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벽화가 그려진 학교 담장 앞에 모인 구봉초등학교 어린이들과 김옥자 교감.   사진/ 박정훈 객원기자 punglyu@hanmail.net
유적지·박물관·도서관·공원 등
학교 둘러싼 지리적 이점 커
각종 체험행사 손쉽게 참여 가능

문:
해반천, 수로왕릉, 허왕후릉, 국립김해박물관, 연지공원, 김해도서관, 봉황동유적지, 김해민속박물관, 구지봉, 대성동고분박물관, 김해문화의전당…. 이들의 공통점은?
답:구봉초등학교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장소.

화제 된 '가족 벽화 그리기'
자랑거리 '구봉 무지개 누리길'
좋은 환경 덕에 학부모 사이 인기

정말 그럴까? 미심쩍다면 '김해관내지도'를 한번 펼쳐보시라. 위에서 열거한 각 공간의 중심에 이 학교가 자리잡고 있다. 구봉초등은 1980년에 개교했으니 어언 30여 년의 역사를 헤아린다.
 

▲ 김재편 교장(맨왼쪽·이하 오른쪽), 오금혜 어린이회장, 박문주 학부모회장이 교정을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재평 교장은 "김해에서 35년째 살고 있고 김해의 여러 학교들을 다녀봤습니다. 구봉초등에 와서 처음 느낀 건, 우리 학교가 정말 가야의 중심에 위치해 있구나, 하는 겁니다. 우리 학교에는 구석진 곳이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디서 뭘 하는지 한 눈에 다 보입니다. 학교 주변에는 유흥가 같은 유해환경이 없어요. 위험요소가 없다는 거죠. 이만큼 환경이 좋은 학교, 어디 또 있나요?"라고 자랑했다.
 
이 학교의 이정호 교사는 2010년에 발행된 개교 30주년 기념지 <가온누리>에서 한 술 더 떠 학교 자랑을 하고 있다. "구봉초등학교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학교의 위치가 아닐까 합니다. 정남향에 좌청룡(분성산줄기), 우백호(임호산), 남주작(봉황대), 북현무(구지봉)의 신령스러운 동물이 지켜주는 한가운데에 우리 학교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흔히 이런 자리는 나라의 궁궐이 서는 자리라고 합니다." 이 교사는 이 글에 '우주의 중심'이라는 제목을 붙여놓았다.
 
가야 역사의 한 복판을 차지하고 있으니, 이 학교는 각종 체험을 할 때 다른 학교보다 위치 면에서 매우 유리하다. 김해의 주요기관에서 시행하는 각종 체험 행사가 이 일대에서 주로 열리고, 지리적 이점 덕에 손쉽게 행사에 참여할 수 있으니 학부모들은 기꺼워 한다. 박문주 학부모 회장은 "얼마 전 김해의 모 대학 교수가 역사문화체험활동을 다양하게 하는 학교가 어딘지를 수소문한 끝에 우리 학교로 아이를 전학시킨 일이 있었어요. 사실 전국 어디에도 이만한 환경을 가진 학교는 없을 걸요"라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최근 이 학교는 김해지역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가족 벽화 그리기' 활동 때문이다. 이 학교 담장에는 지난 4월부터 가야의 유물을 주제로 한 벽화가 하나씩 생겨나고 있다. 화가이기도 한 김옥자 교감은 이 학교에 부임하면서, 담장이 특이한 형태임을 알아챘다고 한다. 멀리서 보면 담장이 액자를 하나씩 세워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회색 담장이었을 때는 그냥 스쳐지나갔던 사람들도, 벽화 작업이 진행 중인 지금은 '처음부터 벽화를 그리라고 만든 담장'이라며 감탄을 한다.
 
김 교감은 동료화가들을 초빙해 학생들과 부모들이 직접 벽화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학생들의 건강을 고려해 친환경페인트를 사용하는데, 벽화의 주제는 가야의 유물이다. 오리형토기, 수레바퀴뿔잔, 집모양토기, 가야의 문양 등이 모두 벽화로 되살아나고 있다. 학생들은 유물 하나를 정한 뒤 거기에 상상력을 더했다. 오리형토기에서는 즐거운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고, 집모양토기에서는 꽃이 만발하기도 한다. 토요일이면 만사를 제쳐놓고 자녀의 손을 잡고 학교로 와 그들만의 벽화를 몇 달에 걸쳐 완성해 가는 가족도 있다. 그림솜씨가 없는 몇몇 학생들은 잘못된 부분을 바탕색으로 수정하는 역할만이라도 하고 싶다며 떼를 쓸 정도로 벽화작업은 온 학교의 관심사이다.
 
학교 주변의 자연환경은 이 학교만의 자랑인 '구봉 무지개 누리길'을 만드는 데에도 일조했다. 구지봉길, 해반천길, 수로왕릉길, 봉황대길, 매화길, 솔밭길, 연지공원길 등. 김해시에서 만든 '가야사누리길'보다 먼저 조성됐다는 '구봉 무지개 누리길'은 지도로도 제작돼 있다. 주제별, 계절별 활용도 가능해 보인다.
 
매월 발간하는 독서소식지 <책이랑>이며, 구봉 밴드부며 다른 자랑거리를 잔뜩 듣고 돌아서 나오는데, 눈이 확 뜨인다. '시민의 종'이 학교 본관에서 정면으로 보여서다. 이 종은 처음부터 이 학교의 상징물로 만들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누군가는, 부럽겠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