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매순간이 항상 가슴 떨리는 처음이다. 첫 사랑, 첫 인상, 첫 직장…. '첫'이라고 소리 내어 읽어보면 그 말 속에는 설렘이 느껴진다. 그런데 불혹 중반의 나이에 '첫'이라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일까? 가능했다. 김용규의 <철학 카페에서 시 읽기>는 나에게 '처음'의 의미와 기쁨을 다시 선물해준 책이다.
 
주부로, 직장인으로 사는 동안 나는 나 자신이 세상이라는 미로 속에 던져진 미아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했다. 그러던 중 독서 토론회 활동을 하게 되었다.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발제와 발표를 하고, 서로 토론을 하면서 삶의 지혜를 얻는 시간이 나를 성숙시켰다. 회원들과 정을 나누는 만남이어서 더욱 좋았다.
 
하지만, 발제의 순서가 다가올수록 부담감도 점점 커져 갔다. 내가 직접 독서 토론회 책을 선정하고, 발제와 토론의 주제를 정한다는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고민 끝에 김용규의 <철학 카페에서 시 읽기>라는 책을 골랐다. 오래된 손때 묻은 책 냄새와 함께, 은은한 커피 향까지 묻어날 것 같은 책 제목에 강하게 끌렸다. 또한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시를 읽고 싶은 소녀 시절 낭만이 내 안에서 반짝하고 빛났기 때문이다.
 
'한국의 움베르토 에코' 라 불리는 김용규의 <철학 카페에서 시 읽기>는 시에 관한 이야기지만 시집은 아니다. 시인 파블로 네루다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이야기로 시작해서 시의 세계로 이어지는 저자의 주제 접근 방식이 가슴에 와 닿았다. '시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연애와 사랑의 기술, 외로운 사람의 자기 사랑법,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건네준다. 마지막으로 '시인이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즉, 물음으로 시작해서 물음으로 끝을 맺는 책이다.
 
저자는 시를 통해 독자에게 많은 질문도 하고 답도 주면서 잔잔한 감동을 준다. 덕분에 나는 다소 어렵게 여겨왔던 철학과 시에 대해서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사랑과 고독이라는 실존의 문제, 문명의 이기에 대한 사유, 철학과 시인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내 마음에 새로운 사유의 터전을 처음으로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 울림이 컸다.
 
팍팍한 삶을 살아가면서 점점 낯설어지는 것이 많다. 철학, 카페, 시, 연애, 사랑, 외로움, 정체성. 이 책은 그런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들이 책갈피마다 묻어나왔고, 메마른 마음을 적셔 주었다.
 
독서 토론회에서 나의 '첫' 발제문의 대상 도서였던 이 책은 내게 여러 가지로 의미가 많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그 아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실제의 경험을 통해 알아가는 방법은 오래간만이다. 나의 첫 독서 토론 발제의 경험도 그랬다. 떨리는 가슴으로 더듬거리며 발표를 했지만, 무사히 해냈다는 사실은 나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이 책은 '내 삶을 비춘, 그리고 미래의 내 삶을 비춰줄 한 권의 책'이 되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으로 믿는다. 이제 곧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아름다운 가을날 <철학 카페에서 시 읽기>를 추천한다.


Who  >> 김미정 씨는
1969년 김해출신. 2003년부터 현재까지 내외문화의집에서 근무하고 있다. '벨라독서회' '김해독서' '문화사랑'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해시청 컴해동이 봉사활동을 통해 김해시민 정보화교육을 돕고 있다. 김해여고 총동창회 간사를 맡아 동문들 소식도 챙기는 알뜰일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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