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촌면 내삼리에 위치한 '부경축산물공판장'을 찾았다. 이 곳은 부경양돈농협이 2002년 부도 처리된 태강산업을 인수해 재개장한 곳으로, 하루 평균 250마리의 소와 1천800마리의 돼지를 도축해 경매까지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대형 도축장이다. 매서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도축장으로 연결된 도로는 소와 돼지를 실은 트럭들이 연신 밀려드는데 공판장의 넓은 마당은 이미 가축을 실은 트럭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경남 고성에서 한우 2마리를 싣고 왔다는 백경동(70) 씨는 "어제 도축장에 도착했는데 도축할 물량이 너무 많아 이틀을 더 기다려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트럭에서 새우잠을 잤다는 백 씨는 "밤에 날씨가 추워서 힘들긴 해도 사람은 견딜 수 있는데 소들은 꼬박 3일을 아무것도 못먹고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각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처럼 도축물량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구제역 확산을 우려한 축산 농가들이 서둘러 도축에 나선데다, 설 대목까지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지난 13일 김해시 주촌면 내삼리 '부경축산물공판장'. 밀려드는 도축차량 행렬로 북새통을 이룬 가운데 차량에 실려온 소는 자신의 운명을 아는 듯 가만히 눈을 감았다. 눈가에는 눈물 자국이 남아 있다. 서영지 기자

도축물량이 크게 늘어났는데도 설 대목 수요가 급증하는 바람에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소고기는 도매가격으로 1등급 기준 ㎏당 1만7천원까지 올랐다. 축산 전문가들은 설 명절 특수로 이달 말까지 1만9천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돼지고기는 소고기보다 더 많이 올랐는데, 구제역 발생 전과 비교해 ㎏당 1천원이 올라 5천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80㎏ 기준 돼지 한 마리를 놓고 볼 때 무려 16만원이나 오른 셈이다. 부경축산물공판장 김영환 팀장은 "구제역으로 전국에서 100만 마리 이상의 돼지가 매몰됐는데 이는 한 달 도축 물량과 맞먹는다"며 "이달 말까지는 설 명절 수요와 겹쳐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이 좀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해지역의 양대 도축장인 어방동 '김해축산물공판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1997년 부경양돈농협이 김해시 어방동에 처음 개장한 이곳은 하루 평균 170마리의 소와 1천400여 마리의 돼지를 도축하고 있다. 한우를 전문으로 도축하는 이곳은 경남지역에서 사육되는 소가 55%, 경북지역에서 사육되는 소가 45%를 차지했으나, 구제역 발생 이후 반입 물량이 10% 정도 줄었다. 구제역이 발생한 경북지역의 도축물량 반입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인데, 그 빈자리를 전남지역 소들이 채우고 있다.
 
이곳도 소와 돼지를 실은 대형트럭들로 빈곳을 찾기가 힘들다. 출하 농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도축 순서를 기다리며 정부당국의 축산 행정에 불만을 쏟아냈다. 거창에서 한우 50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김정식(75) 씨는 "요즘 구제역으로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이 오른다고 하는데 정작 축산 농민들은 남는 게 없다"며 "사료 값 빼면 한달에 5만원 수입도 안된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현재 거세된 육우(700㎏) 한 마리를 도축할 경우 1등급을 받아야 600만원을 손에 쥘 수 있는데, 사료 값과 도축비용 등 고정비용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구제역 여파로 도축장은 연일 만원사례를 이루고 소고기·돼지고기 가격은 고공행진을 거듭하지만, 정작 축산 농가들은 남는 것이 없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어 정부 축산정책의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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