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성과 발전 방향은 무엇인가

김해 제대로 알아야 미래 그림 그려
서울학은 연구중심으로 전개
천안학은 교육 위주로 발달해

김해 알면 애착 늘어나 발전도 잘돼
시민에 전파되는 실천적 학문 돼야
내년 상반기 심포지엄 기폭제 역할


1993년 '서울학'을 시작으로 일부 광역·기초단체들이 '지역학'에 주목하고 있다.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해 해당 지차체의 안정적 발전을 도모하려는 취지에서다. 김해에서도 인제대 부설 김해발전전략연구원이 최근 '김해학'을 제창하고 나섰다. 김해시도 적잖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 '김해학' 제창의 배경
김해시 인구가 51만 명을 넘었다. 김해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보다 외지에서 유입된 인구가 더 많다. 등록 외국인만도 2만 5천명을 웃돈다. 예전에 농사를 짓던 곳에는 신도시와 아파트가 들어섰다. 새로 김해시민이 된 사람들 중에는 부산·창원 등지에 직장을 두고, 김해를 주거공간 정도로만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김해에 살기는 하지만, 김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김해 시민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김해학'의 제창은 그런 배경에서 나왔다. 2011년 12월 6일, 인제대학교 부설 김해발전전략연구원의 연구교수들과 김해시 공무원들이 자리를 함께 해 '정책개발포럼'을 가졌다. 인제대 자체 연구과제로 선정되어 진행 중이던 김해시 문화관광 정책의 추진방향을 점검하고, 김해학의 연구 방향에 김해시 공무원들의 실무 경험과 지식을 접목시키는 방안 등을 논의하는 포럼이었다. 김해학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학계나 관계 모두 공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포럼에서는 김해시의 문화관광 정책과 함께 '김해학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하는 주제의 논의가 진행됐다. 1990년대에 지방자치가 부활하고, 1993년 '서울학'이 시작되면서 국내의 많은 지역들이 지역학을 연구하기 시작한 터였다. 이 포럼에서는 지역학을 통해 해당 지역의 정체성 정립과 지역의 발전전략을 모색하는 현실을 짚어보고, 김해학에서 다루어야 할 시사점 등도 도출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지난달 30일 인제대학교 김해발전전략연구원에서 '김해학의 제창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영식 인제대 역사고고학과 교수는 "'김해학'은 김해의 고유한 지역성과 가치를 발견하고, 그 발견의 결과를 전파하고 활용하여 김해의 발전에 직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학술지향의 연구와 실천지향의 전파와 활용에 균등한 가치를 두는 학문으로 김해학이 탄생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해발전전략연구원의 연구교수들의 논의들을 토대로, 드디어 김해학이 출범했다. 앞으로 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학계 연구자들과 관련 전문가, 김해시, 시민들의 관심과 역량이 김해학의 방향과 김해의 발전적 미래를 재단하게 될 것이다.
 
■ 다른 지역학의 현재

지역학이 언제 시작됐는지는 분명치 않다. 일부 학자들은 일제 때까지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한국에서 지역학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93년 서울시가 '도쿄학'을 본뜬 서울학에 예산을 지원해 첫 연구를 시작했다. 1990년대 지방자치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지역학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이후 몇몇 지자체에서 지역학 연구를 시도하고 있고 나름 뿌리를 내려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이들 지역학은 주로 대학이나 지역발전연구원, 박물관 등에서 진행된다. 광역자치단체는 대체로 대학이나 지역발전연구원에서 지역학을 연구한다. 기초단체는 박물관이 주로 지역학 연구를 한다. 시기별로 보면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가 1993년, 제주발전연구원이 1997년, 강원발전연구원이 1999년, 인천대학교 인천학연구원이 2002년, 전주역사박물관이 2006년, 천안발전연구원이 2008년에 시작했다.
 
이 중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는 지역학을 학문으로 연구하며 독자적 위상을 정립한 유일한 곳으로 꼽힌다. 다양한 연구용역을 수행하며 서울시 정책에 직접 영향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어떻게 그 장소가 품은 역사성을 살리면서 원도심을 재생할지 알맞은 방안을 내놓는 식이다.
 
한편, 천안학은 대학에서 관련 강좌를 성공적으로 운영, 교육중심 지역학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2008년 천안시가 예산을 편성했고 2009년 봄 학기부터 강의를 시작했다.
 
천안시와 천안에 있는 4년제 7개 대학이 뜻을 모아 강의를 개설하고 전문가를 초빙해 특강을 한다. 또 강의실 강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문화유산 현장답사를 떠나기도 한다. 천안시는 해당 프로그램에 해마다 학교별로 3천만 원 안팎을 지원해 왔다.
 
심재권 천안발전연구원장은 "천안학 강의로 학생들의 지역 만족도가 높아졌다. 높아진 지역 만족도는 대학 만족도로 연결된다. 또 대학 만족도가 높아지면 학업 만족도가 높아진다"며 "호두과자는 알아도 병천순대가 천안 음식인줄 몰랐던 학생들이 많다. 서울에 갈 때마다 천안을 자랑하더니 이제는 천안에서 살겠다고 한다"고 밝혔다.
 
■ '김해학'의 과제
김해학이 다루어야 할 과제는 전방위적이다. 김해의 역사와 문화 분야는 가야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시작해야 할 것이고, 도시 건축은 향후 김해의 미래 모습에 대한 방향도 제시돼야 한다. '김해학의 제창을 위하여' 세미나에서 '김해지역 교육 연구의 필요성 및 과제'를 발표한 인제대 행정학과 오세희 교수는 "교육은 시민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분야이다. 자녀들의 교육여건 때문에 이사를 결심하는 가정이 많다"며 "김해는 한동안 학령인구가 늘어나다 최근 주춤했다. 김해의 학력 수준도 학부모들의 주관심사이다. 김해의 교육분야 연구는 김해의 발전적 미래를 위해 중요한 분야"라고 지적했다. 현재 김해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다른 지역으로의 이주를 막기 위해서라도 김해의 교육여건 발전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육 분야 연구는 도시건축 분야와도 맞물려 있다. 교육 여건이 도시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친환경적인 도시건설은 김해의 경제·산업과 다시 연결된다. 이 모든 것은 또 정치·행정과 맞닿아 있다. 김해학의 과제들이 별개로 떨어져 연구될 수 없고,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또한 세미나에서 논의된 주제 말고도 세부적인 논의가 얼마든지 더 전개될 수 있음도 짐작할 수 있다.
 
김해발전전략연구원 배인수 책임연구원은 공공의 문제해결을 위해 지역의 기관과 유관단체들이 참여하는 모든 영역을 정치·행정 분야의 연구과제로 제시했다. 배 연구원은 공동의 이익과 공공 문제 해결에서 시민 개인이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을 경계했다. 김해학이 학문 연구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에게 전파되는 실천적 학문으로 자리매김해야 함을 시사한 것이다.
 
김해시는 지난해 '정책개발포럼'에도 참가하는 등 김해학에 계속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해시는 "오는 2013년 상반기에는 김해발전전략연구원과 김해시가 공동으로 심포지엄을 개최할 계획"이라며 "김해학이 시작됐다고 해서 각 분야의 연구활동이 단시일에 끝나고 성과물이 가시화되지는 않겠지만, 학계와 지자체가 힘을 모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할 김해 전체의 사업"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해발전전략연구원과 김해시는 김해학의 순항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시민의 관심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