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김대중 정부는 지난 1999년 김해시 구산동 구지봉과 봉황동 일대 유적을 복원하는 내용의 가야역사문화 복원정비사업을 위해 1천297억 원을 투입했다. 약 9년간 추진된 이 사업 덕에 구지봉과 대성동고분군, 봉황동 유적이 현재의 모습을 갖췄고 수릉원도 조성됐다. 패총전시관과 '가야의 거리'도 이때 정비됐다.

#장면 2=노무현 정부는 지난 2006년 김대중 정부가 추진했던 가야역사문화 정비사업을 마무리짓기 위해 2단계 사업을 기획했다. 구산동 일대의 유적을 발굴, 1단계 구역과 합쳐 가칭 '가야문화 벨트'를 구축하겠다는 의도였다. 김해시와 경남도교육청은 적극 환영하고 나섰다.

#장면 3=지난달 31일 김해시청에서 가야사 2단계 문화재 발굴 사업을 위한 레이더 탐사 결과 보고회가 열렸다. 시는 탐사 결과 등을 종합해 문화재청에 문화재보호구역 지정과 함께 관련 국비를 요청할 방침이다. 하지만 레이더 탐사만으로는 구산동 일대 매장 유적의 '정확한 실체'를 확인하기가 불가능해 예산 확보 전망이 어두운 실정이다.
 

▲ 가야문화유적을 발굴해 '가야 고도 김해로 거듭난다'는 취지로 지난 2006년부터 추진된 가야사 2단계 복원사업이 김해시와 경남도교육청 간의 갈등으로 수년째 표류하고 있다. 사진은 구봉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유물 레이더 탐사 장면.

시·도교육청 2006년 MOU 체결
예산확보 문제로 책임 떠넘기기
대상지역 학교 반발 "사업 반대"
문화재청 국비확보 전망도 불투명

당초 지난 2006년부터 올해까지로 예정됐던 2단계 가야역사문화 복원정비사업(이하 가야사복원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김해는 가야역사문화 유적을 통한 독특한 도시 브랜드 창조와 관광 클러스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 사업은 사업 주체인 김해시와 경남도교육청이 책임 떠넘기로 일관하면서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행정기관 간의 갈등과 소극적인 대응 탓에 대상 구역에 포함된 초·중·고교들은 수년째 학교 이전과 보수 공사 등을 미룬 채 전전긍긍해야 했고, 급기야 '사업 반대'를 천명하기에 이르렀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김해시와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2006년 12월 27일 가야역사문화 정비사업을 위한 약정서를 체결했다. <김해뉴스>가 입수한 약정서에 따르면, 경남도교육청은 김해건설공고·김해서중학교·김해구봉초등학교 등이 이전해 갈 부지를 매입하고, 학교시설 공사 등을 위한 정부의 특별교부금을 신청하기로 했다. 김해시는 해당 학교들의 이전이 완료되면 현재의 학교 부지를 일괄 매입하는 한편, 이전한 학교들에게 도서관·체육관 건립비를 지원하고, 전기,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구축해 주기로 했다.
 
또 약정서에 의하면,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2007년에 이전 부지를 매입하고 2009년부터는 학교를 이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2007년 2월 교육시설 이전 사업비 102억 원을 확보했으며, 3년 뒤인 지난 2010년 1월 삼계동 가야대 아랫쪽에 있는 건설공고, 김해서중 이전 부지를 매입했다.
 
하지만 경남도교육청은 학교시설 공사 등을 위한 특별교부금 확보가 여의치 않아지자 이전 계획을 지연시켰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10년 2월에는 2단계 정비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방재정 투·융자 심사 결과 소요 사업비 과다 문제로 인한 '사업 재검토' 결정이 내려졌다.
 
김해시는 2단계 정비사업에 차질이 빚어지자 구산동 일대 매장 문화재를 우선적으로 발굴, 그 결과를 근거로 국비를 신청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런데 여기에서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경남도교육청은 건설공고를 비롯한 해당 학교 학생들의 학습권과 안전문제 등을 이유로 들어 시굴조사를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시는 시굴조사 대신 지난 5월 레이더 탐사 방법을 도입했다. 김해시 관계자는 "경남도교육청이 우선적으로 학교 시설을 이전해야 발굴조사를 끝내고 문화재보호구역 신청 등의 작업을 추진할 수 있다. 경남도교육청이 약정서에 적시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바람에 사업이 삐걱거리게 됐다"며 "현재 레이더 탐사와 일부 시굴조사를 통한 국비 신청을 검토하고 있지만 문화재청이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시의 이런 입장에 대해 경남도교육청은 '적반하장'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우리는 약정서대로 학교 이전 부지를 매입했는데 김해시가 아무런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면서 "김해시가 현재의 학교 부지를 매입하면 경남도교육청에서는 이 매각 비용을 근거로 정부에 학교시설 공사에 필요한 국비 등을 신청할 수 있는데, 김해시는 현재의 부지를 사들일 의지도 예산 없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현재 시는 사업비의 규모를 줄이고 올해부터 2017년까지로 사업기간을 연장했지만, 이마저도 경남도교육청과 정부의 협조 없이는 성사되기 어려워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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