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동 외국인 거리에는 '통'이라는 다문화카페가 있다. 내국인과 외국인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장소이다. 지난 1월 이 카페가 문을 열었을 때는 한 차례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일부 외국인 가게 주인들이 항의를 하고 나선 것이다. 도와 시의 지원으로 개소한 '통'이 외국 음식을 팔게 되면 기존의 외국인 가게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당초의 계획은 수정됐다. 사실상 양탕국(커피)과 차 종류만이 판매되고 있다. 한때는 손님이 없어 매출 걱정을 해야 했지만 다행히 지금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내국인끼리 차를 마시기도 하고 외국인들로 붐빌 때도 있다. 보완해야 할 점도 있어 보이지만 어쨌든 같은 장소에서 내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쉬어간다는 점에서 외국인 거리의 명소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 카페에서 일하는 레티니(25·베트남) 씨를 만났다.
 
"없어. 없어. 500원이라 영수증 없어."
 
레티니 씨는 분주하다. 음료를 제작해야 하는데 재료로 쓸 사이다가 떨어졌다. 인근 슈퍼에 사이다를 사러 간 레티니 씨가 영수증을 끊어오지 않자 함께 일하는 동료가 염려를 한다. 그러면서 적은 금액이라도 영수증을 끊어주는 판매점의 위치를 레티니 씨에게 설명한다. 실수를 하더라도 질책을 하거나 어두운 얼굴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레티니 씨는 이곳에서 일한 지 두 달이 됐다. 레티니 씨는 두 아이의 엄마이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지난 2008년 처음 한국에 왔다.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그였다.
 
"기쁨보다는 걱정이 더 많았어요.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았고 한국말도 전혀 못했으니까요. 두어 달은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아이를 낳았어요. 연이어 둘째를 가졌고요. 그러느라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보통의 부부들은 신혼때 알콩달콩 살다 시간이 지날수록 싸움이 잦아지는 게 상례인데, 레티니 씨 부부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레티니 씨에 따르면 부부생활 초기에는 남편과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의견 차이가 날 때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얘기하다 보니 전혀 대화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후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정말 노력을 많이 했어요. 가장 먼저 베트남 말을 쓰지 않기 위해 노력했어요. 베트남 TV도 보지 않았고, 집안 모든 사물에 한국어 단어를 붙여놓고 한국말을 연습했어요. 모르는 건 퇴근하는 남편에게 물어봤고요. 혜원엄마, 재희엄마 등 아파트에 사는 언니들도 큰 힘이 됐어요."
 
어느 정도 한국어 구사가 가능해지자 남편과의 대화가 잦아졌고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졌다. 서로의 입장과 마음을 언어를 통해 이해하다 보니 싸움도 줄어 지금은 '행복'이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한데, 베트남에 계신 부모님께 잘해드리지 못하는 건 마음에 걸려요. 부모님이 이런 저런 걱정하시면 이제 걱정 안해도 된다고 말씀드려요. 그래도 우리 가족이 사는 모습을 실제로 보질 못하니 마음이 쓰이시는 것 같아요."
 
레티니 씨가 꿈꾸는 미래는 주변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특히 부모님 나이의 어르신들을 도와주는 삶을 살고 싶단다.
 
레티니 씨는 "드라마를 보며 한국을 동경했다. 눈 내리는 모습, 낙엽지는 모습을 드라마에서 봤는데 실제 한국에 와보니 그렇더라. 그렇게 낯설던 한국이 익숙해졌다. 제사음식도 잘 한다. 모든 게 남편 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레티니 씨 인터뷰를 끝으로 <따로 또 같이>는 기획은 마무리됩니다. 그동안 인터뷰에 응해준 많은 외국인들과 협조를 아끼지 않은 관계기관 그리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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