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의 '추일서정' 10곳

▲ 수로왕릉의 가을풍경. 김병찬 기자 kbc@gimhaenews.co.kr

시인 조병화는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돌아오고 있습니다'라고 읊었습니다. 시인 박성룡은 '차겁지만 그렇게 차겁지는 않게, 뜨겁지만 그렇게 또 뜨겁지도 않게, 가을꽃들 피어난다'고 했습니다.
 
바야흐로, 가을입니다.
 
삼계동 경전철 차량기지에서 봉황동 전하교에 이르는 해반천 변은 잔잔한 윤슬 빛과 온갖 가로수의 원색 빛으로 채워진 넉넉한 길입니다. 어릴 적, 동무들과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면서 본 하늘, 그 벽공이 경전철 철궤 위로 저만치 펼쳐져 있습니다.
 
마음 편히 드높은 가을 하늘을 바라본 게 언제였던가요? 혹 먹고 살아야 한다는 이유로 우리는 짙푸른 하늘을, 이 가을을 잊고 살지는 않았습니까?
 
<김해뉴스>는 지난 여름 '김해의 시크릿 가든(7월 11일자 1·3면 보도)'을 통해 우리 지역의 숨은 비경들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저희는 신문이 당대의 사실과 진실을 기록하는 것 이외에, 지역의 자연과 삶의 모습들을 얘기하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 믿습니다.
 
하여, 김해지역에서 '추일서정'을 만끽할 수 있는 10곳을 선정해 보았습니다.
 
'만산홍엽'의 계절인지라, 어딜 가도 눈은 호사를 하기 마련입니다만, 특히 김해의 들과 산, 강이 빚은 순도 100%의 빛깔은 감동 그 자체입니다. 왕릉공원, 박물관 앞길을 걸을 때는 살가운 낙엽 소리가 귀를 간질입니다. 화포천의 억새와 갈대는 바람의 결을 따라 은백색의 머리칼을 흩날립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벼 그림'이 박힌 봉하들판에서는 '만날 수 없는 사람과 시간들'을 헤아려 봅니다. 그런 날에는 항용 쓸쓸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영혼, 감사, 열매, 기도…성스런 모국어들이 가슴 한 곳을 먹먹하게 합니다. 한 시인은 말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다시, 가을입니다. 만추입니다. '시월의 마지막 밤'은 이미 지났습니다. 서두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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