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동산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낙동강과 양산지역 산과 들. 숲에 가려 있던 장쾌한 전망이 시원스럽게 제 모습을 드러내면 감탄사가 절로 난다. 사진/ 이정희 pp8899@korea.kr·최현섭 pchoihs@korea.kr
김해의 산 중에 금동산 만큼이나 낙동강의 빼어난 조망을 갖고 있는 산이 몇이나 될까? 동신어산과 더불어 낙동강의 여유로운 흐름을 지척의 발아래서 바라볼 수 있는 산, 오르는 바위마다 낙동강의 절경이 조망되고, 파노라마처럼 산들이 하나하나 펼쳐져 넉넉한 산행의 기꺼움을 주는 산. 특히 시원한 낙동강 물줄기 따라 흐르는 양산의 산들을 일별하는 재미나, 김해의 무척산과 신어산을 잇는 능선을 멀리 따르는 능선산행의 즐거움이 꽤나 괜찮은 산이 금동산이다. 그렇다고 호락호락 편안한 산행을 바라서는 안 된다. 5백m가 채 안 되는 낮은 산이지만 곳곳에 암벽과 된비알의 비탈이 산행을 막아서기 때문이다.

이번 산행은 낙동강을 중심으로 병풍처럼 펼쳐진 산을 조망하며 걷는 금동산(琴洞山·463.5m) 산행이다. 금동산은 옛날 선녀들이 이 산에서 거문고를 타며 즐겨 놀았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그만큼 주변 경관이 선녀가 거문고를 타고 놀만큼 아름답다는 뜻이리라.
 
대동면 감로리 신곡마을 감로사를 들머리로 전망바위~암봉~금동산 정상~두 번째 전망바위(악어바위)~화현고개~임도~화현마을로 내려오는 코스다.
 
감로사 대웅전 바로 뒤편으로 좁다란 계곡이 나 있고, 그 위의 시멘트 다리를 건너면 금동산 들머리가 시작된다. 산에 들자말자 까마귀가 까옥댄다. 온산이 까마귀 울음소리다. 반포보은(反哺報恩)을 하려는지 여기저기서 분주한 날갯짓이다.
 

밤송이들이 지난 바람에 수북이 떨어져 이리저리 발길에 차인다. 밤송이를 툭툭 차며 걷는 걸음도 재미롭다. 청미래덩굴에 맺힌 푸른 열매는 윤이 반질반질하니 탐스럽다. 발치 곳곳에 취나물이 넓은 잎을 푸르게 펼치고, 가을이 오려는지 쑥부쟁이가 연보랏빛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꽃며느리밥풀도 분홍꽃잎에 밥풀 두어 개 달고 수줍게 웃는다.
 
시작부터 경사가 깊다. 된비알의 산길을 오른다. 금방 온몸이 땀에 젖는다. 계속되는 큰 비탈. 그리고 자주 만나는 돌무지가 앞을 가로막는다. 돌무지 곳곳에는 부처손들이 제 손바닥 활짝 펴고들 있다.
 
한참을 언덕을 치고 오른 뒤 잠시 능선을 따라 숨을 고른다. 고개를 들어 봉우리를 쳐다보니 바위로 우뚝 선 암봉이 위압적으로 다가온다. 잠시 편안한 길을 따른다. 정적. 큰 비탈을 오르기 전 순한 능선이 부드럽다. 한창 된비알의 경사를 올랐기에 편한 능선이 오히려 불안하다.
 
▲ 암벽 곳곳에 가부좌를 틀고 있는 부처손/ 선홍빛 영지버섯 몇 개가 길섶에서 자라고 있다.
계속되는 연달래꽃 군락과 참나무 가지가 나그네의 어깨를 툭툭 친다. 뒤를 돌아보니 낙동강 건너 양산 토곡산이 뒤를 떠받치듯 등을 두드려 준다. 그 힘으로 계속되는 경사를 힘겹게 따라 오른다.
 
돌무지를 계속 치고 오르다 바위 위에 뿌리내린 소나무 한 그루 발견한다. 단단한 바위 위 질긴 뿌리 칭칭 감고, 한창 치열한 삶을 지탱 중이다. 이 소나무 앞에 서면, 쉽게 포기하려던 마음들을 다잡을 수 있겠다. 그 지난하면서도 꺼지지 않는 생명력에 오로지 경외심만 들 뿐이다.
 
오를수록 산줄기 양쪽으로 골이 깊어지며 큰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다. 길섶으로 영지버섯 몇 개 선홍빛으로 한창 발색을 내고 있다. 탐스럽지만 조심스레 낙엽으로 덮어둔다. 조금 더 오르니 소나무 두 그루, 문을 만들 듯 길 양쪽으로 서 있다. 소나무 통천문. 천상으로 통하는 문처럼 소나무 두 그루가 산을 오르는 나그네를 맞이한다. 한발 한발 디딜 때마다 천상으로 한발 한발 더 가까워지는 듯하다.
 
곧이어 수십 m의 큰 암벽이 가로막아 우회의 길로 돌아든다. 오솔길이 난 참나무 낙엽을 저벅저벅 밟으며 암벽 주위로 난 길을 찾는다. 70여도 정도의 경사길이 앞을 가로막고 쉽사리 길을 내어주지 않는다.
 
이 벼랑길을 네 발로 기듯 오른다. 바위와 나무들 사이로 휘돌아 들며 오르는 것이다. 나뭇가지도 잡고 바위도 붙들고 악전고투 오르는데, 발밑 낙엽은 계속 발길을 잡아끌며 오르는 길을 방해한다.
 
▲ 금동산은 해발 500m가 채 안되는 낮은 산이지만 오를수록 깊어지는 골과 낭떠러지가 매서운 산이다.
로프에 의지하여 약 30m 정도를 암벽등반하듯 오른다. 몸의 무게를 모두 로프의 매듭에 의지하고 암봉을 오르는 것이다. 암벽 끝의 소나무가 길을 가로막고 선다. 가만 보니 이 소나무에 로프가 매여 있다. 가는 길을 막았으되 오는 길은 내어준 소나무가 세상사 일처럼 아이러니하다.
 
곧이어 전망대. 전망바위에 선다. 이제껏 숲에 가려져 있던 전망이 장쾌하게 터진다. 7백리 낙동강 물길이 하류로 들며 유장해지고 넉넉해진다. 그 뒤로 양산의 토곡산, 천태산 등이 구름을 머리에 얹고 정좌하고 있다. 황산 베랑길이 선명하게 선을 그으며 이어지고, 양 옆의 산줄기가 두 활개를 뻗어 낙동강 쪽으로 발길을 적신다.
 
다시 암벽을 오른다. 곳곳에 부처손이 가부좌를 틀고 있다. 곧이어 암봉 정상. 정상의 바위 위에 서있는 소나무 두 그루, 낙동강 거친 바람을 맞고 섰다. 장쾌한 전망은 계속된다. 시원한 전망을 마주하며 암봉부터 능선길이 시작된다.
 
바위 능선을 끼고 벼랑길이 이어진다. 절벽 밑으로 금동산을 오르는 산줄기의 짙은 녹음이 풍성하다. 멀리 금동산 정상의 봉우리가 보인다. 한동안 편안한 걸음으로 능선을 걷는다. 바위길과 오솔길이 능선을 이어간다.
 
한 봉우리 다시 넘고 다시 능선을 이으며 오르내린다. 진달래 군락이 계속되고 안부 근처 너덜길이 계곡쪽으로 흘러내린다. 이윽고 통나무 계단을 시작으로 비탈은 다시 가팔라지며 그 정상의 끝을 짐작케 한다. 한참을 오르다 고개를 들어보니 수풀 사이로 하늘이 언뜻 비친다.
 
정상 삼거리 이정표. 이정표에서 완만한 능선으로 70m만 가면 정상이다. 곧이어 금동산 정상. 정상석이 서 있고, 그 옆으로 산악회의 타임캡슐표지석도 아울러 보인다. 그러나 정상에서 만끽하는 시원한 조망이 없어 못내 아쉽다. 사방으로는 수풀이 우거지고 그 사이로 석룡산과 신어산 산줄기가 조금 보일 뿐이다.
 
▲ 하산길 전망바위에 얹혀 있는 악어바위. 수면 위로 살며시 고개를 드는 악어 주둥이를 닮았다.
다시 삼거리 이정표로 내려와 봉암, 매리방면의 하산길을 택한다. 편안한 내리막길. 푹신푹신한 낙엽길이 계속 이어진다. 함께한 이들과 도란도란 주고받는 이야기가 다정스럽다. 잠시 뒤 악어바위가 있는 두 번째 전망바위에서 휴식을 취한다.
 
다시 속 시원하게 탁 트인 전망이 나그네를 맞는다. 마치 산수화나 사진작품 속에서 봄직한 절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물길, 물금의 화재들이 보이고, 그 왼쪽으로 토곡산, 오른쪽으로 오봉산이 물금벌을 감싸고 있다. 강위에는 늙은 어선 한 척 그물을 거두고. 강 옆으로 경부선 열차 하나 길게 꼬리를 끌며 지나간다. 소나무 가지 위에 걸어둔 스틱이 한가롭기만 하다.
 
전망바위 위에는 제법 굵직한 바위가 하나 얹혀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수면으로 살며시 고개를 드는 악어 주둥이를 닮았다. 산꾼들 말로는 악어바위라 하는 모양이다. 어떻게 보면 두꺼비 같기도 하고, 달리 보면 악어 주둥이 같기도 하다.
 
▲ 바위를 뚫고 뿌리내린 소나무. 강한 생명력이다.
악어바위 오른쪽 하산 길로 길을 내린다. 강 위로 구름 그림자가 물길과 함께 길을 따른다. 화현고개 가는 길, 두 번째 목책 앞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택해 하산한다. 본격적으로 경사가 떨어진다. 쏟아지듯 길을 내린다. 한참 만에 서늘한 기운이 도는 화현마을 방면 임도와 합류한다.
 
산기슭을 끼고 휘휘 돌아드는 임도는 화현마을 쪽으로 길을 낸다. 계곡이 깊으니 임도로 올라오는 바람도 서늘하다. 산죽과 신갈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싸리나무 몇 개는 벌써 단풍이 드는 중이다.
 
하산길의 임도가 호젓하다. 오리나무 열매가 바람에 우수수 떨어진다. 그 길 따라 화현마을 날머리가 보이고 꼬끼오~ 하고 수탉 한 마리 홰를 친다. 구불구불 마지막 임도를 돌아드니 대구부산고속도로 상동2터널도 보이고 고속도로 교각 밑으로 화현마을 일부 동그마니 앉아 있다.
 
화현마을. 배낭을 어깨에서 내리고, 땀에 젖은 모자를 벗는다.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는다. 갑자기 매미 소리가 시끄럽다. 매미소리 속으로 나그네 몇몇, 산길 버리고 마을 안으로 휘적휘적 젖어드는 것이다.






최원준 시인/ 문화공간 '守怡齊수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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