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그 쌓인 잇몸속 치석·치태로
치조골·치주인대 등에 염증 유발
오래 두면 당뇨·치매 등 합병증도
칫솔질 잘해 평소 입안 청결히
스케일링·약물·잇몸수술로 치료

지난 여름부터 찬물을 마실 때 이가 시려 불편해 하는 최 모(42·삼방동) 씨. 최근 들어서는 입에서 냄새가 심하게 난다는 아내의 타박과 함께 칫솟질을 할 때 잇몸에서 피가 나기 시작해 치과를 찾았다가 잇몸질환(치주질환)이란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감기 다음으로 흔한 질환이 구강질환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만큼 광범위하고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치료나 예방을 소홀히 한다는 뜻이다. 방치하면 동맥경화증이나 당뇨병, 뇌경색, 치매 등을 유발할 수도 있는 잇몸질환의 증상과 치료·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 치아의 구조와 잇몸질환
치아는 정밀한 공작설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잇몸을 뚫고 나온 치아는 '법랑질'이라는 피부를 갖고 있다. 이 법랑질은 머리카락의 100분의 1 굵기의 6각형 인산칼슘 막대들로 구성돼 있어, 음식을 씹을 때 가해지는 엄청난 압력에도 끄떡없이 견딜 수 있다. 법랑질 아래에 있는 상아질은 뼈와 같은데, 치아의 감각기능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상아질 밑에는 신경과 혈관·세포가 들어있는 치수가 있는데, 치아의 심장부라 할 수 있다. 이렇게 구성된 치아는 치조골(이틀뼈)이라는 뼈의 구멍 속에 뿌리를 내리고, 수천 개의 섬유조직으로 이뤄진 치주인대에 의해 백악질에 고정돼 있다.
 

이런 치아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각종 영양소를 섭취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해 부원동 박민생치과의원 박민생 원장은 "치아가 건강하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단백질을 비롯, 필수 영양소가 함유된 음식들을 잘 섭취할 수 있다"며 "하지만 평소 구강관리를 소홀히 하다 보면 치아뿐만 아니라 치조골과 치주인대, 잇몸 부위에 염증이 생겨 치아의 지지가 약해지는 잇몸질환을 앓게 된다"고 말했다.
 
잇몸질환 때문에 씹는 기능이 떨어지면 질긴 음식, 즉 섬유질이 함유된 음식을 섭취하기가 어려워져 혈중 포도당 증가와 과도한 인슐린 분비 등으로 인한 성인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잇몸질환을 일으키는 세균들이 혈관을 통해 떠돌아다니다가 어느 한 곳에 붙어 염증을 일으키면 손상된 혈관 부위에 콜레스테롤이 쉽게 달라붙어 동맥경화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조산이나 뇌경색, 치매, 심지어 정신질환과도 연관이 있으며, 류머티즘 질환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잇몸질환의 원인과 진행과정
잇몸질환의 주된 원인은 입 안의 세균과 그 세균의 부산물 및 음식물 찌꺼기로 이루어진 치아 표면 위의 끈적끈적한 프라그(치면세균막)이다. 입 안에는 300여 종의 세균이 살고 있으며, 타액(침) 1㏄에는 약 1억 마리의 세균이 있다. 이 가운데 잇몸질환을 일으키는 세균들은 대부분 타액보다는 잇몸 속 치태에 존재한다. 프라그는 칫솔질을 하면 제거되지만, 음식을 먹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치아 표면에 부착된다. 따라서 프라그를 오랫동안 제거하지 않으면 석회화 물질인 치석으로 변해 잇몸 속에 쌓이며 염증을 더욱 심하게 만들고, 점차 치조골까지 파괴하게 된다. 이 외에도 유전이나 호르몬, 약물복용, 임신, 잘 맞지 않는 보철물, 흡연, 스트레스, 영양 불균형 등도 잇몸질환 유발과 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잇몸질환의 진행 과정은 3가지 단계를 거친다. 우선 건강한 잇몸은 연분홍색을 띠며 매우 단단해서 이를 닦을 때 피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프라그가 장시간 제거되자 않아 잇몸 색이 붉어지거나 가끔씩 피가 나고 잇몸이 붓기 시작하면 치은염을 의심해야 한다. 다음 단계는 초기 잇몸질환인데, 치아표면에 달라붙은 프라그가 단단한 치석으로 변하고, 치아 뿌리 쪽으로 침범해 치아 주위 조직에 염증을 일으킨다. 잇몸질환이 상당히 진행되면 잇몸이 심하게 붓고 피가 자주 나며, 이가 흔들리기도 한다. 또 치아의 뿌리가 드러나거나 고름이 나오기도 하며 음식물을 잘 씹을 수 없게 된다.
 
박민생 원장은 "잇몸 염증이 연조직에만 국한돼 있으면 간단한 치료로도 회복이 가능하지만, 일단 잇몸질환이 발생해 뼈 조직이 손실되면 재생이 어렵기 때문에 원 상태로의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잇몸질환의 치료는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질환의 진행을 정지시키고 건강한 상태로 유지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잇몸질환의 치료와 예방
잇몸질환 치료의 기본은 세균을 제거하는 것이다. 약물치료 시에는 대부분 세포의 활성화를 돕고,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와 출혈 억제 성분을 함유한 약물들이 사용된다. 하지만 이 같은 약물들이 잇몸질환의 원인균을 직접 죽이지는 못하므로 다른 치료법들과 더불어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된다.
 
심하지 않은 잇몸염증은 일반적으로 스케일링만으로도 치료가 된다. 하지만 잇몸염증이 진행돼 치조골까지 염증이 있을 때는, 스케일링 이후 잇몸 속 치아 뿌리 깊숙한 곳까지 침투한 치태와 치석, 염증조직을 제거함으로써 치아 뿌리의 표면을 매끄럽게 해주는 치주소파술을 받아야 한다.
 
만약 치조골이 많이 소실되었을 정도로 치주염이 심화됐을 때는 잇몸수술을 받아야 한다. 잇몸수술은 해당 부위의 잇몸을 마취한 뒤 절개해 깊은 곳의 치석과 염증조직을 완전히 제거하는 방법이다. 잇몸수술은 때로 치조골을 이식하거나 잇몸조직을 되살아나도록 하는 치료를 포함하기도 하지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잇몸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구강상태를 항상 청결히 하는 것이 우선이다. 박민생 원장은 "칫솔질은 프라그를 제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치아 사이에 낀 음식물 찌꺼기 등은 칫솔질만으로는 완전히 제거하기 힘들기 때문에 치실이나 치간칫솔 등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며 "흡연이나 잦은 음주 등도 잇몸질환의 주요 원인이 되므로 건강한 잇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것들을 삼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박민생 치과 박민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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