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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품은 '물속의 달 섬' 월당나루 강물 위에 아른아른(35) 각성산(閣城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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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3.01.22 11:23
  • 호수 108
  • 12면
  • 최원준 시인/ 문화공간 '守怡齊수이재' 대표(report@gimhaenews.co.kr)

   
▲ 각성산 정상 부근 소나무 가지 사이로 멀리 낙동강이 바라다 보인다.
'깊은 밤 찰박찰박, 낙동강 물길 따라 흐르다 보면, 하늘에는 휘영청 보름달 떠오르고, 강물 위로 그 달빛 내려앉으니, 달을 품은 섬 하나, 어슴푸레 물길 위에 어른거린다.' <졸시 '월촌 나루 가는 길' 중에서>

대동면 월촌리 월당마을 강안에는, 폐선처럼 스러진 나루터가 하나 있다. 월당 나루가 그것으로, 한 때는 사람을 태우고 강을 건너던 중요한 하상교통요지였던 곳이다. 강 건너 물금의 '서울로 가는 길, 황산도(黃山道)'와 김해 낙동강변의 역로 '덕산역(德山驛)'을 연결하던 물길이었다.
 
1960년대 초만 하더라도 월당에서 물금까지 사람과 화물을 실어 날랐다고 하는데, 강변으로 도로가 생기고 곧이어 버스가 들어오자, 나루터는 그 소명을 다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갔다.
 
월당나루 뒤편에는 각성산(137m)이 나루를 호위하며 지금에 이르고 있는데, 뱃길에서 보면 보름달을 품은 산의 풍경이 워낙 빼어나, 예부터 '물속에 달빛 품은 섬이 아른거리는 것 같다'며 그 미색을 칭송했다.
 
'달(月)의 집(堂)'이란 뜻의 마을을, '물속의 달 섬'이라 불리는 산이 지키고 서 있는 것인데, 정상부에 각성(閣城)이라는 성의 흔적이 남아 있어 '각성산'이라 전해 내려오는 산이기도 하다.
 

   
▲ 기와집 팔작지붕을 닮아 날렵하면서도 호활한 능선이 용마루처럼 하늘에 걸쳐져 있는 각성산 전경.
이번 산행은 '물속의 달 섬' 각성산을 오른다. 낙동강변을 접하여 솟아 있는 산으로, 작고 아담하지만 산세가 깊어 옛 가락국 영토를 지키던 난공불락의 천연요새로 한몫했던 산이다. '월촌 나루터' 정류소를 들머리로 하여 문수암, 능선 합류지점의 상산김씨 묘를 거쳐 정상을 오른 뒤, 대나무 숲과 창녕조씨 제단비를 타고 월당마을로 하산하는 코스이다.
 
대동 덕산 삼거리에서 월촌 가는 길로 접어들면, '월촌 나루터' 정류소가 나오고, 정류소에서 보면 길 맞은편에 '문수암'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을 지나면 산길이 나오는데, 초입에 소나무 숲이 시원스레 입산하는 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아름드리 금강송들이 든든하게 산 아래를 받쳐주고 있는 형국이다.
 
오르는 길 따라 참새 몇 마리 포로로롱~, 나무들 사이로 옮겨다니며 날고 있다. 길옆으로는 '가선재(嘉善齋)'라는 재실이 자리 잡고 있는데, 꿩 두 마리 가선재 뒤 대밭으로 후드득 날아간 후, 잠시 동안 적막이 흐른다.
 
   
▲ 문수암 대웅전.
오랜만에 날씨가 포근하다. 낮은 구릉의 산이 가당찮은 봄기운에 자지러질 듯하다. 대숲의 참새 떼도 봄날처럼 시끄럽게 재재댄다. 잠시 뒤 문수암(文殊庵)이 보이고, 절 계단을 오르니, 자그마한 연못과 그 뒤로 대웅전, 삼성각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대웅전의 팔작지붕이 날렵하게 파란 하늘을 떠받치고 있고, 삼성각 뒤 대나무 숲은 '이스스~' 서걱이며 산의 신령한 기운을 불러 세우고 있다. 대웅전 계단 밑 작은 연못에는 연화대가 연방을 매달고 겨울을 지난다. 그러나 제 씨앗을 다 털어낸 채 빈 방만 을씨년스레 남아, 그저 허허롭기만 할뿐이다.
 
경내에는 나무마다 사람이름이 적힌 팻말을 걸어놓았다. 각각의 나무에 이승의 사람과 저승의 사람 이름이 적혀 있어, 나무 하나마다 그 명부의 유명을 서로 달리 하는 것이다. 산 사람에게는 건강과 행복을, 죽은 이에게는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듯하다. 나무를 유심히 살펴보던 나그네에게, 스님 한 분이 조심스레 차 한 잔 하고 가시라 권한다. 산을 다녀온 후 흠향하겠다며 합장을 한다.
 
문수암에서부터 산길이 시작된다. 오르면서부터 산 아래의 전망이 거칠 것 없어진다. 이런 작은 산에서 시원하게 탁 트인 풍경을 보게 될 줄이야!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있자니, 바라보는 사람 마음마저 온통 시원타.
 
낙동강과 지라안산 사이로 넓은 대동벌이 아스라하게 펼쳐지고, 낙동강의 유장한 흐름 너머 부산 금정산 능선과 고당봉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길게 이어진 백양산과 낙동대교, 강 건너 화명신도시도 연무(煙霧) 속에 성채처럼 우뚝 서 있다.
 
   
▲ 각성산에서 바라본 대동벌과 낙동강 전경.
산길은 구불구불 걷기 좋을 만큼 휘어지며 길을 낸다. 봄 햇살 맞듯 야트막한 동산을 낙동강 물결과 함께 거닌다. 드넓은 강물은 푸른 물색을 부드럽게 자아내고, 동그마한 월당마을 사이로 영동천은 아늑하게 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비닐하우스로 뒤덮인 대동벌도 나른한 햇살과 더불어 반짝이고 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했던가? 1960년대 초만 해도 대동벌은 갈대가 무성했던 갯벌지역이었다. 1930년대 초반에 낙동강제방을 쌓고 1967년 대동운하의 물길을 내면서, 비로소 김해평야를 이루는 대동벌이 펼쳐진 것이다. 지금은 이곳에서 생산되는 화훼와 시설채소가 김해를 대표하는 특산물로 전국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길은 서서히 왼쪽 등성이를 타고 오른다. 오르면 오를수록 낙동강의 푸른 물은 더욱 선명해지고, 그 폭도 점점 넓어진다. 금정산의 위세도 더 크게 다가온다. 밀성박씨 부부묘 앞에 선다. 소나무 한 그루, 마치 장승처럼 유택을 지키고 섰다. 탁 트인 언덕에서 얼마나 안온할까? 강바람 막아주는 동백 잎이 반짝반짝 윤이 난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앞두고, 잘 자란 소나무 숲이 사람을 맞이한다. 발밑으로는 온통 솔가리가 부드럽게 밟힌다. 소나무 숲길은 깊은 사색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러구러 정상능선에 닿으니, 상산김씨 묘가 나오고, 그 뒤로 낙동강이 발아래서 출렁인다. 물금벌과 오봉산도 나뭇가지 사이로 비친다. 물금벌 중간에는 야트막한 증산이 눈에 띈다. 이곳에 증산성(甑山城)이 있었는데, 각성산의 각성과 더불어 신라와 가락국의 교통 및 군사요충지로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다. 두 나라가 물금을 중심으로 가장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곳이기도 하다.
 
오른쪽 능선으로 길을 잡는다. 정상으로 가면서 보니, 산세가 김해 쪽으로는 완만한 반면, 양산 쪽으로는 상당히 급박하다. 때문에 가락국 정복의 침략세력을 차단하기에는 참으로 용이한 지세이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는 군데군데 돌무지가 자리하고 있다. 능선을 사이로 김해 대동벌과 강 건너 양산 물금벌이 발 아래로 두루 조망된다. 그 두 벌판을 일별하며 걷는 호사를 누리며 오르는 산행이다.
 
   
▲ 각성산 정상.
드디어 정상. 멀리 금정산 고당봉이 이웃의 산처럼 가까이 잡히고, 부산대구고속도로의 차량들과 낙동강의 유장한 흐름도 모두 눈앞에서 펼쳐진다. 정상에 빗돌처럼 생긴 바위 하나, 마치 정상석을 세워 놓은 듯한데, 세월의 더께가 묻은 돌이끼가 바위 곳곳에 아롱아롱 눈물처럼 맺혀져 있다.
 
내리는 길은 급박하다. 오르는 길과 확연히 다르다. 마치 두 얼굴을 가진 듯하다. 오를 때의 부드러운 솔가리가 내릴 때에는 위험천만하다. 피아(彼我)가 극명하게 구별되는 산, 각성산이다. 아군에게는 편안하고, 적에게는 험한 지세의 산이 바로 '각성(閣城)'의 산인 것이다.
 
하산 길은 군데군데 녹지 않은 눈이 쌓여 미끄럽다. 내리는 길의 골이 깊어 더욱 그러하다. 한참을 내리다 보니 대밭이 나오고, 그 대밭 사이로 햇빛이 비친다. 바람 들 듯 햇빛 또한 대밭을 헤집고, 산길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대나무 터널을 이루듯 대밭의 길은 짙고 깊다. 그 길 따라 댓잎 서걱이는 소리 소란스럽다.
 
창녕조씨 제단비 옆으로 대나무 사이 길을 내린다. 어디선가 대나무 베는 소리가 들린다. 한 가족이 조상의 무덤 주위 대나무를 쳐내고 있다. 길을 내고 유택도 손을 볼 요량이다. 술 한 잔에 과일 한 알 올려놓고 예를 올린다.
 
마을에 다다랐는지 다시 참새소리 요란하다. 월당마을에 이윽고 도착한 것이다. 강아지 한 마리 나그네를 보고는 새삼 콩콩 짖어댄다.
 
   
▲ 귀이빨대칭이 서식지 영동천.
월당마을 앞에 서니 영동천이 무심히 흐르고 있다. 이곳은 '귀이빨대칭이 조개'의 서식지로 보호를 받고 있는 곳이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강태공 두엇 강물에 낚싯대 드리우고 세월을 낚고 있다.
 
덕산으로 길을 잡으며 뒤돌아본 각성산은, 마치 가락국의 땅 위에 잘 지어진 큰 집 같다. 산 모양이 큰 기와집 팔작지붕처럼 생겼다. 날렵하면서도 호활한 능선이 용마루처럼 하늘을 향해 걸쳐져 있고, 그 위로 낮달 하나 창백히 걸려, 월당마을을 무심히도 바라보고 있다.


   
 




최원준 시인/ 문화공간 '守怡齊수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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