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멩이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넓다는 대동들판과 신안마을 전경. 김병찬 기자 kbc@

 1970년대 경지정리 하면서 육지 변신
 북섬 1구는 신안·2구는 신명으로 분리
 900여명 주민 회훼농사 위주 생계
 마을 입구 표지석 옆엔 예안리고분군
"제법 큰 동네인데 교통여건 불편이 흠"

#장면 1="마을 회관 앞에 차가 와 있습니다. 노인회 여러분들은 빨리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해 12월 27일 대동면 예안리 신안마을 회관 앞, 외투를 단단히 여민 마을 어르신들이 한 분 두 분 모여들었다. 이날은 노인회 정기총회가 열리는 날이다. 마을소식 방송은 일단 '뽕짝 가요'로 마을 전체를 울린 뒤, 정기총회 소식을 전했다. 김해의 마을을 49번째 방문하는 동안 멋지게 차려입은 마을 어르신들을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만나기는 처음이다. 신안마을 노인회 회원들은 큰 봉고차 세 대에 나눠 타고, 부산시 강서구 명지동의 한 횟집에서 열린 정기총회 겸 송년모임으로 '총 출동' 했다.
 
#장면 2=마을회관 앞에서 만나기로 했던 이장이 주민의 논에 급한 일이 생겼다며 약속 장소를 바꾸자는 연락을 해왔다. "마을회관 옆 사거리 갈림길에서 해를 등지고 북쪽으로 농로를 따라 죽 걸어오다가, 서쪽으로 난 첫 번째 농로를 따라오면 된다." 표지판이나 큰 건물이 없고 사방이 논과 비닐하우스인 이런 곳에서는, 약속 장소를 이렇게 잡는다. 이장의 설명대로 길을 잡았다. 해를 등지고 북쪽으로!

신안마을에 들어서면서 기자는 시골마을의 소소하고 재미있는 일상부터 먼저 접했다. 이종철(52) 이장은 주민들과 함께 비닐하우스를 만들기 위해 파이프 골조 위에 비닐을 덮는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한겨울에 이런 날을 보기는 힘들다. 바람 없는 날이라, 비닐 설치작업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래서 아침 먹고 일찌감치 긴급하게 모여서 일하고 있다." 이 이장이 땀을 훔치며 말했다. 농사를 지을 때는, 이렇게 자연환경에 따라 그날 꼭 해야 할 일이 있는 법이다.
 

▲ 예안리 고분군 옆에 세워진 신안마을 표지석.
신안마을이 있는 예안리는 대동면의 중심에 있다. 예안리 369의 6에 있는 예안리 고분군(사적 제261호) 옆에 '신안마을 700M →' 라 쓰인 커다란 표지석이 있다. 표지석이 가리키는대로 길을 따라 700m를 가면 신안마을이 나온다.
 
1911년 낙동강에 대홍수가 났을 때, 모래가 한꺼번에 밀려 와 이 지역에 섬 하나가 만들어졌다. 서낙동강 북쪽 편에 있어서 '북섬'이라고 했다. 섬은 1970년대에 경지정리를 하는 과정에서 육지가 됐다. 북섬 1구는 신안마을로, 북섬 2구는 이웃 신명마을로 분동이 됐다.
 
신안마을에는 280여 가구가 있다. 농막에서 살면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900여 명이 넘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대동면에서도 큰 마을이다. 마을 주민들은 주로 화훼농사를 짓는다. 이 이장은 "우리 마을을 비롯해, 대동면의 화훼농사는 전국적으로 유명했다. 한때는 전국 화훼의 30%를 대동면이 생산해냈다"며 "요즘은 꽃을 사는 사람들이, 농민들이 열심히 개발해 키워내는 꽃보다, 외국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수입종자로 키우는 꽃을 더 많이 찾고 있어 화훼농민들이 힘든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마을회관 옆에는 마을 어린이들을 위한 예쁜 놀이터가 있다. 그네, 미끄럼틀, 시소 등 놀이기구도 다양하다. 여름에는 놀이터의 시원한 나무그늘이 주민들의 쉼터도 된다. 박나리(28) 씨는 "어릴 때는 다른 마을 아이들이 우리 마을 놀이터에 놀러 왔다. 우리 마을 아이들이 많이 으쓱해 했다"며 추억을 들려주었다. 명절이 되면 부모와 함께 마을을 찾은 아이들이 북적거려 동네어른들을 웃음짓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 노인회 정기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마을회관 앞으로 모여드는 신안마을 어르신들.
신안마을 주민들이 현재 가장 원하는 것은 마을길을 넓히고, 대중교통의 혜택을 보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마을도 크고, 사람도 많은데 길이 좁고 교통이 불편하다. 주민들의 숙원사업이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안마을에서는 다가오는 정월대보름에는 매년 그래 왔듯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달집을 지을 계획이다. 음식을 준비해 마을 사람들이 함께 나누어 먹을 예정이기도 하다. 청년팀과 장년팀으로 나누어 윷놀이와 자치기 등 민속놀이 시합도 벌일 방침이다. 그날 신안마을 밤하늘에는 더 크고 환한 보름달이 떠오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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