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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오너라! 게 아무도 없느냐 ~"김해 한옥체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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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1.01.25 14:22
  • 호수 9
  • 14면
  • 강민지 기자(palm@gimhaenews.co.kr)

   
 
비질 갓 끝낸 듯 단정하고 넓은 마당
겨울 하늘로 사뿐히 고개 든 처마 끝
풍경소리 휘어도는 툇마루 풍광 고즈넉

안채와 별채, 전통식기 수라상 '감지방'
다도·탈공예 등 체험 프로그램 다양
가족단위 방문객 추억 쌓기 안성맞춤


연일 겨울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찬바람을 맞고 덜덜 떨면서 오는 날이면 절절 끓는 아랫목만큼 위안이 되는 곳도 없다. 외풍은 들어오지 않지만 햇볕은 자연스럽게 스미고, 밖의 소리가 재잘거리며 방문을 타고 넘어오는 뜨뜻한 방에 하루만 몸을 누이고 나면 겨울감기쯤은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아랫목에 대한 그리움은 한옥에서 자랐고 안 자랐고 하는 경험과는 별 상관없다. 구들방에 대한 추억은 기억에 기억을 타고 넘어와 전해지는 법이니깐.
 

   
▲ 조선시대 양반가옥을 고증해 만들어진 김해 한옥체험관. 기와의 우아한 곡선이 아름답다.
하지만 요즘 한옥은 그립다고 선뜻 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어디든 사람이 사는 곳이면 불쑥불쑥 들어서는 아파트의 위세에 밀려 한옥이 그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이제 한옥을 만나려면 인위적으로 조성된 한옥마을을 찾아야 한다. 그것도 대부분 만져볼 수도 누워볼 수도 없는 전시용이다. 그런 점에서 김해사람들은 참 행운이다. 보는 것은 물론 숙박도 가능하고 문화 체험과 전통음식 맛보기까지 가능한 '한옥체험관'이 김해에 위풍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으니 말이다.
 
김해 한옥체험관은 모두 7동 방 85칸짜리 건물이다. 그런데 한 동이 아쉽다. 한 동을 더 지었으면 방이 99칸이 됐을 테고, 말로만 듣던 고래등짝 같은 양반집을 볼 기회가 됐을 텐데 말이다.
 
사연은 이렇다. 한옥체험관은 2006년 가야유적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신축됐다. 원래 계획은 8동 99칸짜리 한옥건물이었지만, 건설 도중 이곳이 가야의 궁궐터로 밝혀지면서 마지막 한 동 건설이 무산된 것이다. 비록 한 동은 비었지만 김해한옥체험관은 품위엔 문제가 없다.
 
   
▲ 숙박은 안채의 방을 포함 모두 13개실에서 가능하다. 실내는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대문(사주문)이 활짝 열려 있다. 이리 오너라, 호기를 부려 볼 틈도 없이 한 발을 들였다. 비질을 갓 끝낸 듯 단정하고 넓은 마당이 한 눈에 들어온다. 층층이 겹쳐진 무게를 말없이 이고 진 기와지붕이 눈에 들어온다. 푸른 겨울하늘로 사뿐히 고개를 들고 있는 처마 끝이 아름답다. 맑게 울리는 풍경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툇마루에 엉덩이를 슬쩍 걸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체험관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만나는 건물은 한식당 '감지방'이다. 음식은 반수라(한우불고기정식, 장어구이, 산딸기 영양돌솥밥)가 1만5천~3만원, 점심특선(우거지해장국·삼계탕·동태찌개)이 8천~1만5천원 수준이다. 주문을 하면 음식이 유기 등 전통식기에 소담하게 담겨 나온다. 화학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후식인 수정과까지 손수 담근다는 것이 이 집의 자랑이다.
 
사무실 등으로 이용되는 행랑채를 거쳐 안으로 들어가면 안채다. 섬돌을 한 칸 딛고 올라선 툇마루가 햇살을 받아 반들거린다. 반쯤 열린 장지문을 보니 체면 불구하고 들어가 눕고 싶어진다. 망설일 필요 없다. 한옥 체험관의 모든 방은 무료로 개방된다. 자유롭게 들어가 보고 쉴 수도 있다. 단, 숙박객실로 이용되는 13개 방은 손님의 편의를 위해 오후 5시부터 다음날 11시까지는 출입이 제한된다. 객실요금은 방에 따라 다르다. 2인실인 '월파실'을 기준으로 주중 8만원, 주말 10만원이다. 예약은 전화나 인터넷으로 가능하다.
 
   
▲ 김해한옥체험관 만의 자랑인 전통문화체험교실은 언제나 인기가 높다.
안채의 왼편으로 늘어선 건물은 별채인 '탐미당'과 사당이다. '탐미당'은 한옥체험관에서 가장 아름답게 지어진 건물이다. 담담한 모습의 안채와 화려한 별채를 함께 놓고 보면 정실부인과 첩 사이의 갈등이 담긴 사극 한 편이 떠올라 웃음이 난다.
 
   
▲ 한옥체험관에선 수시로 탈춤, 사물놀이 등 각종 전통공연을 재현한다.
흙마루를 밟고 다시 중문으로 나서면 현대 양식을 접목한 것 같은 2층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문화사랑방으로 1층은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고 2층에선 각종 전통문화체험행사가 진행된다.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은 김해한옥체험관의 자랑이다. 전시 기능만 하는 다른 지역 한옥체험관과 차별화 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다도예절, 김해가랑오광대 탈공예 ,떡 메치기 등 강의 내용은 다양하다. 가장 호응도가 높은 수업은 매번 다르지만, 꾸준히 인기가 높은 과목은 탈 공예다. 가격은 한 강의 당 5천원 수준으로 10인 이상 전화예약을 한 경우만 가능하다.
 
한옥체험관을 방문하는 관람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과 창원 등 인근 지역에서 오는 이용객도 느는 추세다. 지난 달 말까지 모두 8만여 명이 다녀갔다. 단체관람을 하기도 좋고, 가족단위로 방문해 추억을 쌓기도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단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건물이 지나치게 현대적이어서 한옥 특유의 정취가 훼손되고 숙박이나 식당 가격대가 다소 높게 책정됐다는 것이다. 김해의 명물로 서서히 인정받고 있는 한옥체험관이지만 앞으로 수십 년 한옥 같은 진득한 멋을 내기 위해선 끝없는 다듬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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