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 제작 방과후 활동에 참여한 '로봇 댄스교실' 프로그램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로봇이 최고라고 자랑한다. 사진/ 김병찬 기자 kbc@
"모든 것은 학생이 우선이죠"
교장실마저 줄이고 허리띠 살림 각종 교육지원공모사업 응모
학년별 아동 발달단계 맞게 방과후 프로그램 교육행사 마련

"학생수 적은 게 교육엔 더 좋아
수업이든 프로그램이든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해"

어머니들은 자녀가 학교에서 먹는 급식의 질과 내용이 궁금하기만 하다. 그런데, 교장이 직접 나서서 부모의 마음으로 급식을 챙긴다면 안심을 해도 되지 않을까?
 
한림면 안하리 안명초등학교 서점선 교장은 학생들이 먹을 김장김치를 직접 담근다. 김장김치에 쓸 젓갈을 제철에 미리 마련해두고, 고춧가루도 미리 빻아 둔다. 김치를 사먹는 주부들이 많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서 교장의 마음 씀씀이는 누구에게나 고마운 일이다. 어느날, 학생과 교사들이 함께 김장김치를 만드는데, 그날은 갓 담근 김장김치로 점심을 먹는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안명초등학교의 교장실은 독특(?)하다. '교장실이 왜 이래?'라는 생각이 퍼뜩 든다. 일반 교실의 3분의 1 정도 될까. 서 교장은 2010년 3월, 부임하자마자 원래의 교장실을 줄여 학생들을 위한 보건실로 내놓았다. 벽면을 향해 앉은 집무 책상도 소박하다. 아니, 솔직히 '초라한' 교장실이다. "모든 것을 학생 우선으로 생각합니다. 쓸데없는 시설보다,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하나 더 시행하는 게 중요하죠." 서 교장이 말했다.
 
사실 학교 예산만으로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사업을 펼치기 힘들 때가 있다. 그래서 안명초등은 교육청·문광부·기업체 등의 교육지원공모사업에 응모, 지원예산을 확보해 교육관련 사업을 추진한다. 발품을 팔아 공모 사업을 찾아내고, 지원을 확보하는 것인데, 교사들의 노력이 일등공신이다. 그리하여 안명초등은 고학년 학생 전부를 '겨울 스키 캠프'에 보내고 있다. 학생 부담은 없다. 봄·가을 두 번에 걸쳐 문학기행도 다녀온다.
 

▲ 안명초등 유치원 원아들이 제철음식으로 차린 간식을 먹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안명초등의 방과 후 프로그램은 알차다.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 만든 프로그램은 각 학년 아동의 발달단계에 맞게 단계별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학원을 안 다니기 때문에 사교육비가 필요 없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것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사교육비가 필요 없는 학교이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좋은 강사를 초빙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필요하다. 서 교장은 이를 위해 자신의 당직비를 내놓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날, 과학 활동인 '로봇 댄스 교실'이 열렸다. 크고 작은 부품 상자들을 앞에 두고, 로봇을 조립하는 학생들의 눈빛이 진지하고도 신중했다. 3학년 김동욱 군은 "처음에는 혼자 조립하는 게 어려웠는데, 다 만들고 나니 너무 재미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줘서 고맙습니다"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학생들이 만든 로봇들은 음악에 맞춰 춤도 춘다. 그만큼 수준이 높다.
 
▲ 풍물영재반 학생들의 연습은 공연 못지 않은 열기를 뿜어낸다.
3·4학년 풍물영재반은 도서실에서 신나게 연습을 하고 있었다. 도서실에서 풍물 연습을? 도서실이지만 한쪽 벽면이 무대여서 공연장이 되기도 하고, 점심시간에는 식당이 되기도 한다. 풍물영재반은 올해 김해교육지원청에서 주최한 음악경연대회에서 풍물 금상을 수상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학생들의 몸짓과 풍물 소리가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도서실이라고 해서 서가에 꽂힌 책을 살펴보았다. 성인용 도서가 따로 분류되어 꽂혀 있었다. 학부모, 그리고 안하리 마을 사람들이 함께 이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학교 도서실은 마을문고이기도 한 셈이다. 도서관의 장서는 어떻게 마련했을까. 예산이 모자란다고 해서 손을 놓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 안명초등은 네이버에서 시행하는 도서지원 사업에 응모, 책을 지원받고 있다. 학생들은 금요일이 되면 집에서 읽고 싶은 책과 부모의 희망도서를 함께 대출해 '책꾸러미'를 들고 하교한다. 주말동안 책을 읽고 월요일에 반납한다. 학생들은 인근의 할머니들을 찾아가 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하기도 하고, 학부모들은 독서동아리를 만들어 교류를 하기도 한다.
 
▲ 서점선 교장
정성운(6) 어린이 회장은 "방과후 프로그램이 너무 너무 재미있어요. 교장선생님도 다른 선생님들도 모두 너무 너무 좋아요. 전 삼계동에서 학교 버스를 타고 와요"라고 말했다.
 
마을 아이들만 입학한다면 안명초등은 아마 학생 수가 모자라 폐교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교육환경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학생 수가 늘어났다. 전교생의 3분의 2가 삼계동 등 거리가 제법 먼 지역에서 통학하고 있다. 학교에는 아이를 전학 보내고 싶다는 문의전화가 수시로 걸려 온다. 병설유치원은 대기자가 줄을 서 있다. 서 교장은 "학생 수 늘리려고 무조건 전입생을 받지는 않는다. 지금의 학생 수가 수업의 집중도나 교사의 관심도 측면에서나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학생 수는 얼마나 될까.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학년 당 10~15명이다. 각 학년에는 한 반씩만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안명초등을 '귀족학교, 명품학교'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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