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인사를 하겠습니다. 저나 다른 공직자에게 인사 청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불이익을 주겠습니다." 지난해 10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후에 가진 첫 정례 간부회의에서 한 말이다.
 
부산시도 지난 6월 인사 청탁을 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등 인사와 채용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김해시는 어떨까? 멀어도 많이 멀었다. 최근 한 대학 관계자로부터 어이없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내용은 이랬다. 김해의 한 공기업이 지난달 초 정규직원을 공채했다. 경쟁률이 40대 1을 기록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이 대학 관계자는 몇몇 학생들이 응시를 한 터라 해당 공기업의 수장에게 전화를 걸어 응시상황을 물었다. 그런데 이 수장은 "청탁은 꿈도 꾸지 마라. 김해시장도 청탁을 많이 받아 피곤하다고 알려왔다.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떻겠느냐"며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어쨌든 채용 절차가 마무리되었는데, 역시나 뒷말이 무성하다. 일부 응시자들은 최종 선발된 응시자의 자격에 의문을 제기하며 해당 공기업에 항의 전화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지 소문과 억측에 불과할 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이번 공채 선발전형은 1차 서류전형, 2차 면접이 전부였다. 1차 서류전형에서는 그 흔한 최소학력, 학교성적, 토익점수 같은 최소한의 기준도 적용하지 않았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김해지역의 체육·문화계에서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문화계의 한 인사는 "대학에서 사회체육학을 전공했고, 문화 관련 행사에 대한 경험도 전무한 사람이 어떻게 문화행사 기획 부서의 상급자로 올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며 "공개 선발 과정조차 없어 항의를 해보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푸념했다.
 
<김해뉴스>는 지난달에 공직자들의 청렴도 순위가 높은 지자체 관계자들에게 비결을 물은 적이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단체장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김해뉴스 10월 10일자 3면 보도)
 
이쯤해서 김맹곤 김해시장에게 제안을 하나 하고 싶다. 인사 청탁을 받고 피곤해 하거나 곤혹스러워 할 게 아니라, 이참에 인사 청탁을 한 사람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건 어떨까? 때로, 결심은 단칼에 하는 것도 한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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