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개관한 생림초등 도서실. 전교생과 교사, 뮤지컬 '스크루지'를 함께 만든 도요창작스튜디오 배우들까지 한 자리에 모였다. 사진/박정훈 객원기자 punglyu@hanmail.net
김해에서 세번째로 오래 된 역사 자랑 신도시 들어서며 '시골학교'로 전락
학생 수 줄어 폐교 위기 직면하기도 자연 속 맞춤형 교육·창의적 체험활동
최근엔 다목적 도서실 개관해 활용
"도시 큰 학교는 하기 힘든 교육이죠"

"운동장에 누워 밤하늘 별을 바라보는 과학 활동, 해보셨나요?"
 
생림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사철 푸른 인조잔디가 깔려 있다. 한겨울 밤이라도 두툼한 외투만 있다면 겨울밤 별자리 관측도 가능하다.
 
1923년에 생림면 봉림로 80의 10에 둥지를 튼 생림초등은 김해에서는 동광·합성초등에 이어 세 번째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생림초등을 '시골의 조그만 학교'쯤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몇십년 전에는 생림면에서 제일 큰 학교였다. 그런데 김해가 큰 도시로 발전하면서 신도심지역으로 인구가 집중되고, 좋은 시설의 새 학교가 개교하면서 생림초등의 학생 수는 점차 줄어들었다. 한때는 전교생이 49명으로까지 줄어들어 폐교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다 2010년 9월 정상률(55) 교장이 공모제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교사와 동문, 학부모들과 지역민들이 합심해 학교 다시 살리기에 나섰다. 지난해 5월에는 KBS의 '전국노래자랑-스승의 날' 특집방송에도 출연했다. 전교생 오디션을 거친 10명의 학생과 4명의 교사가 학교를 위해 노래하고 춤추었다. 무대 앞에서는 생림농협을 비롯한 생림지역 각 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서울로 총 출동한 전교생과 학부모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뜨거운 성원으로 힘을 보태주었다.
 
"그 방송을 보면서 울컥 눈물이 나더라며… 동문들이 서로 전화를 하곤 했다." 박석근(54·생림초등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48회 동문) 씨가 그때의 감동을 한 번 더 떠올렸다. 박 위원장은 "내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전교생이 500명은 됐다. 운동회는 생림사람들이 다 모여드는 잔치였다"며 옛 추억도 들려주었다.
 
하마터면 폐교가 될 뻔했던 생림초등의 학생 수는 현재 76명. 방송에 나간 이후 1년 사이에 20여 명이 이 학교로 전학을 왔다.
 
정상률 교장은 "전학생이 계속 늘고 있다"며 "도시의 큰 학교들은 하기 힘든 맞춤형 교육과 창의적 체험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생 수가 많지 않기에 교사들은 학생들의 이모저모를 파악하기가 수월하다. 교사들은 각종 심리검사까지 하며 학생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다. 이 학교 교사들은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앉아서 수업을 한다. 개인과외라 할만큼 학생과 교사의 친밀도가 높은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 "우리 가족 농장이에요!" 학교 건물 뒤 '생림 꿈의 텃밭'. 한 가족농장에 세워진 그림판이 정겹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주변 여건을 활용한 자연친화적 내용으로 짜여진다. 갯벌체험, 딸기농사체험은 기본이고 김장배추도 기른다. 올해는 300포기를 수확했고, 지난 6일 학부모들도 학교에 모여 김장을 했다. 이 김장김치는 노인회관을 비롯한 지역의 소외시설에 지원되기도 한다. 특히 올해는 지난 여름에 이어 겨울까지 뮤지컬 창작 교육을 맡은 도요창작스튜디오 배우들의 식탁에도 생림초등 김장이 올랐다. 우리밀을 키우는데, 다 자라면 불에 그을려서 먹어보는 밀사리 체험도 한다. 농사체험은 생림초등 학생들에게 자연을 사랑하는 예쁜 마음을 길러준다. 비가 온 다음날에도 배추밭에 물을 주는 학생이 있을 정도다. 학교 텃밭은 주말에 가족들이 와서 직접 농사를 짓는 가족농장으로 활용되는데, 신청 가족이 많아 추첨을 해야 할 정도이다. 일명 '생림 꿈의 텃밭'이다. 15가구가 농사를 짓는데, 온갖 작물들이 다 자란다.
 
평소 꾸준히 체력을 길러두었다가 전교생이 다 함께 무척산 정상까지 오르는 행사는 학생들의 몸과 마음을 함께 성장시킨다. 새로 전학 온 학생들은 힘들어 하지만, 단련된 학생들이 이들을 이끌어 정상까지 함께 오른다. "지난해에는 힘들게 올랐던 학생이 올해는 전학 온 1학년 동생을 데리고 정상까지 올라갔다"며 정 교장은 학생들의 끈기와 우애를 자랑했다.
 
생림초등에서는 최근 도서실을 개관하는 경사도 생겼다. 학부모위원회와 교사들이 여러 학교의 도서실과 도서관을 돌아보고 아이디어를 모아 꾸몄는데, 공연무대, 회의장, 공부시설 등 다목적실로 사용할 계획이다. 마을문고로도 활용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도요창작스튜디오의 배우들이 와서 전교생과 함께 한창 뮤지컬 연습을 하고 있었다. 찰스 디킨즈 원작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각색한 '스크루지'이다. 자기가 등장할 차례를 기다렸다가 연습을 했고, 이를 지켜보는 아이들은 실제 공연을 보듯이 박수를 치며 연습에 열중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전교생이 어깨를 붙이고 바싹 모여 앉았다. 카메라 렌즈 안으로 전교생이 가득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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