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무스의 그림책 <돌멩이국>과 나의 인연은 깊다. 이 책은, 지금까지 나에게 힘이 되어주고, 나를 성장시켜 온 내 마음속 커다란 책이다.
 
<돌멩이국>에는 자신이 가진 작은 것을 내놓고 몇 곱의 행복을 돌려받는 이야기가 잔잔한 수채화 풍의 그림과 함께 실려 있다. 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할까? 그깟 하찮은 돌멩이가 어떻게 꼭 닫힌 사람들의 마음의 문을 열수 있을까?
 
복, 록, 수 세 나그네 스님들은 여행을 하다가 한 마을을 만났다. 마을 사람들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은 나머지 너무나 지쳐 저마다 자신만을 위해 살아간다. 이들의 마음을 연 것은 스님들이 돌멩이 세 개를 넣고 국을 끓이면서부터다. 도대체 어떻게 돌멩이로 국을 끓일 수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은 스님들 곁으로 모였다. 뭔가 부족한 게 있다는 말에 마을 사람들은 각자 양념도 가져오고, 채소도 가져온다. 돌멩이국이 다 끓고 난 뒤 마을 사람들은 오랜만에 함께 어울려 음식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오랫동안 잠갔던 집의 문과 마음의 문을 열고, 비로소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행복을 찾았다. 스님들은 길을 떠나며 마을 사람들에게 말한다. "행복해지는 것은 돌멩이국을 끓이는 것만큼이나 간단한 일"이라고.
 
아파트라는 주거조건은 이웃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잘 알 수 없고, 무슨 일이 생기면 서로의 이익을 내세우는 대립적인 관계가 되기 쉽다. 그러던 곳에 '팔판작은도서관'이라는 커다란 가마솥이 생겨났다. 하지만 도서관이 생긴 뒤에도 한동안 사람들은 이웃에게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 가마솥만 있다면 국을 끓이는 것은 쉬운 일이라 생각했는데, 국에 들어갈 재료를 가져다주는 사람들은 쉽게 볼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가마솥에 국을 끓이기를 원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도 행복국을 끓어야겠다고 마음 먹고 돌맹이국의 스님들처럼 국을 끓일 재료를 구했다. 바로, 따뜻한 마음을 가진 '행복한 울타리'라는 엄마들의 모임이었다. 행복한 울타리라는 소박하고 따뜻한 재료들이 행복국 양념이 되고부터 많은 분들이 찾아왔다. 엄마가 젖먹이 아기를 데려오고, 할아버지가 손자를 데려오고, 아내가 남편을 데려오고, 출근하는 아내를 대신하여 육아를 하는 아빠가 딸을 데려왔다.
 
행복국의 구수한 냄새는 도서관 밖까지 퍼져나갔다. 시끌벅적하게 벽화도 그리고, 안 쓰는 물건 가지고 나와 벼룩시장에서 사고파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아파트 단지를 넘어가고, 서로 함께 웃는 일도 많이 생겼다.
 
무보수 봉사직인 작은도서관장으로 일을 하다 보면, 현실적으로 도서관 운영상 많은 어려움도 겪고 좌절의 순간도 수시로 맞는다. 그럴 때마다 돌멩이국의 의미를 되새기며 어떻게 하면 더불어 사는 행복한 마을이 되는 일에 도서관이 큰 솥의 역할을 잘 해나갈 수 있을지 또 다시 고민한다. 지금의 팔판작은도서관은 나에게 힘이 되어준 '돌맹이국'이라는 책이 있었기에 만들어 낼 수 있었다.


Who >> 배주임
경남 고성 출신. 장유 팔판마을 e그린 3차 아파트 입주자 대표를 맡아 활동하면서, 작은도서관 개관을 위해 입주민들과 함께 노력했다. 김해노인종합복지관에서 택견지도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팔판작은도서관관장, 김해시작은도서관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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