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의 뿌리를 찾아 자연마을을 찾아다닌 지가 어언 1년이다. 40여 자연마을을 취재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동화 <파랑새>의 주인공 치르치르와 미치르 남매가 그토록 찾아다녔던 행복, 즉 '파랑새'가 바로 곁에 있었듯, 우리 김해의 파랑새는 바로 이 자연마을들이 아닐까! <김해뉴스>는 지령 100호·창간 2주년을 맞아 그동안 소개했던 자연마을들 가운데에서 '베스트(BEST) 5'를 선정하고 후일담을 들어봤다.
김해시에서 도시인들을 위한 '힐링 공간'으로 잘 활용하면 좋지 않을까.

▲ 진례면 시례리 상촌마을 돌담길. 광주안씨 집성촌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조선시대 지방 양반들의 가옥 형태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는 염수당이 있다. 김해뉴스DB

나지막한 돌담 골목길
기와지붕 어울려 고풍

>>진례면 시례리 상촌마을
>>(2011년 11월 23일자 보도)

360여 년이 넘도록 광주안씨 집성촌의 명맥을 유지해 온 전통 있는 마을.
 
상촌마을은 임진왜란 후 광주안씨 상호군파의 김해 시거조 안경지 공이 함안에서 이곳으로 옮겨와 터를 잡으면서 조성된 곳이다. 마을로 들어서면 나지막한 돌담으로 이뤄진 골목길과 고목나무가 보이고, 기와집과 선조들을 기리는 재실이 고풍스러운 느낌을 준다. 광주안씨 종중인 안봉환 씨의 집으로 들어서면 김해시시례염수당고문서(경남문화재자료 제279호)와 김해시례리염수당(경남문화재자료 제402호) 안내판을 볼 수 있다. 대문채, 사랑채, 안채, 가묘, 고방채와 기타 3동의 부속채 등으로 이루어진 염수당은 조선시대 지방 양반들의 가옥 형태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이다. 안경지 공 이래로 전래돼 온 총 18점의 고문서들은 조선시대 지방사회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마을의 홰나무 두 그루는 효성이 깊고 우애가 돈독했던 안경지 공의 두 아들이 심었다는 기록이 있다.
 
상촌마을은 선조에 대해 예를 깎듯이 하고, 역사를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을이다. 취재 당시 마을 어르신들이 가문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여러가지 물건들과 문서를 보여준 기억이 난다. 안병숙 이장은 "마을 어르신들께 <김해뉴스>를 나누어 드렸더니 무척이나 좋아하셨다"며 "앞으로도 지금 모습 그대로 전통을 보존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 용전마을 용전숲. 생법역이 있었던 곳이다.

위엄있는 용전숲 자태
용지봉 용전폭포 수려

>>진례면 산본리 용전마을
>>(2012년 2월 22일자 보도)

고려시대 때 교통기관으로 활용된 생법역이 있는 마을.
 
용지봉에서 내려오는 물을 제일 먼저 마신다는 용전마을. 마을 이름은 용이 승천했다는 용지봉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마을에는 300년 넘은 당산나무가 3그루나 있다. 마을의 역사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이다.
 
마을 입구에 펼쳐져 있는 용전숲은 고려시대 때부터 중요한 교통기관으로 활용돼 온 역들 중 생법역이 있던 곳이다. 조선시대 때도 공공물자와 공문서를 이곳을 통해 운송했다고 한다. 그래서 일제강점기때 까지는 생법마을로 불렸다고 한다. 말을 매어두었던 작은 나무들이 지금은 아름드리 나무가 돼 사람들에게 휴식을 제공하고 있다.
 
용전마을 뒤편 용지봉 중턱쯤에서는 높이 5~6m 정도의 용전폭포가 수려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용전숲은 여름에는 울창한 숲과 숲 사이를 흐르는 시원한 물 때문에 인기가 높다. 그러나 해마다 피서철이 되면 인파가 북적여 용전숲은 몸살을 앓고 있다. <김해뉴스>는 용전숲을 지킬 방법을 찾기 위해 별도로 후속 취재를 하기도 했다.
 
양종욱 이장은 "시민들이 사계절 내내 용전숲을 사랑하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쓰레기가 늘어나 고민이다"며 "몇 백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이 좋은 숲을 다 함께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공장 하나 없이 자연마을 그대로인 상룡마을.

아늑하고 평온한 풍광
천혜의 청정지역 보존

>>진영읍 내룡리 상룡마을
>>(2012년 4월 11일자 보도)

도시의 소음과 공해로부터 차단된 청정지역, 힐링 마을.
 
김종철 이장은 "우리 마을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조용하고 평화롭다"며 "현재 우리 마을은 공장 하나 없는 깨끗한 마을인데, 앞으로도 공장은 못 들어오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 이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상룡마을은 어귀에서부터 평화로움, 아늑함 같은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굳이 마을의 성격을 말하자면, 마음을 치유해 주는 '힐링 마을' 쯤 되겠다.
 
상룡마을은 봄에 찾았는데, 그야말로 따뜻한 햇살과 잔잔한 못, 파릇파릇한 풀들이 한 데 어우러져 하나의 힐링 공간을 연출하고 있었다. 밭일을 하는 마을 주민들과 어르신들의 소소한 이야기 소리, 새소리와 바람소리가 마을 전체에 그림처럼 앉아 있었다.
 
상룡마을의 깨끗함과 정겨움은 마음을 절로 평화롭게 만든다. 농지가 옛날에 개간한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주민들의 마을 보존에 대한 노력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상룡마을의 매력 포인트는 뭐니뭐니 해도 내룡못이다. 못이 있어 마을을 한층 더 풍요롭게 만든다.
 
마을회관 앞 게시판에는 <김해뉴스>에 실린 상룡마을 기사가 게시돼 있다. 마을 주민들이 오며가며 혹은 마을 청소를 하러 나와서 기사를 읽어본다고 한다. 왠지 감동적이다.

▲ 올 초 '색깔 있는 마을'로 선정된 평지마을.

산과 물의 신비로움
색깔있는 마을 선정

>>진례면 신안리 평지마을
>>(2012년 5월 9일자 보도)

진례저수지를 찾은 낚시꾼들에 의해 형성된 백숙촌 마을.
 
한 조각도 노는 땅이 없었던 마을. 구석구석 농사를 짓고 산나물을 캐고, 나무를 팔며 살았던 소박한 마을이 지금은 유명한 백숙촌이 됐다.
 
평지마을은 비음산과 대암산, 신정봉, 용지봉 등으로 둘러싸인 마을로, 해발 300m 지점에 위치해 있다.
 
'평지'라는 이름은 진례저수지의 위쪽 평평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해서 생긴 것이다.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안개로 뒤덮인 산봉우리들이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마을이다. 자연과 등산로와 사람 사는 곳이 한 데 어우러져 보기에 더욱 좋다.
 
평지마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나무와 수풀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주변의 소소한 경치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을 남쪽 남산재는 오래 전에 주막이 있었던 곳으로, 길 가던 행인들이 다리쉼을 하던 곳이다.
 
올 초 평지마을은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색깔 있는 마을'로 선정됐다.
 
지난 10월에 관련 교육을 받고 온 송우복 이장은 "마을에 산림욕장이나 두부체험관 등을 만들어 외지에서도 평지마을을 많이 찾아올 수 있도록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 초면 진례저수지도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해 시민들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 남명 선생의 숨결이 깃든 산해정이 있는 원동마을.

남명 선생 학문적 숨결
글읽는 소리 들리는 듯

>>대동면 주동리 원동마을
>>(2012년 7월 11일자 보도)

남명 조식선생의 학문적 숨결이 깃든 산해정이 있는 마을
 
"원동마을 하면 공기 좋고, 물 좋고, 인심 좋은 마을 아닙니까. 타지 사람들도 우리 마을에만 오면 좋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유영근 이장의 말이다.
 
원동마을에는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125호인 산해정이 있다. 그 역사만 470여 년을 헤아리는 이곳에는 남명 조식선생의 학문적 숨결이 깃들어 있다.
 
산해정은 고종 때 서원철폐령에 의해 없어졌다가, 훗날 복원됐다. 산해정에 앉아 산과 하늘과 바람을 맞이하다 보면, 어디선가 글 읽는 소리가 낭랑하게 들리는 듯하다.
 
마을은 한적하지만 주민들은 생기가 넘친다. 취재를 하러 갔을 때, 마을 어르신들은 기자를 회관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주었다.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오니 보리수나무 가지를 꺾어 맛을 보라며 건네주기도 했다.
 
아직도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다는 당산나무(모과나무)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멋진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가을에는 모과가 열리지 않아 마을 사람들의 아쉬움이 컸다.
 
용머리처럼 생긴 용두바위를 비롯해 북호산 산 중에 있는 직사각형의 선달바위 등 마을의 수호신들도 마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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