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담수공사 때 2500파운드 선봬
46년간의 경험과 기술력으로 승부수
비관적이었던 경쟁업체들마저 놀라
CEO가 현장 참여해야 기술확보 쉬워


▲ 한국밸브 이정용 대표가 지난 2005년의 쿠웨이트 담수공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앞서가는 기업들은 늘 불가능에 도전한다. 블루오션(현재 존재하지 않거나 알려져 있지 않아 경쟁자가 없는 유망한 시장)을 찾아 연구를 하고 시제품을 만들어 내 현장에 적용한다.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작업이다. 성공할 확률이 있는 반면, 실패할 확률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한국밸브주식회사 이정용(57) 대표는 지난 2005년에 있었던 쿠웨이트 담수공사를 잊지 못한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국내 기업이 단 한 번도 만든 적이 없었던 초대형 밸브가 사용됐다. 무려 2천500파운드의 압력을 지탱할 수 있는 거대한 직경의 밸브였다. 2천500파운드의 압력을 견딘다는 것은 250~300㎏의 중량을 견디는 것과 같다. 미세한 틈만 있어도 밸브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품을 선보인 이 대표는 시험테스트 내내 가슴을 졸여야 했다.
 
"성공할 확률은 6, 실패할 확률은 4였습니다. 경쟁업체에서는 한국밸브가 해낼 수 없을 거라고 했어요. 심지어 이 일로 인해 회사가 망할 거라는 소문까지 돌았습니다. 그런데 결국 해냈습니다. 시험테스트를 참관하러 온 검사관도 놀라더군요. 그래도 미심쩍었던지 무려 3시간이나 테스트를 했습니다. 그때 만든 밸브는 담수화설비에 적용돼 지금까지 잘 사용되고 있습니다."
 
초대형밸브를 개발하기까지 이 대표와 직원들에게 밤낮은 없었다. 공장에서 먹고 자기를 반복했고, 잠자는 시간도 두 시간 남짓이었다. 오로지 제품 개발에만 주력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담수화시설에 쓰이는 메인밸브(초대형밸브)를 비롯해 80억 원어치를 수출했다. 한국밸브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계기였다.
 
성공한 기업들이 그렇듯 한국밸브가 국내 밸브업계에서 선두적인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기술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 46년간의 경험을 직원들에게 전수해 오고 있다.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지금도 그는 하루에 두 번씩 공장을 찾아 직원들과 의견 교환을 하고 있다.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기술자에게만 일을 맡겨서는 안됩니다. CEO가 직접 참여해야 합니다. 그래야 오랜 노하우를 접목할 수 있고, 현장의 어려움도 알 수 있습니다."
 
기업을 설립한 이유는 기울어진 가세를 되돌리고 싶어서였다.
 
"태풍 사라 때 통영시 욕지면에 있었던 아버지의 어장이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그 전까지는 비교적 부유하게 살았는데, 그 이후부터는 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쌀밥을 배불리 먹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이후 청년이 되어서 대한조선공사라는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지금의 한진중공업이죠. 그때만 해도 배를 직접 만들었던 건 아니었어요. 외국배를 수리하는 일이 주 업무였습니다. 녹슨 배관 등을 교체했는데 그게 계기가 돼 밸브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이 대표의 다음 목표는 4천500파운드의 압력을 견디는 초고압밸브와 극저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초저온밸브를 만드는 것이다.
 
"밸브는 인간에게 있어 매우 필요한 것입니다. 밸브가 없으면, 소주나 맥주, 탄산음료도 먹지 못할 겁니다.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필수품이죠. 내년이면 창립 30주년이 되는데 곧 공장을 이전합니다. 고생한 직원들이 더 나은 근무환경에서 일하게 돼 기쁩니다. 공장 건립이 한창인데 '복지동'에 특히 많은 신경을 쓰고 있어요.(웃음)"
 
한편 이정용 대표는 1954년 통영시에서 태어났다. 거제 욕지중학교와 해동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1995년 연세대 경제대학원을 수료했다. 한전기계공업 생산부장을 역임했으며, 1985년 한국밸브의 전신인 해강정밀을 창립했다. 2006년 5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했으며, 모범중소기업인 국무총리상, 자랑스런 김해CEO상, 연세최고경영인상 등의 수상경력이 있다. 김해일반산업단지 운영위원회장, 김해서부경찰서 보안협력위원회 위원장, 김해소방서 안전대책위원회 수석부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한국밸브㈜
김해시 주촌면 선지리에 위치해 있으며 석유화학 및 정유 플랜트용 주강밸브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각국에 밸브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김해일반산업단지에 신규공장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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