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자녀학비라도 보태야 …
밤을 잊고 생활전선에 나선 사람들
개인운전기사 대하듯 '야!' 예사
비정규직 탓 처우개선 언감생심
인력 넘쳐나 권리 찾기도 쉽지 않아


지난 12일 오전 2시, 내동에서 김해지역 A대리운전업체를 통해 대리운전기사를 불렀다. 5분쯤 지나자 대리운전기사가 도착했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김 모(56·삼방동) 씨였다.
 
2명의 대학생 자녀를 둔 김 씨는 6년 전부터 오전에는 현수막 게시, 판촉물 배포 등의 광고 관련 영업을 하고, 오후에는 대리운전을 한다. 광고영업일로 버는 돈이 100만 원 안팎인지라, 생활비와 자녀의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운전대를 잡은 터다.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잠 부족입니다. 손님이 뜸해 시간이 날 때면 PC방에 들어가 잠깐 눈을 붙입니다. 그러다 업체로부터 연락이 오거나, 스마트폰에 손님의 위치정보가 뜨면 곧장 뛰쳐나가지요."
 

하루에 얼마를 버느냐고 물어보았다. 정확하게는 하룻밤(오후 6시~오전 4시) 근무로 얼마를 버느냐는 뜻이었다.
 
"많이 버는 날은 하루에 10만 원, 적게 버는 날은 3만~5만 원 정도 됩니다. 2~3년 전에는 한 달에 250만 원 정도 가져갔는데, 요즘은 200만 원 정도 버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경제 불황 탓이지요. 요즘처럼 추울 때면 손님들이 사우나나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리운전기사들은 콜당 일정액의 수수료를 업체 측에 지급한다. 과거에는 한 콜당 무조건 3천~5천 원의 수수료를 받는 업체들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업체들이 보통 대리운전으로 벌어들인 수익금의 20%를 콜 수수료로 받고 있다. 또한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대리운전기사들을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개인에 따라 월 6만~8만 원의 보험료를 회사에 내는데, 2~3개 회사에 등록되어 있더라도, 하나의 보험만 들면 모든 사고가 보장된다고 한다. 하지만 몇몇 업체의 경우 기사들에게 자신의 회사에서 지정한 보험에 들 것을 강요하기도 한다.
 
다른 어려움은 역시 만취한 손님들의 추태였다. "술을 많이 마신 손님들 중에는 자신의 집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시간만 뺏기고 잔뜩 애를 먹는 경우가 있어요. 반말을 하거나 '오른쪽''왼쪽'하면서 개인 운전기사 부리듯 하는 손님도 하루에 꼭 1~2명씩은 있습니다."
 
만취한 손님들 중에는 대리운전 요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요금을 깎아달라고 하는 건 그래도 얌전한 편에 듭니다. 아예 돈이 없다면서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는 분도 있습니다. 만취한 손님한테서 요금을 받아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요. 억지로 요구를 했다가는 손님과 싸우게 되고, 손님이 업체 측에 신고라도 하면 대리운전기사만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어요."
 
김 씨는 이런 경우 그냥 손님을 보내준다고 했다. 운이 없는 날이라 치부해 버린다는 얘기였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통상 대리운전 업체의 '대리운전 프로그램'이 깔린 개인휴대단말기(PDA)나 스마트폰을 이용한다. 업체 측에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손님의 상세한 위치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업무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대리운전기사들 사이에서는 권리 확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도 하다. 김 씨는 말했다.
 
"제가 3년 전에 가입해 있었던 한 대리운전 업체는 기사들에게 정장만 입도록 강요하더군요.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 그런 것이지요. 하지만 그 때문에 외투도 못입고 밤새 덜덜 떨면서 일을 한 적도 있습니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비정규직이라서 노조를 만들기도 어렵고, 사실상 큰 목소리를 내기가 힘든 입장입니다. 개별적으로 업체 측에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리운전 기사 수가 워낙 많다 보니 딱히 달라진 건 없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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