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뉴스>가 창간 1주년을 맞아 지난 2011년 11월 30일자에 첫 선을 보인 시리즈 '발굴-김해인물열전'이 지난 29일자 '김해교회 설립자 배성두 편'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무용가 박외선처럼 <김해뉴스>가 최초로 발굴해 보도한 사례도 있었다. 시리즈가 진행되는 동안 각계에서 이 시리즈를 김해의 정신 문화 고양을 위한 단초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김해뉴스>는 이에 따라 '발굴-김해인물열전' 시리즈의 의미와 활용 방안 등을 점검하고 모색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번 좌담회는 지난 23일 오전 10시 30분 <김해뉴스> 편집국 회의실에서 진행됐으며, 이영식 인제대 교수(역사고고학과)와 허한주 서예가, 주정이 판화가, 김차영 김해시 공보계장 등이 참석했다. 시리즈를 진행한 박현주 취재보도팀 차장이 사회를 맡았다.


―'발굴-김해인물열전'에 대한 독후감은
 
▶이영식(이하 이)=이 시리즈가 연재되는 동안 김해 출신의 훌륭한 인물들이 이렇게 많은가 하며 놀랐다. 그동안 내가 너무 무관심했던 게 아닌가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선행이나 업적, 치적 중심으로 소개를 했는데 인간적인 면모를 함께 다루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개인적으로 '코주부' 김용환 화백편이 인상적이었다. 김해는 사투리를 쓰는 곳인데, 허웅·이윤재 선생처럼 기라성 같은 국어학자 두 분이 배출됐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김해뉴스>의 '신김해지리지' 취재를 다니면서 김해지역 초등학교의 교가들 가운데 상당수를 금수현 선생이 작곡했다는 것도 알았다. 배치문 의사는 처음 들은 분인데, 한림면 취재를 다닐 때 상당한 도움이 됐다.
 
▶허한주(이하 허)=고생 많았다는 말부터 하고 싶다. 소개된 인물들 중에 내가 모르는 분들이 있어서 놀랐다. 금수현 선생이 김해 출신인 줄도 몰랐다. 무용가 박외선, 배성두 장로 등도 김해 출신인 줄 몰랐다. 김해에서 태어나 산 지가 80년이 넘는데 부끄럽다. 이번에 빠진 인물도 다수 있을 것이다. 더 발굴해서 다음에도 연재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정이(이하 주)=이런 시리즈는 인물 선정이 엄정하지 않으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자격과 공적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발굴-김해인물열전'은 대체로 기준이 잘 정립된 것 같다. 나도 김해 출신인데, 그동안 김해에서 기려야 할 인물들을 제대로 기리지 못했다. 이번에 소개된 인물들보다 업적이 미미한 인물들의 기념비가 세워져 있는 경우도 있다. <김해뉴스>는 잣대를 제대로 댄 것 같아 다행스럽다. 비닐하우스를 최초로 시작한 박해수 씨는 대한민국이 고마워해야 할 대단한 분이다. 김해시가 특별히 기념해야 한다.
 
▶김차영(이하 감)=김해 토박이의 한사람으로서 <김해뉴스>가 이런 콘텐츠를 생산했다는 데 대해 감사한다. 김해의 인물들을 어느 정도는 안다고 자부했는데 대여섯 분은 모르는 분들이었다. 무용가 박외선은 처음 이름을 접했다.
 
―이번 시리즈에서 소개하지 못한 분들이 있다면
 
▶이='한림'이란 지명을 낳은 김계희 공, 김해문화원 전 원장 운정 류필현, 고 노무현 대통령 등도 다루었으면 한다. 사충신과 김해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한 독립유공자들을 개별적으로 다뤄도 좋을 것 같다. 압록강 이남에서는 최고의 바둑 실력을 지녔다 해서 대원군이 '녹일(綠一)'이란 호를 내렸고, 대원군이 바둑 상대로도 삼았다는 한 인물의 경우에도 제대로 발굴되었으면 한다.
 
▶허=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배의한 씨가 봉황동 출신이다. 유족들은 김해에 살고 있지 않지만, 묘는 임호산 흥부암 올라가는 길에 있다. 김해문화원의 초석을 놓은 운정 류필현 선생은 다음 기회에 꼭 소개했으면 한다.
 
▶주=1950년대 인기가요 '페르샤의 왕자'를 부른 가수 허민이 김해 출신이다. 한국미술계의 중심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인 김홍석 화백도 있다. 우리나라 개념미술의 1세대였고 선구자였다. 부산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작가들과 후배들이 기금을 모아 추모비를 만들어 기념하고 있다. 대한민국 건설의 한 획을 그은 남광토건 설립자 배정일 씨도 활천 출신이다.
 
▶김=화정글샘도서관 옆에 김해 출신 옛 인물들의 치적비와 공덕비를 모아 놓은 공원이 있다. 그 분들의 면면을 재조명 해보았으면 한다.
 
―김해의 발전을 위해 '발굴-김해인물열전' 시리즈를 활용할 방안이 있다면

 
▶주=책으로 엮어내야 한다. 일반 성인용과 쉽게 풀어 쓴 학생용 두 가지 형태로 출간할 필요가 있다. 김해지역의 청소년들에게 유익하게 읽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독지가를 구하든, 김해시가 나서든 이번 기회에 그 작업을 해야 한다. 이 시리즈가 완벽한 건 아니다. 책을 낼 때는 내용을 보완하고 추려낼 필요가 있다.
 
▶이=김해의 인구가 50만이 넘었다. 이제 김해시도 '김해학'을 검토할 시점이 됐다. 지난해부터 인제대 김해발전연구원이 움직임을 시작했고, 오는 11월 중순쯤 '김해학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김해가 역사·문화·예술적으로 타 도시들과 무엇이 다른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서울과 천안 등지에서는 시민사회교육프로그램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해도 역사문화관광분야의 콘텐츠를 정리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발굴-김해인물열전'을 책으로 만들어 배포만 할 게 아니라, '김해학'의 시민사회교육 교재로도 활용해야 한다. 각 인물들의 출신학교에서도 홈페이지에 '자랑스러운 선배'로 소개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경남도에서 '경상남도사'를 편찬하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인물 항목에 이번 시리즈에 등장한 인물들을 적극 반영할 생각이다.
 
▶허=김해의 자랑스러운 인물들을 학교에서부터 학생들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 사회과 과목을 통해 지역사회와 내 고장의 인물들을 가르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개별 학교에서도 졸업생 중 기념할만한 인물들을 발굴해 축적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자부심을 갖는 한편, 김해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
우리 시에서는 옛 진영역사를 김해의 근대역사를 정리해 보여주는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하는데 진행이 잘 안되고 있다. 철도시설공단에서 팔지 않으려 한다. 김해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곳을 진영 출신 인물 김용환 화백, 무용가 박외선, 소설가 김원일 등을 알리는 기념관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시민들의 의견이 한 데 모이면 시가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해의 인물들 중에는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분들이 꽤 된다. 그런데 김해에는 기념비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허웅 박사는 김해 동광초등학교 출신이다. 교육청이나 김해시가 학교 안에 기념관을 세우고 학교에서는 수탁관리를 하면 된다. 김해에는 외국인근로자들이 많으니 '허웅 한글학교'를 만들어 운영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허=허웅 박사 기념관 건립에 시간이 걸린다면 우선적으로 학교 안에 기념비라도 세우면 좋겠다.
 
▶이=인물 관련 기념물은 많을수록 좋다. 축제를 기획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김해에는 경남애니메이션고등학교가 있다. 코주부 김용환 화백과 관련한 축제를 열면 어떨까.
 
―김해지역의 역사문화콘텐츠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와 시민들이 해야 할 일은
 
▶주=경남 통영의 '윤이상음악제'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축제이다. 그런데, 윤이상은 산청 사람이고, 통영에서 중학교 교편을 잡았다는 것 외에는 인연이 없다.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게 중요하다. 의지의 문제다. 김해 시민들은 본받을 만한 인물을 한 분이라도 더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번 '발굴-김해인물열전'을 기점으로 김해 인물사를 체계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이=
지역사회와 인물에 대한 연구와 심포지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축적한 내용은 시민사회프로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전파해야 한다. 그래서 '김해학'이 필요하고, 김해학센터 같은 구심 조직이 만들어져야 한다. 가야 역사도 김해학 속에 포함시켜 김해만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허=대학의 연구자들과 김해지역의 전문가들이 한 데 모여야 한다. 민간단체가 추진하기는 힘들 것이다. '김해학'은 좋은 발상이다. 김해시는 당연히 이를 지원해야 한다. 시민들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김해학'을 비롯한 새롭고 다양한 의견들을 들을 수 있는 의미있는 자리였다. 오늘 이 자리에서 나온 의견을 잘 전달하겠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