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부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신봉마을 회관 앞에서 선 송기철 이장. 사진/ 박정훈 객원기자
자신이 받은 장학금 기부로 내놓아
어린학생들 눈빛보며 기부 결정

한림면 장학회는 주민자생단체
지역인재 학업 의지 꺾이지 말아야
청소년이 공부해야 국가 미래 밝아

 

공부하고 싶어도 환경이 어려워 학업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친 학생에게 장학금은 가뭄 끝 단비보다 더 고마울 것이다. 그러나 누구든 선뜻 장학금을 기부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한림면 장방리 신봉마을 송기철(59) 이장은 최근 한림면장학회에 장학금 500만 원을 기탁했다.

내세울 일이 아니라며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하는 송 이장에게 '장학금을 기부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기사를 쓰겠다'는 약속을 하고, 어렵게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장학금 500만 원을 한림면장학회에 기부했는데

▶현재 경남대학교 경영대학원 회계학과 석사과정에서 뒤늦은 공부를 하고 있다. 경남대 추천으로 생명보험공헌위원회(생명보험협회와 18개 생명보험회사가 참여한 사회공헌사업단체)의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지난 6월 12일 서울 중구 퇴계로 극동빌딩에 있는 위원회 사무실로 장학증서를 받으러 갔다. 당시 전국에서 선발된 장학생 980명 중에서 300여 명이 행사에 왔다.

그곳에서 올망졸망 어린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면서 '내가 받아서는 안 되는 돈'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9월에 장학금이 통장에 입금되었는데, 마음이 영 불편했다. 한창 공부할 시기에 어려운 형편에 있는 지역 학생들에게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해, 한림면 장학회에 기부했다.

한편으론 나를 장학생으로 추천한 경남대에 기부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학교에 미안한 마음도 있다. 농촌 현실이 너무 어려우니까 대학 측에서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한림면장학회는 주민들이 만든 전국 최초의 면 단위 장학재단이라던데

▶아시다시피 김해가 개발되면서 한림면에 공장이 많이 들어왔다. 한림면의 자연생태나 마을 환경이 훼손된 곳도 있고,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
 
해당 회사와 공장들이 미안하다며 마을을 위해 기부금을 얼마씩 내놓았는데, 자생단체인 한림면체육회에서 그 돈을 관리해왔다.
 
그런데 우수한 인재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학업을 계속하고, 지역의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격려하자는 데 뜻을 모아, 그 돈을 기반으로 하는 장학회 결성이 논의됐다. 처음에 15명이 장학회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이후 개인 기부금에서 사소한 행사를 치른 뒤 남은 경비까지도 모으고, 면민들도 참여해 1억 6천만 원의 기금이 모였다. 장학재단을 설립하려면 2억 원의 기금이 필요했다.
 
지역의 출향 인사, 재경향우회, 동문회 등과 연락해 도움을 청했다. 우리 지역 농산물을 트럭에 싣고 서울로 올라가서 그들을 만나 2억 원을 마련했다. 지난 2001년 6월 28일 한림면 장학회를 설립했다.
 

-한림면 장학회의 장학금 지급률이 높다고 들었다
 
▶꼭 필요한 경비 외에는 수익금 대부분을 장학금으로 지급한다. 현재 한림면 장학회는 기본자산이 2억 8천270만 원이고, 학생 109명에게 1억 1천240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장학재단이 원활하게 운영되려면 최소한 15억 원은 되어야 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요즘의 농촌 현실은 너무 힘들고, 금리 또한 약하다.

김병희 이사장을 비롯해 장학회 운영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 우리부터 내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기부하지 않는다면 누가 동참하겠는가? 이런 마음으로 다 함께 십시일반 기부하며 장학회를 운영하고 있다.


-장학금 기부 소식이 많이 알려졌다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래서 언론과의 인터뷰도 사양해왔다. 처음부터 내 돈이 아니라서 기부했는데 괜히 생색을 내는 것 같아 쑥스럽다.
 
가난해서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것처럼 슬프고 답답한 일이 또 있겠는가? 나 역시 장학금을 받으면서 공부해보았기에 그 심정을 잘 안다.
 
힘들게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우리 사회에서 기부금이 더 많아져야 한다. <김해뉴스>를 만난 것도 인터뷰 기사를 읽은 시민이나 독자들이 장학금 기부에 동참해주기를 바라는 뜻에서다.
 
아울러 나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늦깎이로 공부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참고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희망과 용기를 갖길 바란다.
 

-장학금 기부를 독려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강원도 양구군은 작은 군이지만, 장학회가 1996년에 설립됐고 기본 자산만 69억 원에 이른다. 특별한 유지들이 기부금을 낸 것이 아니라, 양구군민 전체가 마음을 보탰다고 들었다. 말 그대로 보통 사람들이 힘을 합친 것이다. 칠순 잔치 경비를 낸 할아버지, 남편이 죽고 난 뒤 재산을 기부한 옛 군수의 부인, 장학금으로 공부한 학생이 교사가 되어 내놓은 기부금 등이 모여서 그 자산을 마련했다. 장학금으로 기부하는 돈은 없어지는 돈이 아니다. 이 돈은 국가의 미래에 쓰인다. 청소년들이 공부해야 우리의 미래가 밝아지지 않겠는가. 김해에도 기부하는 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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