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 복무 중 시민학교서 짬짬이 봉사
사범대 경험 어른들 가르치는 데 도움
이틀 꼬박 준비 두시간 동안 '혼신'

여기 '특별한 교실'이 있다. 경찰복을 입고 있는 앳된 얼굴의 선생님.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 학생들의 연령대는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다. 선생님은 칠판에 그래프를 그리고 지우기를 몇 번이나 반복한다. 어려운 수학문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다. 질문도 쏟아진다. 숙제를 내주고, 보충질문을 받는 걸로 40분의 수업은 끝난다.

"선생님, 저희가 준비해 온 차 좀 드셔 보세요." 책상 앞에 놓인 차를 권하는 학생의 말에 선생님의 볼이 발그레해 진다.

여느 교실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이지만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선생님'인 전투경찰 박경호(23) 일경 때문이다. 현재 김해서부경찰서에서 군복무 중인 그는 지난 14일부터 김해시민학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김해시 장유면 대청리에 위치한 이 학교는 2008년 8월 개교해 공부할 시기를 놓친 시민들과 학생들을 위해 무료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전교생은 19명이다.

박 일경은 이곳에서 중등부 수학을 가르친다. 일주일에 월요일과 금요일 두 차례 수업을 준비하는 데만 꼬박 나흘이 걸린다고 한다. 근무시간 틈틈이 강의를 준비하고 문제도 미리 풀어본다. 그는 "어떤 부분을 숙제로 내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까 미리 다 풀어보고 또 어떻게 쉽게 설명할까 고민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박 일경의 봉사활동은 김해시민학교에서 교사를 찾지 못해 김해서부경찰서에 도움을 요청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경상대학교 사범대학을 휴학 중인 그는 "평소에도 관심이 많은 일이어서 소식을 듣고 꼭 해보고 싶어 지원했다"고 말했다. 새로 부임한 이정동 경찰서장의 허락도 받아냈다. 그는 "사람들이 경찰을 딱딱한 이미지로 많이 생각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경찰에 대한 편견을 깨고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면서 부드럽지만 다부진 어조로 이야기 했다.

주변의 응원도 이어졌다. 특별한 케이스인 만큼 열심히 하라는 격려들이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무쪼록 학교에 폐 끼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또 전공 분야인 만큼 도움이 되도록 하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박 일경은 평소에도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김해 출신인 그는 "대학 시절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친구와 친하게 지내다 보니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며 "2008년 여름방학동안 김해 임호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것이 이번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다. 학생들의 연령대가 다양하다 보니 수업시간에 어떤 말투를 써야 하는지, 호칭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반말을 쓰게 되면, 명령조로 들릴 수도 있고…." 그는 멋쩍은 듯 웃었다. 결국 수업시간에는 높임말을 쓰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마땅한 호칭을 찾지 못했다. "학부모님, OO학생… 생각해 봤는데, 아직 모르겠어요. 시간이 지나면 답이 보이겠죠."

그는 이미 절반쯤 꿈을 이뤘다고 말한다. "중학교 때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어쩌면 꿈을 이뤘다고 할 수도 있어요. 기회가 되는 한 이 곳에서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쳐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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