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치유)'이 대세다. 힐링 식당, 힐링 노래방, 힐링 마사지, 힐링 명상…. 나라 전체에 힐링 바람이 불고 있다.
 
한동안은 '웰빙' 바람이 불더니, 이번엔 힐링이다. 삶이 각박해 지고 여기저기서 채이고 밟혀 상처를 입은 데다 이겨낼 기운마저 없으니 마치 주문이라도 외듯 '힐링! 힐링!'을 외치고 있는 모양새다. 결국, 이런 모든 외침은 좀 더 행복해 지고 싶다는 뜻에 다름 아니리라.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첫째, 즐거운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잘하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자기가 하는 일에 의미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셋을 다 만족시키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말초적인 즐거움만 추구하며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 게임 중독, 경마, 노름, 성 중독 등에 빠진 사람들을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자기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보람된 의미를 찾지 못하고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만 하는 걸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사정이 이렇고 보니, 행복하게 사는 일이란, 복받은 몇몇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인 것 같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 달리할 필요가 있다. 사실 모든 걸 다 가졌기에 아무런 노력이 필요치 않은 사람은 이미 행복의 본질적 요소를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 중 일부는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 행복의 필요조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불행은 비교에서 시작된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높은 자리에 앉아 있어도 언제나 나보다 나은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비교를 자꾸 하면, 결국 그 비교가 시기와 질투를 낳고, 그 때문에 괜한 죄책감에 사로잡히기도 하며, 운명을 원망하고 조상을 탓하거나 자신을 못나게 바라보게 된다.
 
따라서 때로는 과감한 체념이 필요하다. 노력과 체념 사이에서 중도를 지키기는 어렵지만, 오르기 힘든 나무는 진작에 포기하는 것이 괜히 올라가다 떨어져 상처받는 것보다 나을 때가 있다. 잘 찾아보면 다른 곳에 더 오르기 쉬운 나무가 있을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 꼭 그 나무 꼭대기에 올라갈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체념에는 자신에 관한 진실을 직면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체념은 비록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자기를 기만한 결과 초래될 실망과 후회에 대한 방어막이 될 수 있다.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이나 걱정,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한 번 보자. 매 순간 그에 대해 고민한다고 해서 고민이 당장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자신을 믿어보자. 자신을 믿는다는 것, 그것은 자신의 무의식의 힘을 믿는다는 것이다. 고민을 잠시 멀리 놓아두고 더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풀리지 않던 문제가 있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불현듯 해결 방법이 머리에 떠오를 때가 있다. 이게 바로 무의식의 힘이다.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이렇게 자신의 무의식에 그 해결을 맡겨보는 것이다. 해결될 것이란 믿음과 함께 담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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