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호호 방문하며 업무 익혀
살기좋은 아파트 만드는 게 목표
"편들지 않고 일하기도 힘드네요"

"10년을 살아도 앞집 사람 얼굴을 모를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가가호호 방문을 한 덕에 이웃을 제법 많이 알게 됐어요."
 
장유주공 6단지 서명순 이장은 '동네일꾼'이 된 이후 삶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3년 전 주변의 권유에 따라 이장일을 맡은 것을 계기로 스스로가 좀 더 적극적인 '이웃'으로 변했다는 설명이다. 이웃과 만나 대화하는 과정에서 내성적인 성격도 외향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서 이장이 하는 일은 여느 이장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장유면사무소에서 열리는 월 2회 회의에 참여하고, 거기서 들은 소식을 아파트 주민들에게 전달한다. 가급적 주민들이 소식을 빨리 접할 수 있도록 아파트 입구 게시판 등을 주로 활용한다. 주민들의 민원이 있으면 해당기관에 전하는 일과 민방위통지서를 전달하는 일 등도 그가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서 이장에게는 이 같은 일이 전부가 아니다. 아파트 주민들이 살기 좋도록 하는 모든 일이 궁극적으로 그의 일이란다.
 
"뭘, 어떻게 해서 더욱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지? 궁리에 궁리를 거듭합니다. 이젠 습관이 된 것같아요. 제가 이장 일을 하는 동안 아파트가 많이 발전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이장 일을 한 걸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요. '아나바다 장터'나 바자회를 열어 마을기금을 조성할 계획도 갖고 있는데 추진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때로 도움의 손길이 그를 기다리기도 한다.
 
"마을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안타까운 사연도 접하게 됩니다. 이런 일이 있었어요. 여성가장 문제였는데, 남편 없이 홀로 자녀들을 키우고 있는데 몸이 아파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관리비조차 내기 어려운 형편이었죠. 한 번은 전화가 와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이장이라서가 아니라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외면할 수가 있어야지요. 면사무소에 가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도움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봤어요. 면 직원도 적극적으로 나서 줘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었어요. 좀 더 많은 도움을 못줘 아쉬웠지만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위로하고 있습니다."
 
동네 일을 하다 보니 주의해야 할 것도 있다. 편을 들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서로 다투기도 합니다. 니가 맞냐, 내가 맞냐 따지기도 합니다. 그때 옳고 그름을 얘기하게 되는데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자칫 이장은 내편이 아니라고 오해를 살 수 있거든요. 일단 이야기를 듣고, 입장은 되도록 나중에 밝혀야 합니다. 뒤늦게야 알았어요.(웃음)"
 
어려운 점은 주민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이다.  "저희 아파트의 경우 공간이 넓은 편입니다. 여유 공간을 활용해 편의시설을 갖추면 다른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런데 기존 이용자들의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점들이 어렵게 느껴져요. 공간 이용의 효율성을 위해 조금씩 양보하는 주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서 이장은 이 아파트에서 10년째 살고 있다. 남편과 함께 두 딸을 키우고 있으며, 젊은 시절에는 경남도청 공무원으로도 일했다. 공무원 생활 이후 재직했던 회사에서 퇴직한 그는 3년 전부터 장유주공 6단지 이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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