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입주자대표회장·2년째 노인회 봉사
주민화합 위해 발로 뛰는 일흔넷 열혈청춘

"한때 아파트 일과 관련해 문제가 있었어요. 대다수 입주민들이 이구동성으로 잘못됐다고 얘기했지요. 그런데 막상 나서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때 떠밀리다시피 잘못을 바로 잡는 일에 앞장섰고, 그게 동네일을 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구산동 시영아파트에 사는 조중환(74) 씨의 말이다. 조 씨는 19년 전 이곳에 이사와 6년 동안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일했다. 2년 전 부터는 노인회 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조 씨에 따르면, '동네일꾼'이 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약간의 용기와 남을 배려하는 마음, 불의를 참지 못하는 정신만 있으면 누구든 동네사람들을 위해 일할 수 있다. 특히 어떤 이는 바쁘다는 이유로, 또 어떤 이는 귀찮다는 이유로 꺼려했던 일을 맡게 된 이유에 대해 조 씨는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 때문 같다"고 명확하게 답했다.
 
"그때도 그랬어요. 입주자대표의 전횡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고, 누군가는 나서야 하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저 역시도 답답해 했구요. 입주민으로서의 권리를 찾아야 했고, 잘못된 것에 대한 근거도 있었으니 문제 해결에 나서게 된 것이죠. 이웃을 위해 한 발 앞장서서 일하다 보니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까지 맡게 된 것입니다."
 
조 씨는 늦은 나이에 김해시청에 들어가 세무·회계 담당공무원으로 일했다.
 
"퇴직 후엔 달리 할 일이 없었어요. 그러던 중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기더군요. 아파트 살림을 투명하게 하는 것 등이 그것이었죠. 자율방범대가 잘 운영되도록 측면에서 돕기도 했고, 아파트 관련 민원이 발생하면 중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노인회 회장으로 일하면서 누구나 찾아와 즐겁게 놀 수 있는 노인회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니 간혹 대립이 발생하기도 한다.
 
"수년 전이었는데, 아파트 도로 재포장 공사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어렵게 시의 지원을 받아 재포장 공사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입주민 중 한 분이 강하게 항의를 했습니다. 왜 시끄럽게 공사를 하냐는 것이었어요. 아마도 밤에 일을 하고 낮에 쉬는데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많이 짜증스러웠는지 '이런다고 닭장이 달라지냐'고 하더군요. 그 말엔 화가 났어요. 여기 사는 사람들이 모두 닭인가요?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보자고 한 일인데, 그런 마음을 알아주지는 않고 자기 불편함만 내세우는 걸 보면서 속이 좀 상하기도 했습니다."
 
일흔 넷이라는 나이는 지금 하는 모든 일을 소중하게 여기도록 만든다.
 
"노인정에 회원으로 가입된 분들이 남여를 합해 약 45명 정도 됩니다. 대부분 즐겁게 지내지만 간혹 텃세를 부리는 노인들도 있습니다. 의견표출을 잘 못하는 분, 장애가 있는 분들도 있는데 몇몇 분들 때문에 노인정에 놀러 오질 못하더라고요. 노인회장이 된 후 가장 신경을 쓴 게 이 부분입니다. 텃세를 부리거나 왕따시키는 그런 일이 없도록 회의 때마다 얘기했어요. 제명까지 거론했구요. 지금은 1년에 두 번 여행도 가고 여러 곳의 지원을 받아 점심도 함께 해먹습니다. 오시는 분들이 모두 즐거워 하니 참 기분이 좋습니다."
 
조중환 씨는 "지금 주어진 일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동네일을 할 것이다"며 "이웃 간의 단절문제는 하루 빨리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지금 살고 있는 세대가 이웃에 마음을 여는 모범을 보일 때 뒷세대들도 따라하게 된다.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을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