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8동 반장·부녀봉사단장 등 1인 3역
"아파트에서 절 모르면 이상하죠"

급성장, 급팽창한 도시 김해. 그 이면에는 공동체의식의 와해 혹은 공동체의식의 부재라는 부정적인 그늘도 생겨났다. <김해뉴스>는 공동체의식의 복원과 조성을 위해 <함께 사는 세상-우리 동네 일꾼> 코너를 마련했다. 내가 사는 동네를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들의 삶을 조명하는 공간이다. <김해뉴스>는 이들과 함께 김해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들의 제보(338-9000)와 참여를 환영한다.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겠지요. 이웃의 얼굴을 익히고, 소소한 생활 정보를 나누다 보면 삶은 더욱 즐거워질 겁니다."
 
남편과 함께 세 딸을 키우고 있는 허순란(42·삼계동) 씨. 허 씨의 보금자리는 삼계동 분성마을 5단지 푸르지오 아파트이다. 한림과 상동으로 가는 갈림길 삼계 사거리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다. 세대 수는 1천100여 세대.
 
아파트 정문 앞으로 해반천이 흐르고, 해반천 건너편에 신명초등학교가 있다. 아이들은 해반천을 가로지르는 작은 구름다리를 건너 학교를 오간다. 우거진 수풀과 졸졸졸 흐르는 하천이 아이들과 동행한다.
또 삼계동의 초입에 위치해 있어서 차량 통행이 적고, 공기도 좋은 편이다.
 
"40여 세대가 한 라인에서 마주보고 생활하는데, 절반 정도는 젊은 엄마들이예요. 전체 모임은 활발하지 않지만, 아이들의 연령대별로 소그룹이 형성되어 있어요."
 
허 씨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세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508동 반장이며, 17명이 참여하는 부녀봉사단의 단장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2층에 1만 여 권의 장서가 비치된 자그마한 도서관이 있는데, 그는 이곳에서 관장 일도 맡아보고 있다. 모두 다 봉사활동이다. 좋아서 하는 봉사활동이라 부담은 별로 느끼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두 번 도서관을 대청소하고, 책을 다시 정리합니다. 주민들에게 전달할 내용이 있으면 각 세대를 찾아가기도 합니다. 부녀봉사단을 통해서는 외부 봉사활동을 합니다. 어르신 식사대접이나 아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이 대부분이예요. 다들 맞벌이라서 시간 내기가 여의치 않다 보니 집에서 놀고 있는 저의 직함이 많아진 거죠. 하지만 요즘은 놀기에도 무척 바빠요. 호호."
 
그런 그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것은 이웃과의 소통이다.  "처음엔 서먹서먹합니다. 왜 안 그렇겠어요? '누군가를 알고 지내게 되면 괜히 불편한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의 벽을 극복하기만 하면 비로소 행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봉사활동을 통해 뿌듯함을 느낄 수도 있고, 아이들 얘기를 하다 보면 동병상련의 심정도 갖게 됩니다."
 
소그룹 형태의 모임은 활발한 반면, 반상회 같은 아파트 전체 모임은 썩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허 씨는 그 점이 못내 아쉽다. 허 씨는 "7년 동안 반장으로 일하다 보니 508동에 사는 분들은 반장 얼굴을 거의 다 안다. 아이들이 서슴없이 문을 열 정도다. 아파트라는 닫힌 공간에서 주민들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전체적인 모임도 잘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이종웅 회장은 "허순란 반장은 진정성 있게 봉사활동을 합니다. 우리 아파트 일에 늘 앞장서 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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