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이것만은 알고 이용을

"대리운전의 세계는 정글과 같다."
 
정글에서는 강한 자만 살아남는다. 대리운전 세계도 마찬가지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다들 가슴 한 곳에 아픔을 지닌 이들이다. 잘나가는 대리기사는 있을지언정, 잘나가는 사람이 대리기사를 할 리가 없다. 다들 바닥부터 시작했기에 전략을 잘 짜고 열심히 뛰면 남보다 조금 더 벌어갈 수 있다.
 
대리운전은 버스나 택시처럼 직접 관리하는 정부 부처가 없다. 시장 규모나 업계 현황을 정확하게 알 수 없고 짐작만 할 뿐이다.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전·현직 종사자들에게서 대리운전의 세계를 들어봤다.
 
콜센터 문자 일정기간 지우지 말고
경유지 있으면 미리 알리고 요금 확인
목적지 도착하면 주차까지 끝내도록
대리기사 하루평균 수입 4~10만원선


■ 김해지역 대리운전 현황
대리운전 산업은 관리하는 행정부서가 없어 정확한 크기를 모르고 김해도 마찬가지이다. 하루 걸려오는 전화가 100콜을 넘어가기 시작하면 세무서에서 법인 전환하라고 연락이 오는 정도다. 광고를 위한 휴대전화 단문메시지 사용량 등을 고려하면 대리운전 시장은 적어도 3조 원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남은 번호를 가진 사장들이 연합해서 콜센터와 계약하는 구조다. 김해에서는 통용되는 번호가 50개 정도 된다. 경남 전체는 150여 개다. 번호주는 번호를 영업하고 연합 콜센터는 기사 교육과 보험 가입을 책임진다. 고객에게서 콜이 들어오면 기사가 80%, 번호주가 15%, 콜센터가 5% 정도 비율로 수입을 나눈다.
 
번호주로 돈을 벌려면 번호를 다른 곳에서 사오든지, 아니면 자기 번호를 키우든지 해야 한다. 055-5858-8282를 '오빠오빠 빨리빨리'로 홍보하는 식이다. 방법은 사탕, 이쑤시개, 전단, 각 티슈, 라이터 등 다양하다.
 
번호를 사고 팔기도 하는데 080-777-0000 식으로 이어지는 번호는 기억하기 쉬우므로 고가에 거래된다. 그동안 부산 최대 업체가 잘나갔는데, 다른 강점도 있겠지만 예전에 화물연대에서 쓰던 좋은 번호를 사온 것이 주효했다.

■ 대리운전 사업 수입
대리기사는 적게 뛰면 하루 4만 원, 많이 뛰면 하루 10만 원을 번다. 그렇다고 하루 10만 원 벌기가 쉽지는 않다. 매출이 매일 널뛰기 하는 '운'수업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실함이 성패를 좌우한다. 부지런한 기사들은 하루 평균 10㎞를 뛰고 걷는다.
 
50대 기사의 경우 보험료 월 6만 원, 위치정보 프로그램 요금 월 1만 3천 원, 합류 승합차비 매일 3천500원, 콜비 수수료 건당 3천 원이 매출에서 빠진다. 보험료는 기사 연령대에 따라 달라지는데, 나이가 많을수록 많이 낸다. 어느 번호로 콜을 받았건 간에 보험에 가입한 기사는 다 보상이 된다. 반면, 부산 업체는 사납금 형식으로 매일 고정 금액을 회사에 낸다.
 
한편, 번호주 수입은 영업하기에 달렸는데 기사보다 못 버는 사례도 많다. 게다가 부산 대형업체가 경남시장 30% 이상을 장악해 점점 힘들어지는 분위기다. 예를 들어 경남 연합이 부산 구포에서 김해까지 1만 5천 원에 가면 부산 업체는 1만 원에도 간다. 대형 업체는 부산 시내에서 벌어들인 자본이 있으니 공격적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특히 부산과 가까운 김해는 경남 업체들에게 아주 우울한 상황이다.
 
■ 대리운전 이용 요령
대리기사를 부르려는 사람이 많은 시간대에 요금이 올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오히려 무작정 저렴한 요금을 찾는 것은 자칫 위험할 수 있다. 비정상적으로 싼 요금을 제시하는 곳은 보험가입이 안 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대리운전을 부르고 나면 보험가입 문자를 확인하고, 기사가 도착하면 문자에 나온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물어본다. 요즘에는 대리운전 불렀느냐며 은근히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콜센터에서 온 문자는 당분간 지우지 않는 것이 좋다.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도중 사고를 내거나, 과속 등 교통규칙을 어겨 고지서가 날아왔을 때 요긴하게 쓰인다. 대리 기사가 왔을 때, 경유지가 있으면 먼저 얘기하고 요금을 확인한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집'을 등록해 놓으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위치를 설명하는 데 따른 어려움이 없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기사가 주차까지 끝내도록 유도한다. 돈 내고 대리운전 불렀어도, 마지막에 직접 주차하다 사고가 나면 음주운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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