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것은 우리 마을의 작은 도서관입니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한 말이다. 그가 다닌 도서관은 시애틀의 조그만 공공도서관이었다. 도서관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빌 게이츠의 이 말 한마디가 말해주고 있다.

세계 각국의 통화가치를 말해주는 '빅맥지수'로도 활용될 정도로 세계인의 일상 속에 스며든 맥도널드의 미국 내 점포를 선으로 이어보면 미국의 지도가 그려질 정도인데, 그 숫자보다 도서관 수가 더 많은 나라가 미국이다. 그런 나라에서 도서관의 혜택을 마음껏 누린 빌 게이츠의 성공 신화는 어쩌면 도서관을 중시하는 미국의 정책이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부산대 문헌정보학과 최정태 명예교수의 저서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은 전 세계의 도서관 중에서도 12곳만을 엄선해서 소개하고 있다. 지난 2006년에 펴낸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을 읽었던 많은 독자들의 성원과 새로운 요구를 접한 저자가 또 다시 배낭을 꾸려 세계의 도서관을 돌아보고 와서 펴낸 책이다.

저자는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을 읽은 독자들이 우리 주변에도 이런 도서관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운 생각을 한 것은 도서관이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고, 그만큼 더 편리한 시스템과 더 큰 활용도를 원하기 시작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요즘은 공공도서관에서 이용자들을 위해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전에는 우리의 도서관은 도서관이라기보다 독서실에 더 가까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는 어른들이 보기에 요즘 도서관은 좋은 시설에 많은 장서를 갖추고 있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도서관은 이제 책을 보관하고 대출하는 단순한 기능을 하는 곳이 아니라 정보문화 기관이고 시민들이 모이는 장소이며 평생교육센터로서의 복합적인 공간 기능을 요구받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책에서 만나는 세계 명품 도서관들의 경우를 보면 그 역사가 수세기 전부터 시작되어 시대의 요구를 수용하고 끊임없이 발전되어 온 것을 볼 수 있다. 1852년 미국 보스턴에서는 시민을 위한 최초의 무료시립도서관이 건립되었고, 이어서 도서관위원회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민주공화국의 미래는 직접적인 시민교육에 달려 있으며, 공공도서관은 건전한 시민교육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공공도서관은 모든 사람에게 주는 시책이나 의무 같은 것으로 무료교육과 같은 원칙 하에 제공되어야 한다. 후략." 21세기인 지금에 와서 읽어도 공공도서관의 중요성을 말하던 당시 지식인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저자는 우수한 인재를 기르는 세계 유수의 대학 역시 도서관 기능이 가장 큰 역할을 담당했음을 말해준다. 대학교의 정식명칭을 받기도 전 도서관부터 만들었던 하버드대학 도서관은 하버드대가 세계 최고의 대학이 되는 발판이 되었고 현재 90개의 도서관을 가지고 있다. 옥스퍼드에는 107개, 케임브리지에는 120개의 도서관이 있는데 저자는 대학에서 내어 준 도서관 지도를 들고 도서관들을 찾는 동안 '도서관이 대학의 심장'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한다.

선진국답게 도서관에 대한 지원이 많아 누구라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도서관을 부러워하면서 책을 읽다 보면 전남 순천의 '기적의 도서관'도 만난다.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 12곳 속에 포함된 순천의 도서관을 보면서 우리 도서관도 이런 모습을 갖출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한다.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도서관 이용이야말로 도서관을 발전시키는 가장 큰 힘인 것이다. 김해의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도서관에서 마련한 각종 프로그램에 기꺼이 참가하고 누려야 함은 물론, 끊임없이 요구하고 이용하고 사랑해야 한다. 그럴 때 우리 주변에 위대한 도서관을 둘 수 있다.

최정태 지음/한길사/351p/20,000원






박현주 객원기자
북칼럼니스트, 동의대 문헌정보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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