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면 대감리 감천(甘泉)마을은 나지막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맞은편 낙동강 너머로는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의 줄기가 뻗어 있는 게 보인다. 여름에는 들판을 지나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고, 한겨울에는 뒷산이 찬바람을 막아줘 따뜻하다. 마을에는 하루종일 볕이 잘 들고, 인근에 운하천이 흘러 농사를 짓기에 좋다. 마을 주민들은 "이만큼 살기 좋은 곳이 또 없을 것"이라며 입을 모은다.
 

▲ 감천마을은 온실가스가 없는 '그린빌리지'이다. 마을 곳곳에서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한 집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김병찬 기자 kbc@

주민들은, 앞산에서 마을을 내려다 보면 마을 모양이 흡사 말이 뛰어가는 형상같다고 한다. 마을 뒷동산에는 '달꾸만당'이라는 곳이 있다. 오래 전, 마을에 물이 들어찼을 때 닭이 앉았던 자리만큼만 땅이 남아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나이 많다고 쉬는 사람 하나 없어요 그러니까 대동면에서 저축률이 최고지
동네에 그 흔한 슈퍼도 하나 없다니까
운하천 없을 땐 들판 잠기기 일쑤였지
동네 사람들 지게로 흙 날라 지었어
태양광발전시설 집들 많은 새마을이죠


마을 이름은 달 감(甘), 샘 천(泉)이라고 해서 '물이 달다' '샘이 좋다'는 뜻이라고 한다. 감천마을의 샘은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했다. 마을 앞에 펼쳐진 들판은 저 옛날에는 뱃길이었다. 아직도 들판의 끝자락에서 땅을 파 보면 조개껍데기가 나온다고 한다. 그러니까 감천마을에는 바닷물이 올라왔지만, 식수로 사용된 샘물은 깨끗하고 맛있었다는 게 주민들의 이야기다. 이곳에는 현재 130가구 30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예전보다 가구 수가 늘어나는, 흔치 않은 자연마을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부지런한지 몰라." 마을 경로당에 모인 어르신들이 말했다. 감천마을 주민들은 대동면의 여러 마을들 중에서도 가장 부지런하고 근면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우리 마을의 주된 농작물은 당근과 대파인데, 80살이 넘어도 전부 들에 나가 일을 합니다. 지금은 가을배추를 심는 시기라 한창 바쁘죠." 감천마을 원인상(57) 이장이 말했다.
 
사실이다.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니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직접 트랙터를 몰며 농사일을 하고 있다. 청년이고 어르신이고 할 것 없이 넓은 들에서 성실하게 일을 하다 보니 저축률도 대동면에서 가장 높다.
 
감천마을에 없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슈퍼다. 꽤 규모가 큰 마을이지만 장사가 안돼 하나 둘 사라져 버렸다. 마을 주민들이 담배나 술을 사는 경우가 드문데다, 필요한 식품은 직접 길러서 먹으니 슈퍼가 소용이 없는 것이다.
 
▲ 마을의 당산나무인 포구나무. 길게 늘어진 나뭇가지와 잎이 제법 근사하다.
마을 입구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면 우물이 하나 있다. 마을에서 가장 큰 우물로, 감천마을 주민들이 모두 이용했던 곳이다. 우물 옆에는 '우리의 우물은 우리가 깨끗이 합시다'라고 적힌 간판이 붙어 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감천마을의 상징 같은 것이어서 쉽게 없애지 못하고 있다. 감천교를 지나면 큰 나무 두 그루가 보이는데, 마을 주민들의 쉼터가 되어 준다. 당산나무인 포구나무는 새파란 잎을 거느린 가지를 늘어뜨려 골목 윗부분을 덮고 있다.
 
감천마을에서는 운하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운하천이 없을 때는 비만 오면 물이 넘쳐 들판을 뒤덮기 일쑤였다. 그러면 한 해 농사가 수포로 돌아갔다. "오래 전 운하천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사는 게 힘들었어요. 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들판이 잠겨버렸으니 먹고 살기가 힘들었죠."
 
운하천의 흙은 지게로 지어 날랐다. 운하천 공사장에서 일을 하면 어느 정도 돈을 벌 수 있어 다른 지역 사람들도 많이 왔다. 흙을 퍼다 나르는 일부터 둑 옆에 돌을 쌓는 것까지 기계의 힘은 하나도 빌리지 않았다. 오로지 사람의 힘만으로 '여물게' 만들었다. 비만 오면 들판이 잠길까봐 속을 태웠던 주민들은 그 후론 걱정 없이 농사일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감천마을은 세련된 모습을 갖춘 색다른 느낌의 자연마을이다. 나지막한 담장을 따라가다 보면 모양새가 예쁜 주택들이 많이 보인다. 집집마다 대문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고, 대문이 있다 해도 활짝 열어놓았다. '그린빌리지'로 지정돼 있는 마을이라 곳곳에서 태양광 발전시설을 단 집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린빌리지'는 태양광 발전 같은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생활하는 마을을 말하는데, 감천마을의 40가구 정도가 김해시와 에너지관리공단의 지원을 받아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에너지를 자급자족 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따뜻한 물도 잘 나오는데다 전기비도 아낄 수 있어 만족스럽다. 우리 마을에서는 태양광 발전 그린빌리지 사업이 잘 되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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