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축하 선물 · 출산 선물 등
주인 참여 독려에 혼신
말 한마디 배려에 이웃과 사이 좋아져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다. 동네일꾼도 마을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긍정적 변화의 혜택은 마을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김영숙(48) 삼계동 한솔솔파크 부녀회장도 마을을 바꾸고 있는 동네일꾼이다.
 
"한 일도 별로 없는데 인터뷰라니요. 쑥스럽네요.(웃음)"
 
그는 8년 전 이곳에 이사를 왔다. 한솔솔파크 아파트의 첫 입주가 시작될 무렵이었다.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 남편의 만류가 있었지만 그는 반장이라는 직책을 선뜻 맡았다.
 
"아파트에 처음 입주했으니 여러가지 문제들이 생길 수 있었겠죠? 누군가는 앞장서야 했기에 짐을 지게 된 거예요."
 
주어진 짐이 무겁지만은 않았다. 해야 될 일이 생기면 계획을 세웠고, 잊어버리지 않도록 메모를 했다. 그는 지금도 할 일을 메모한다. 나이 때문이란다.
 
"저희 아파트는 지금까지도 반상회를 하고 있어요. 30가구 중 23가구가 참석할 정도로 활발한 편이예요. 반상회를 그냥 계획 없이 하는 건 아니고 그날의 안건을 정해 논의합니다. 나오지 않으면 벌금도 내야 해요."
 
그러나 반상회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다. 한 아파트에 살지만 이웃의 마음을 열기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택한 방법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었다. 이웃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스케치북이나 과자같은 작은 축하선물을 준비했다. 새로 이사 온 가구가 있으면 찾아가 "반상회 나오셔서 인사라도 하세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어느 날은 신생아가 태어났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축하금 3만 원을 건넸다. 반비 규정에 따른 것이었다. 아이를 다 키운 가구들이 혹 불만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지급 규정을 폭넓게 적용했다. 소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또 다른 이웃도 이웃의 작은 마음을 건네받을 수 있었다.
 
"아파트는 영원히 머무는 곳은 아닙니다. 가는 사람은 가고 사는 사람은 살아요. 그런 가운데 제 바람은 우리 아파트에 살았던 사람들이 살던 시절을 잠시 떠올렸을 때 '행복했다'고 기억하는 것입니다."
 
반장으로 활약하던 그는 2년 여 전부터 이 아파트 부녀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리고 일을 벌였다. 바자회를 연 것이다.
 
"재활용품 바자회였는데 잘 될까 걱정하는 분위기였어요. '이걸 누가 사겠냐'며 우려하는 회원들도 꽤 있었죠. 그런데 할머니들이 물건을 사갔습니다. 누군가는 요긴하게 쓸 수 있는 것들이 많았어요. 안 팔린 물건들은 '아름다운가게'에 기증했습니다. 보람이 컸죠. 회원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거예요." 바자회 수익금은 아파트 주민들에게로 되돌아갔다.
 
"뭘로 할까 고민하다 친환경세제를 나눠드렸어요.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주민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환경에도 도움이 될 테니 일석이조구요." 물품을 못 받은 세대는 직접 방문을 했다. 그는 각 세대를 방문해 현관문에 작은 쪽지 하나를 붙여놓았다. '언제 언제까지 찾아가지 않으시면 물품을 바자회용으로 기증할 예정이오니 이점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한솔솔파크 부녀회장'…. 같은 말이지만 이웃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려는 노력. 그가 부녀회장으로 살아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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