로 있다. 강 교사는 가끔 주말 아침 일찍 1반 학생들과 축구를 한다. 평소 등교할 때는 지각을 하던 학생들도 그날만은 시간을 맞춰 나온다. 함께 어울려 땀을 흘린 후 시원한 음료수를 한 잔 마시면 그와 학생들 사이의 친밀감은 급상승한다.
 
중학교 2학년 때 우연히 봤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학생들의 잠재력을 키워주는 '키팅 선생'을 보며 교사의 꿈을 굳혔다는 강태철 교사.
 
그는 '특별한 것이 없어 부끄럽다'고 재차 강조했지만, 그는 이미 키팅 선생을 닮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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