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읍 진영리에 위치한 옛 진영역이 지난 2010년 12월 15일 KTX진영역 개통과 함께 105년 역사를 마감했다. 이후 김해시는 옛 진영역사를 관광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옛 진영역 부지 소유주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이하 공단)은 매각을 거부했다. 자체적으로 수익사업을 하겠다는 게 거부 이유였다.
 
이로 인해 김해시의 구상은 겉돌 수밖에 없었고, 2년이라는 세월이 하릴 없이 흘러갔다. 공단도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았고, 진영역사와 그 일대는 무방비 상태로 방치된 채 흉물화, 우범지대화 되어 갔다. <김해뉴스>는 이같은 실태를 전하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김해뉴스 9월 18일자 1면 참조)
 
그런데 최근 문제 해결의 단초가 마련됐다. 공단 측이 민주당 민홍철(김해 갑) 국회의원에게 매각 의사를 전달한 것이다. 민홍철 의원은 지난 11일 공단에서 열린 국정감사 과정에서 옛 진영역의 폐선 철로와 주변 부지를 김해시에 매각하라고 촉구했다. 공공기관이 직접 부동산 개발에 나서면 철도공사법과 철도시설공단법에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하자 공단 측이 입장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을 갖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있다. 김해시가 부지를 매입한다 하더라도 활용 방안을 두고 잡음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시는 주변 관광지와 연계해 옛 진영역을 활용한다는 복안이지만, 관광객을 끌어당길 만한 구체적인 콘텐츠는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이다. 일부에서는 봉하마을과 연계해 '노무현역'으로 부르자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지만, 정치적인 목적으로 활용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그렇다면, 다른 도시들이 폐쇄된 옛 역사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산시는 폐쇄된 부산진역의 내부를 적절히 활용해 미술 전시회인 '부산비엔날레'를 열고 있다. 부산시에서는 부산진역 역사 활용 방안에 대한 부산시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합실을 멋진 미술관으로 재탄생시켰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오는 23일 폐쇄될 예정인 진주역의 활용 방안을 두고 진주YMCA를 비롯한 지역의 시민단체와 지역의 예술가들이 한 데 뭉쳤다. 이들은 기찻길과 기차역을 사진, 미술, 영상, 문학 등으로 기록한 뒤, 역사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이젠 김해 시민들이 옛 진영역의 활용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댈 차례이다. 김해시청이나 진영읍 게시판을 통해 옛 진영역 활용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해도 좋겠고, 몇몇 시민들끼리 자그마한 워크샵을 열어 의견을 교환해도 좋겠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아이디어를 내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김해시가 무언가를 해주길 기대하기 보다, 내가 먼저 무언가를 찾아서 해보는 게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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