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09년부터 시작한 '남해안 관광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부산시가 개발해 발표한 17곳의 관광상품 길 안에 '허왕후 신행길'이 포함됐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어떻게 부산에서 먼저?"라고 생각하지 않은 김해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기자 역시, '아차 우리가 한 발 늦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김해 사람들에게 수로왕릉이나 허왕후릉은 너무도 익숙한 곳이라, 그 역사적 의미마저 가끔 잊어버릴 때가 있다. 중년 이상 세대에게는 학창시절 내내 학교의 단골 소풍지였고, 인근 학교에서는 청소까지 도맡아 했으니. 지금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는 어린이집 시절부터 탐방코스로 익숙한 곳이다. '허왕후'라는 존칭과 '허황옥'이라는 이름을 구분해 부를 수 있는 것도 김해사람들뿐일 터.
 
김해시의 대처가 한 발 늦었다는 생각과 함께, 김해여성복지회관에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4년 동안 개최한 '허황옥 축제'가 계속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든다. '허황옥 축제'는 전국의 여성계가 비상한 관심을 보였고, 여성주의 문화단체인 ㈔또하나의문화에서 제4회 고정희상(단체부문. 2007)을 수여할 정도로 전국적 인지도를 가지고 있던 축제였다. 그러나 김해시의회에서 축제 예산을 삭감하면서 더 이상 축제를 운영할 여건이 안돼, 축제가 사라지고 말았다.
 
장정임 김해여성복지회관 관장은 "인도·일본 등과 연계해 아시아여성축제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축제가 사라진 것"이라며 "허황옥이 망산도·유주암·흥국사를 거쳐 금관가야의 중심지였던 김해로 들어오는 신행길이 탐방코스로 개발 중이었던 사실을 생각하면 더욱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축제를 기억하고 있는 김해의 여성들 중에는 기자에게 "허황옥 축제가 계속 열렸다면, 부산이 '허왕후 신행길'을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허왕후 신행길' 관련 취재 중에 만난 김해의 문화계 인사들은 "김해시 전체가 문화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가 가지고 있는 역사문화의 현장이 많다. 문화콘텐츠의 하드웨어는 갖추어져 있는 셈이다. 그것을 녹여낼 프로그램, 소프트웨어가 아직까지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가야의 설화를 내용으로 한 책 <아! 가야>를 펴낸 수필가 박경용 씨는 "김해는 총론은 있는데, 각론이 없는 상태"라며 "각론마다 스토리텔링이 따른다면 시민들도 크게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이미 일은 벌어졌다. 지금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허왕후 신행길'이 부산 것이니 김해 것이니 하며 다투기 보다는, 두 도시가 넓고 적극적인 안목으로 상생과 융화 발전의 방안을 찾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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