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 구제역 양성 판정이 난 김해시 주촌면 양돈농가 마을 입구에 출입통제를 알리는 안내문이 놓여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김해시 주촌면에서 접수된 구제역 의심신고에 대해 양성판정을 내렸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28일 경북 안동에서 첫 구제역이 발생한 뒤 벌인 두 달간의 '구제역과의 전쟁'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특히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주촌면은 백신 부족으로 1차 접종 지역에서 제외된 곳 이어서 당국의 안일한 구제역 대책에 대한 질타가 높아지고 있다.

"소보다 돼지를 먼저 접종했어야"

망연자실한 농민 = 구제역이 발생한 주촌면 일대 농가들은 말 그대로 망연자실했다. 농장 밖 출입까지 자제하는 등 구금에 가까운 생활을 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특히 구제역 발생지역으로부터 반경 3㎞ 이내에 위치한 주촌면 내 돼지 사육 농가들은 애써 키운 돼지들을 잃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주촌면 내삼리 양돈농가 오모(48) 씨는 "바로 턱밑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니 걱정이 앞서 잠이 안온다"며 "그동안 집안 대소사에도 빠지며 구제역 방역에 최선을 다해왔는데 이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또 느려터진 백신 보급과 소를 먼저 맞힌 접종 방식에 대해서 불만이 극에 달한 표정이었다. 구제역이 발생한 주촌면 원지리 김모(71) 씨는 "돼지 구제역 바이러스는 소에 비해 감염 가능성이 수천 배까지 높다"면서 "그런데도 소를 먼저 맞히고 돼지는 나중에 접종한다는 방침을 세워 사단을 만든 것이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경남 도내 한우는 37만 마리 모두 백신 예방접종을 마쳤다. 하지만 돼지는 1차 접종 대상에서 대부분 제외해 전체 122만 마리의 11%선인 11만여 마리(9개 종돈장)만 접종을 했다. 경남도와 김해시 관계자들은 "정부가 청정지역 시도를 살리려면 소와 돼지를 동시에 접종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방역당국 "가축에 의한 전파 아니다"
 
청정벨트 어떻게 뚫렸나 = 경남도는 방역에 사력을 다했음에도 구제역이 발생하자 감염 경로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경남도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역학 조사를 벌이는 중이어서 현재로선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일단 사람과 차량 등의 이동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도 의심신고 시점으로부터 20일간 구제역 발생 양돈농가를 왕래한 사람과 사료, 가축분뇨, 동물약품 등의 차량에 대해 추적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의 돼지 사육 마릿수가 최근 1천200 마리에서 1천 마리로 감소한 데 이어 800여 마리로 다시 줄어든 점에 비춰 가축 유입에 의해 전파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남도 박정석 축산과장은 "구제역 감염은 여러 경로가 있는데, 공기를 비롯해 사람과 차량, 가축 등의 이동이나 접촉에 의해 전파된다"며 "김해지역이 주변 대도시를 잇는 교통요충지로 구제역 방역이 쉽지 않은 데다 대규모 도축장이 몰려 있는 것이 이번 구제역 발생의 한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생지역 철저히 고립 확산방지 총력
 
파장과 대책 = 김해에 구제역이 발생함으로써 인접한 서부경남과 부산 울산 등 '청정 벨트'도 잇따라 무너질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최초로 구제역이 발생한 지 두 달만에 전남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이 구제역에 휩쓸리게 된다.
 
경남도와 김해시는 더 이상의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주촌면을 철저히 고립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다행히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지역은 도심에서 벗어난 산골짜기여서 주변을 제대로만 에워싸면 차단할 수 있다는 게 경남도의 입장이다.
 
경남도 정재민 농수산해양국장은 "문제지역으로 통하는 길은 2개뿐이고 발생지로부터 반경 3㎞ 지점도 4개의 길만 막으면 확실한 차단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해에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주촌면과 어방동에 있는 2개의 도축장이 문을 닿아야 한다. 하루 평균 420마리의 소와 3천200마리의 돼지가 도축되는 2곳의 대형 도축장이 문을 닫으면 육고기 수요가 최대로 늘어나는 설날을 앞두고 축산물 파동이 불가피하다. 김해지역 2곳의 공판장은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공급되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대부분을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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