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유 부영임대아파트 전경. 박정훈 객원기자
주택 관련 전문가 및 김해시는 "현재 임대주택법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데에 동의한다.
 
동의대학교 재무부동산학과 강정규 교수는 법이 태동하게 된 취지를 들어 지금껏 임대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IMF 직후 가라앉아 있던 건설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임대주택을 활성화시켜야 했고, 그렇기 때문에 사업자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안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사업자 입장에서 공공임대주택은 이윤이 거의 없어 '매력 없는' 사업이었다. '선분양제도'를 적용하는 다른 주택들과 달리, 임대주택은 '후분양'이기 때문이다. 보통 건설사업자들은 입주자들에게 주택을 분양한 후 이윤을 남기고 나면, 해당사업에서 바로 발을 빼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임대주택은 빠른 시일 내에 이윤을 볼 수 없는 사업이다.
 
그래서 이들을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당근'이 필요했다. 강 교수는 가장 큰 '당근'은 바로 이들 사업자에게 '건설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임대주택 사업자는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하는 건설자금을 장기간 낮은 금리로 빌려 쓸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자기자본이 0원일 경우라 해도 건설사업에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과거 건설사 확보 위해 자금지원 등 '당근' 제시
사업자 유리한 쪽으로 관련 법 통해 혜택 줘, 임차인 권리 보장을 위한 법 개정 필요성 커져

강 교수는 또한 정부가 이들에게 자금지원 외에 분양가격에 관한 자율결정권을 쥐여주며 임대주택 활성화를 유도해 왔다고 말한다. 이어 "2008년 이후에는 임대주택법 전부개정을 통해 '분양가 산출규정'을 못박아 놓긴 했으나, 이 또한 임차인보다는 사업자측에 조금 더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지금까지는 관련법을 통해 사업자측이 혜택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가 무주택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임대주택을 활성화시키려 했다면, 이제는 임차인들의 권리보장을 위해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해시 건축과 김성길 주무관은 "무엇보다도 모호한 법이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관련법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법 적용을 하는 시 입장에서도 어려움이 많을 뿐더러, 임차인들도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관계당국과 입주민들은 잦은 불화를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 장유지역 부동산중개업소에 다른 아파트들의 매매가가 게시돼 있다.

특히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장유 대청리 부영임대아파트 6단지(6·8·9차)의 경우, 분양전환가격에 명시돼 있는 '자기자금이자율'이 문제가 된 케이스이다. 자기자금이란, 임대아파트를 분양으로 전환할 시점에 아파트가격에서 국민주택기금융자금을 뺀 금액을 임대사업자와 입주민이 절반씩 부담하는 돈을 말한다. 관련법에서는 이 이자율을 '1년만기 정기예금이자율'로만 명시하고 있을 뿐, 정확한 예금상품을 밝히고 있지 않아 혼선을 빚는 경우가 생긴다.
 
김 주무관은 "2008년 시에서 부영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을 승인할 때, 가입자 제한이 없는 1년만기 정기예금 중(당시 국민주택기금수탁은행은 국민은행) 하나를 선택했다"며 "그러나 이보다 0.65% 낮은 금리의 상품이 있어 결과적으로 임차인들이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또한 2008년 6월에는 국민주택기금수탁은행이 우리은행으로 바뀌는 바람에 더욱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는 즉, 관련법이 미비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면서도 김 주무관은 일방적으로 임차인들만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법에 의해 5년이 지나면 분양전환승인 신청을 할 수 있고, 이때 사업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분양가가 산출될 수 있지만,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임차인이 분양전환을 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어 "임차인의 선택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주무관은 "아무래도 예전에 비해서는 관련법이 임차인들을 배려하는 쪽으로 개정되고 있는 것 같다"며 "아직까지 법으로 인해 사업자와 임차인이 혜택을 보는 비율이 반반이라고 할 수 없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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