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약하고 코와 귓속 짧은 9살 이하 환자가 전체의 절반
감기 바이러스·세균 등에 취약 청력손실 외에 뇌수막염 등
치명적 합병증으로 발전 가능성 호흡기 질환 걸리지 않도록 유의
불러도 대답없고 통증 땐 의심을 약물치료 해도 효과 없으면 수술

초등학교 입학 전인 6살 서준. 얼마 전부터 엄마 아빠가 불러도 대답을 안 하는 경우가 더러 있고, 귀가 아프다며 짜증을 부려 부모와 함께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진단결과는 중이염. 항생제 처방을 받아 약을 먹고 있지만 좀처럼 낫지를 않아 부모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린이들은 감기 후유증으로 중이염이 올 수 있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기 쉬운 요즘 같은 시기에는 부모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화해 청력장애같은 합병증이 초래될 수도 있다.
 
■ 감기 많은 계절 중이염 비상

▲ 중이염은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이 어린이에게서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나 부모의 각별한 관찰과 적극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사진은 갑을장유병원 이비인후과에서 소아 중이염 검사를 하고 있는 장면.
중이염은 감기가 창궐하는 겨울과 초봄에 많이 발생한다. 특히 면역력이 약하고, 코와 귓속이 짧고 발달이 덜 된 9살 이하 어린이들이 중이염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분석 결과 나타났다.
 
중이염이란 고막 안쪽의 공간인 중이강내에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한다. 발병기간 및 임상 양상에 따라 급성중이염, 삼출성중이염, 만성중이염 등으로 나뉘어 진다. 특히 어린이들은 '이관(코와 연결돼 있으며 고막 안의 공기 양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이 짧고 굵기 때문에 감기 바이러스나 세균이 쉽게 전파돼 염증이 발생하기 쉽다.
 
중이염이 무서운 것은 청력손실이나 어지럼증같은 합병증 외에도, 뇌염이나 뇌수막염 같은 치명적인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갑을장유병원 이비인후과 최병권 과장은 "출생 후 유아나 소아의 3분의 1 이상이 세 번 이상 급성중이염에 걸리며, 전체 소아의 96%가 최소한 3살까지 한 번 이상의 중이염에 걸린다는 보고가 있다"며 "일반적인 원인균은 베타용혈성 연쇄상구균인데, 소아에서는 호흡기 질환을 동반하는 폐렴구균이나 헤모필루스균도 많이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 치명적 합병증도 유발
급성중이염의 경우 귀의 통증과 먹먹해지는 폐색감, 압박감 등이 먼저 나타난다. 또 맥박과 일치하는 박동성의 통증이 나타나며, 영아의 경우 통증이 생기면 보채며 울거나 귀를 잡아당기는 시늉을 한다. 38℃ 전후의 열이 발생하는데, 고막 천공(구명 뚫림)과 함께 귀 밖으로 고름이 나오며 열이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안면신경마비를 비롯한 합병증 외에, 수막염·경막외농양·정맥동염·뇌농양 등이 드물게 찾아올 수 있다.
 
삼출성중이염은 고막 안에 물이 차는 중이염을 말한다. 귀의 통증이나 발열 등의 증상 없이 중이강 내에 삼출액이 고이는데, 대개는 급성중이염 발병 후 급성기가 지나간 뒤에 생기거나 감기를 앓은 후에 발생한다. 급성중이염 환아 10명 중 3명 이상에서 삼출성중이염으로 진행하고, 이 가운데 80~90%는 3개월 이내에 자연치료가 된다. 하지만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자연치료율이 20~30%로 떨어지게 돼 만성삼출성중이염으로 발전하게 된다. 상태가 지속되면 고막 천공, 안면신경마비를 비롯한 다양한 합병증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
 
문제는 삼출성중이염의 경우 귀의 통증이나 발열같은 중이염 증상은 없으면서, 귀가 막힌 듯한 느낌과 난청 등의 불편감만 있기 때문에 유아나 어린이의 경우 부모가 모른 채 지나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최병권 과장은 "아이가 텔레비전 볼륨을 높인다든지, 지나치게 가까이 보려한다든지, 수업 도중에 주의가 산만해진다든지 하는 이상 상태를 보인다면 삼출성중이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며 "그 외에 이름을 불렀는데 대답을 잘 안하는 등의 청력이상 현상을 보인다면 가까운 이비인후과에서 고막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치료와 예방
급성중이염에 걸리면 일단 안정과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약물요법으로는 페니실린계나 세파계통의 항생제를 투여하는데 10일 정도면 대부분 완치된다. 고막 천공으로 귀에서 고름이 나오는 경우에는 국소적인 항생제 용액(점이액)을 넣고, 진통소염제와 비점막 수축제를 초기에 사용하면 효과가 있다. 그러나 통증이 심한 경우나 세균 배양을 목적으로 하는 일부의 경우에는 고막을 절개해 고름을 빼내기도 한다. 급성중이염은 대부분 2~4주에 완치되지만 고막 천공, 석회침착, 감음성 난청(속귀와 뇌 사이에 이상이 생겨 소리가 들리지 않는 현상) 등의 후유증이 남을 수 있고, 만성중이염으로 이행되기도 한다.
 
수술적 치료 시에는 일단 감기·알레르기비염·부비동염같은 원인 질환을 없애는 데 주력한다. 최병권 과장은 "생체 변화가 심하거나 약물치료를 1~2개월 했는데도 호전되지 않을 경우 고막을 절개하고 중이환기관을 삽입해 치료를 한다"며 "특히 아데노이드(인두편도가 증식·비대해서 여러가지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 증식증이 있는 유아나 어린이의 경우 삼출성중이염이 자주 재발한다면 아데노이드 절제술을 함께 시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예방을 위해서는 호흡기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숙면 등 휴식을 취해야 한다. 또 손발을 청결히 하고 귓속을 심하게 후비지 않는 게 좋다. 코를 풀 때 너무 세게 풀면 중이염이 생길 수 있으므로 한 쪽씩 번갈아 푸는 게 좋다. 만성적으로 고막 천공이 있다면 샤워나 목욕을 할 때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유아는 수유할 때 바닥에 뉘어 먹이기보다 앉혀서 비스듬한 자세로 먹이는 게 좋다.


도움말=갑을장유병원 이비인후과 최병권 과장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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