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화·간염 환자 심한 검푸른 피부색 옆구리 결리기 쉽고 대소변 시원찮아
화의 장기 심장 발병 쉽고 빨리 나빠져 여름 심근경색·겨울 뇌혈관질환 조심

비장 나빠져 영양공급 불균형 땐 황색 창백한 모습 역력하면 폐 이상신호
신장 약화 땐 윤기 없고 거무칙칙해져


"요즘 무슨 좋은 일 있어요? 얼굴색이 환해졌는데." "어디 아파요? 안색이 나빠졌네."
사람들은 흔히 인삿말처럼 '안색이 좋다, 나쁘다'는 식으로 상대방의 건강이나 마음 상태를 판단하고 표현한다. 여기서 말하는 안색(顔色)은 말 그대로 얼굴색으로서 얼굴에는 그 사람의 현재 몸과 마음의 상태가 알게 모르게 잘 드러나 있다. 정상적인 얼굴색은 정(精) 기(氣) 신(神) 혈(血) 진액(津液)이 충족할 때 피부로 나타나는데, 동양인의 경우는 황색으로서 약간의 홍황이 섞여 있고 윤기가 있어야 정상이라고 볼 수 있다. 체력이 약해지거나 내부 장기에 병이 들면 얼굴색도 변한다. 따라서 얼굴색은 오장육부의 건강상태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 삼세한방병원 한방내과 전문의 허정은 과장의 도움말로 얼굴색과 건강에 대해 알아본다.


■ 간이 나쁘면 얼굴색이 푸르다
얼굴에 푸른 기운이 돌면 간 이상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 푸른 기운은 하늘색처럼 맑은 것이 아니라 칙칙하게 나타난다. 실제 간경화나 간염 등 간에 병변이 있는 환자 등의 경우 얼굴이 심하게 검푸른 색을 띠는데, 기의 순환이 잘 되지 않아 어혈이 생겨 피부색을 어둡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화를 잘 내고 조금만 지저분해져도 참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또 옆구리가 결리기 쉽고 대소변이 시원하지 않은 증상을 보인다. 눈이 침침해지고 다리 근육에 경련이 잦은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단맛과 매운맛으로 간 기능을 회복시켜 줘야 하는데, 파뿌리 달인 물을 마시면 도움이 되고 산딸기·모과·부추·자두 등도 좋다.
 

■ 심장이 나쁘면 얼굴색이 붉어진다
얼굴색이 붉은 것은 심장에 열이 있을 때 많이 나타난다. 심장은 화(火)의 장기이므로 발병하면 증세가 심해지기 쉬운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작은 일에도 잘 웃고 눈이 충혈되고 입이 마르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해하는 특징을 나타낸다. 더불어 집중력도 예전에 비해 표가 나게 떨어지며 건망증이 오기 쉽다. 심장이 나쁜 사람들은 여름과 겨울을 특히 조심해야 하는데, 여름에 더운 곳에서 지나치게 몸을 움직이면 심근경색이 오기 쉽고, 겨울에는 혈관이 수축됨으로 인해 심장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뇌혈관 질환이 오기 쉽다. 얼굴색이 붉은 사람은 자극성이 강한 음식이나 조미료를 피하는 것이 좋고, 열을 내려주는 녹차·냉이·씀바귀·도라지·상추·살구 등이 도움이 된다.
 

■ 비장이 나쁘면 얼굴색이 누래진다
얼굴이 누렇게 되는 경우에는 소화기관의 문제를 의심해 봐야 한다. 비장(지라)의 기가 허하여 순환이 약해 몸 전체와 얼굴로 영양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면 얼굴색이 황색을 띠게 된다. 신경을 너무 많이 쓰거나 영양이 고르지 못한 경우, 피로가 쌓인 경우, 담즙 분비와 배설에 이상이 있는 경우도 얼굴색이 누렇게 될 수 있다.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천천히 잘 씹어서 먹으며 영양섭취를 고르게 하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꿀물·쇠고기·붕어·아욱·찹쌀·곶감·대추·모과차 등이 좋다.
 

■ 폐장이 나쁘면 얼굴색이 하얘진다
보통 폐장(폐)이 나쁘면 얼굴색이 창백해진다. 또한 선천적으로 얼굴이 하얀 사람은 폐를 비롯한 호흡기 계통이 약한 경우가 많다. 기가 부족하고 몸에 찬 기운이 있어 혈액순환이 정체되었거나 혈액 양이 충분하지 못한 경우이다. 따라서 얼굴이 하얀 사람들은 몸이 차가울 가능성이 높고, 감기에 잘 걸리는 등 잔병치레를 하기 쉽다. 폐기능이 약해지면 정서적으로는 우울해지기 쉽고 잘 울며 으슬으슬 춥거나 진땀을 잘 흘리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더운 여름이라도 에어컨 바람을 오래 쐬거나 찬 음식을 섭취하는 일은 되도록 피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인삼·오미자·호두·은행·복숭아·닭고기 등으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면서 기를 보충해 주는 게 좋다.
 

■ 신장이 나쁘면 얼굴색이 검어진다
신장의 기능이 약하거나 원기가 떨어진 경우에는 얼굴색이 검어진다. 햇볕에 건강하게 그을린 것과는 다르게 윤기가 없고 거무칙칙한 느낌이 강하다. 신장이 나빠지면 입안이 마르고 하품을 자주 하게 되며 근육과 뼈마디가 쑤시면서 입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나기 쉽다. 또한 뒷목이 당기거나 허리가 아프고 소변이 시원찮아지기도 한다. 이외에도 이명, 어지럼증, 눈이 침침해지는 증상 등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피로가 쌓이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잠이 부족할 때 나타난다. 신장은 생식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장기이므로 주색(酒色)을 지나치게 밝히는 경우에도 얼굴이 검어질 수 있다. 산딸기·밤·검정콩·검은 깨 등이 도움이 된다.


도움말=부산 삼세한방병원 허정은 한방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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