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철 문제 다각도로 사태 분석 통해 구조적 위험 쪼개 리스크 최소화해야
정부가 사업 추진과정 관여한 만큼 재정보조로 MRG 해결 배려해줄 것


"그때 장기복무 권유를 안 받아들이길 잘했지… 계속 있었더라면 어쩔 뻔했어."
 
부산~김해경전철㈜(BGL) 권육상(57) 대표는 뜬금없이 군 복무 시절과 '율곡사업'을 회상했다. 율곡사업은 1974년부터 한국군이 진행한 장비 현대화 작업을 통칭하는 암호명이다. 군이 '성역'이었던 시절에 추진된 까닭에 비리가 많았고,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논란이 불거졌다.
 
ROTC 장교 출신인 권 대표는 "1978년에 12사단 경리장교로서 율곡사업 관련 업무를 처리했다. 당시 돈으로 30억 원씩 하는 공사를 계약하고 원가분석을 하느라 전역하는 날까지 야근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에는 큰 공사조차 '우족탕' 등을 먹으며 수의계약으로 처리했다. 업자들이 돈 봉투를 마구 뿌리는 바람에, 학생 때 나름 민주화운동 집회에도 나가고 했던 나는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래서 의무복무 기간이 끝나자마자 장기복무 권유를 마다하고 전역을 했다"고 털어놨다.
 

군 생활을 마친 1980년, 권 대표는 한국개발금융주식회사가 한국장기신용은행으로 바뀌는 시기에 입사했다. 그는 "한국개발금융은 외국에서 들여온 차관을 기업에 나눠주는 일을 주로 하는 금융기관이었다. 마침 은행으로 전환하면서 그 시절에 흔치 않았던 공채를 했다. 군대에서 경험했던, 사람 중심의 줄서기 문화가 아닌, 일 중심의 문화를 지향한다고 해서 지원했다"며 웃었다.
 
한국장기신용은행은 1998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국민은행에 합병됐다. 이후 권 대표는 2008년 KB자산운용에서 투자금융본부장을 하며 송도신도시, 인천대교, 평택항, 거가대교, 마창대교, 신 대구~부산고속도로 등에 자금을 조달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이때 부산~김해경전철에도 투자해 당연직 사외이사로 인연을 맺었다. 그는 "경전철이 그때 투자한 사업들 중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지난해 3월 말 주주회의에서 대표가 됐고, 현재 경전철 경영 정상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김해경전철은 최소운영수익보장(MRG) 문제 때문에 앞으로 큰 적자가 예상되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경전철 같은 대형사업이 구조적 리스크를 안고 있으면, 이를 잘게 쪼개서 위험도를 낮추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무엇보다 현실적인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MRG 비율 조정 등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권 대표는 "예전에 카드 업무를 해봤는데 내가 오기 전까지는 고객층별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었다"며 "그래 놓고 해마다 비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니 피부에 와닿지 않았고, 묻지마 발급을 해줘 '카드대란'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전철도 여러 각도로 사태를 분석해서 각각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더 많은 승객이 타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김해시와 부산시, 경전철 시행사가 모여 국비 확보 방안, 자금 조달, 채무 구조조정 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 대표는 "경전철 승객 수요가 부풀려진 것이 사실인데, 당시에는 영국에서 열린 포럼에 가서 지속성장 가능 사례로 발표했을 정도로 전국적인 기대감이 높았다"며 "중앙정부가 사업 추진과정에 관여한 만큼 재정 보조 등의 방법으로 배려해 주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부산~김해경전철은 동남권 중심도시로 발전 중인 김해시와 잘 어우러질 경우 세계적인 성공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해가 커진 만큼 관련 행정 서비스의 질도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김해에 와 보니 순박한 식당이 아직 많더라. 재료의 맛이 잘 드러나고 양도 푸짐한데, 서비스 품질이 그만 못해 좋은 대접을 못 받는 곳이 꽤 있더라"며 "마찬가지로 김해시 행정도 이제는 높아진 시민의 시선에 맞춰야 한다. 나 역시 지역 교통행정의 한 축을 담당한 처지인만큼, 훗날 무엇을 했느냐는 물음을 받으면 당당하게 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아침마다 해반천에 걸쳐 있는 경전철을 따라 뛰면서 김해가 참 아름답다고 느낀다. 일하면서 힘들 때도 있지만, 경전철 이거 한 번 살려보자고 하루하루 다짐한다. 앞으로 BGL은 행복한 직원들이 일하는 존경받는 기업이 될 것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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