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의 깨끗한 환경을 지키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창암마을 경로회원들이 모여 마을을 청소한다.

밀양과 맞닿아 있고 강 건너 삼랑진
푸른 바위 많아 '창암'으로 불려
1960년대 외지인들 용머리 훼손 후 쇠퇴
둑 쌓고 들 만들어 삶의 터전 마련
초대 수리조합장 조중환 씨 공덕비 세워
단감·딸기·벼농사 지으며 오순도순

"마을에 공장이 들어오는 건 반대예요. 공기도 안 좋아지고, 인심도 나빠지더라구요. 우리 마을에서는 축사도 마을 밖에 있어요."
 
생림면 안양리 창암마을. 창암마을은 김해의 맨 끝자락에 자리잡은 마을이다. 밀양과 맞닿아 있고, 마을 옆을 흐르는 낙동강을 건너면 삼랑진이다.
 
창암마을에는 40가구 12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주로 단감과 고추, 딸기 농사를 짓는데, 벼농사를 하는 농가들도 있다.
 
'창바우' '창바위'라 불렸던 창암마을은 어르신들의 말처럼 예나 지금이나 같은 모습을 지니고 있는 자연마을이다.
 
주민들은 '창암'이란 이름이 '푸른 바위'를 뜻한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단단하고 푸른빛을 띤 바위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마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무척산 자락은 용의 형상과 같다는 말들도 한다. 북쪽으로는 물을 향해 머리를 내리고 있고, 남쪽으로는 꼬리를 뻗고 있고, 몸통은 마을을 안고 있는 모습이란 것이다. 어르신들에 따르면 1960년대에 외지 사람들이 용의 머리 부분에서 채석을 했다. 무분별한 채석으로 용의 머리가 깨지고 부서진 탓인지 창암마을은 그후로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다.
 
"채석 작업 탓에 풍요롭던 마을이 망가지기 시작했어요. 이대론 안되겠다고 생각했죠. 주민들이 돈을 갹출하고, 면의 지원을 받아 부서진 용머리를 다시 복원했어요." 정규화(72) 이장이 말했다.
 
지금은 산의 모습이 변했지만, 주민들이 깨어진 돌 조각들을 시멘트로 붙여 놓은 용머리 복원 현장은 지금도 확인할 수 있다.
 
▲ 마을 둑과 들판 조성의 역사를 담고 있는 비석
창암마을에는 물이 귀했다. 오래 전에는 주민들이 하나의 우물에 의존했는데, 아침 저녁 할 것 없이 순서대로 한 바가지씩만 물을 떠갔다. 주민들은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이 그다지 높지가 않아 지표수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또 식수에 짠물이 섞여 들어올 때도 있었는데, 마을 앞의 들이 옛날에는 바다였던 탓이다. 이곳에서는 땅을 깊이 파면 지금도 조개껍질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주민들은 오래 전에는 육로 교통편이 불편해 배를 많이 이용했다. 창암취수장이 있는 곳이 예전에는 나루터였다. 낙동강을 통해 큰 배가 들어오면 그 배를 이용해 농산물을 밀양으로 옮겼고, 그곳에서 열차로 서울까지 실어나르곤 했다고 한다. 낙동강에 얽힌 이야기도 있다. "지금은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지만, 그땐 날씨가 추워지면 낙동강에 얼음이 두껍게 얼었어요. 보리방아를 찧는 기계를 고치기 위해 기계를 밀며 강 위를 건너도 끄떡없을 정도였어요." 주민 이죽근(78) 씨가 말했다.
 
마을에서 청암취수장으로 가는 길 오른편에는 비석이 두 개 세워져 있다. 초대 생림지구 수리조합장이었던 조중환 씨와 사비를 털어 창암마을에 둑을 쌓고 330만㎡(100만 평)의 들을 만든 정영태 씨를 기리는 비이다. 특히 마을의 둑은 세 번의 실패 끝에 만들어진 데다, 주민들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한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 이 두 비석은 자칫 잊혀질 수도 있는 마을의 아름다운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마을의 당산나무는 멀리서 봐도 풍채가 든든했다. 포구나무인 창암마을의 당산나무는 100년이 훌쩍 넘는 세월동안 마을을 지키고, 주민들을 하나로 모이게 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오고 있다.
 
매월 15일은 창암마을의 경로회원들이 모여 마을 청소를 하는 날이다. 십여 명의 어르신들이 각자 빗자루를 들고 나와 길가 구석구석을 청소한다. 오전 청소를 마치면 마을회관에서 함께 점심을 먹고 다시 오후 청소를 한다.
 
▲ 단감저온창고에서 감 선별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창암마을의 단감저온창고에서는 감 선별 작업이 한창이다. 단감 수확이 막바지 단계로 접어들면서, 수확한 감을 크기별로 선별 작업을 한 뒤 포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을 앞으로는 들이 펼쳐져 있고, 뒤로는 무척산 줄기가 붉게 물들어 있다. 길게 이어진 마을의 길은 양쪽으로 늘어선 나무들 덕에 한껏 운치를 더하고 있다.
 
한편, 창암마을에는 '무척산관광예술원'이 있어 농촌체험학습이나 휴식을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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