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24명과 단감 연구회 결성 친환경·고품질 상품으로 승부
"젊은 세대 농사 기피 아쉬워"


김영우(64·김해시 장유면 유하리) 씨는 '단감재배'전문가다. 단감의 고장 김해에서만 꼬박 30년 동안 단감농사를 지었고, 단감 관련 크고 작은 상도 수두룩하게 탔다. 지난 5일엔 김 씨가 재배한 단감이 전국 최고라는 인정까지 받았다. 김 씨가 최고 품질 과일에게만 주어지는 '탑프루트' 국무총리 상을 수상한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단감을 생산한 김해농부 김 씨를 11일 김해뉴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농부가 무식하다는 것은 편견입니다." 김 씨의 외양은 학문을 오래 익힌 노학자 같았다. 양복을 갖춰 입은 모습이 말쑥했고 말솜씨는 단정했다. 그의 이런 외양은 김 씨의 삶이 학자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농부로 살아온 평생 동안 단감 재배를 학문처럼 여기고 공부하듯 농사를 지었다. 가장 단적인 예가 그가 동료 농부 24명과 함께 꾸린 단감연구회(IFP)다.

단감연구회는 날로 척박해지는 농업환경에서 농부가 생산에만 집중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으로 만들었다. 더 이상 농부가 농사만 잘 지으면 인정받는 세상이 아니었다. 단감연구회 회원들은 그야말로 단감에 대한 모든 것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평생 농사짓는 것만 알던 농부들이 유통을 익히고, 마케팅을 연구했다.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회원들은 날이 새는 것도 잊고 밤새 머리를 맞대며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고 발전시켜나갔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값싼 외국산 과일에 밀려 국내 과일시장은 점점 척박해져 갔고, 단감은 좁은 국내 과일시장에서도 다른 국내 과일의 인기에 밀리기 일쑤였다. 살아남으려면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했다. 단감연구회 회원들은 오랜 고민 끝에 외국산 과일에 '품질'이란 승부수를 띄웠다. 완전한 역발상이었다. 거의 모든 과일재배 농가가 외국산 과일에 대항하기 위해 대량약품재배 등을 통한 가격 낮추기를 시도 할 때, 단감연구회 회원들은 친환경인증을 받았다. 남들은 모두 무모하다 했지만 회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단감연구회는 결국 친환경인증단감을 생산하고 자체브랜드 '가을의 정감'을 개발했다. 홍보에도 최선을 다했다. '웰빙박람회'를 비롯해 각종 전시장을 찾아다니고 자체 판매전도 수시로 개최했다.

그들의 노력은 2005년 경상남도 추천 상품에 '가을의 정감'이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가을의 정감'은 각종 품질대회에서 최고상을 휩쓸었고, '가을의 정감'만 고집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24명의 농부가 던진 정직한 승부수가 과일시장에 즐거운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이젠 국내 농산물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가을의 정감'이지만, 김 씨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단호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인터넷 홍보와 유통구조 개선을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로 꼽았다. 하지만 그를 비롯한 대부분 회원이 나이가 많은 탓에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막막하기만 하다. 농촌엔 더 이상 젊은 세대가 없다. 김 씨는 "먹을거리를 우습게 여기는 나라는 결코 발전할 수 없다"며 "젊은 세대와 국민전체가 농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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