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과 문제점 및 대책

김해지역의 병원들과 보건소에서 보험사기와 리베이트 문제가 잇따라 터져나왔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김해지역 의료계의 부끄러운 단면이 드러났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김해지역에서 보험사기와 리베이트 수수 문제가 잇따라 터져 나와 지역 의료계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경남경찰청이 압수수색을 단행한 김해보건소.

■ 원인은 무엇인가
보험사기는 과잉진료와 허위진단서가 그 발단이 된다. 보험금이 지급되려면 진단서가 발급돼야 하고, 보험사기는 어떻게든 병원과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통상적으로는 교통사고가 났을 경우, 또는 다치거나 수술을 할 경우 환자 측에서 먼저 과잉진료나 허위진단서 발급을 요구하는 게 상례이다. 이는 의원급 병원으로 갈수록 더 심해진다는 게 의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소소하지만 수익을 낼 목적으로 보험사기를 의심하면서도 진단서를 발급해준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에 적발된 보험사기 규모는 4천237억 원으로 전년대비 13.1%나 증가했다.
 
리베이트의 경우 올해 감사원이 내놓은 건강보험 약제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보면 2007년부터 5년간 제약회사 등이 제공한 리베이트 금액이 무려 1조 1천418억 원에 달했다. 국내 제약산업의 전체 시장 규모가 2011년 기준 약 19조 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보험사기와 리베이트 등의 비리는 그 사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전문영역인데다 암묵적으로 행해지기 때문이다. 보험사기 판단의 근거가 되는 허위진단서는 의사의 고유 권한에 속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진단서만으로는 보험사기 여부를 판단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리베이트의 경우에도 당사자들끼리의 거래라 찾아내기가 어렵다. 김해중부경찰서 관계자는 "리베이트는 내부적으로 고발을 하거나, 경쟁사의 고발을 통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같은 성분의 약이 수십 종 존재하고, 각 약마다 차별성이 별로 없어 리베이트 영업에 의존하게 된다는 의견도 있다. 또 정부가 올해 초 약가인하를 단행했는데, 약가인하로 인해 이윤이 줄어들게 됨에 따라 제약회사 측에서는 약을 더 많이 팔기 위해 리베이트를 영업 수단으로 쓸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적인 문제도 있다. 보험사기의 경우 형법상의 사기죄만 적용된다. 한 보험회사 보상팀 관계자는 "보험사기로 밝혀지면 과잉 진료비 부분은 병원에 청구하면 되지만 그에 대한 법적 처벌 수준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 무엇이 문제인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윤인순 의원은 지난 7월, 민영보험사기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누수액이 연간 1천637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재정누수는 보험사기가 건강보험 요양급여 부당청구로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또 민영보험사기의 37.6%(2009~2010년 평균)가 건강보험에 이중 청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일반 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엉뚱한 곳으로 새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리베이트는 의료인들에 대한 향응이나 접대 등 국민 건강과 관계없는 비용으로, 의·약사의 주머니를 불리는 데만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리베이트로 인해 의약품 처방이 증대하면 건강보험재정에 악영향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회사는 이 비용을 약값에 포함시킬 수밖에 없고, 대부분의 약값을 지급하는 건강보험재정은 해가 갈수록 적자가 심해지게 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제약업계의 발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문제다. 리베이트 탓에 자칫 효과가 불분명한 약들이 유통될 위험성도 제기되고 있다.

■ 어떤 대책이 있나
정부는 리베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 11월, 리베이트 쌍벌제(리베이트를 뇌물로 간주해 주는 쪽과 받는 쪽 모두를 처벌하는 제도) 등 다양한 조치를 마련했지만 불법 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리베이트 수수혐의로 적발돼도 관련 소송 등으로 인해 행정처분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쌍벌제 시행의 실효성에 의문이 가는 부분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쌍벌제를 도입한 이후 지금까지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총 5천634명의 의료인이 적발됐다. 이들이 리베이트로 챙긴 금액은 조사된 것만 115억~116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중에서 행정처분을 받은 의료인은 58명에 불과하다. 수수액이 300만 원 이상이거나 사법처리 결과가 확정된 경우에만 행정처분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협회 정책실장은 "개인병원과 중소 병원들에 대해서는 관리감독이 잘 되지 않고, 대학병원 등 큰 병원도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만 후속 조치하는 게 대부분"이라면서 "각 기관에서 충분히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데, 정부의 리베이트에 대한 처벌이 좀 더 엄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제약회사들이 체질개선을 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리베이트는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둔 채 도덕적 문제로만 접근하면 안된다"며 "리베이트를 없애기 위해서는 정부가 제약회사의 경쟁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소멸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험사기와 관련해서는 현재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등에 분산돼 있는 보험계약 정보와 보험금 지급 정도 등에 대한 정보 교류 활성화와 민관 간의 정보 공유 확대 등의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그동안 미미했던 보험사기의 처벌 수준을 강화하고 구체적인 처벌방식 등을 법률상에 명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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