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학원' 백낙환 이사장은 1989년 인제대 초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12년 동안 줄곧 총장으로 재직했다. 백 이사장이 총장으로 있는 동안 인제대는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이 부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백 이사장의 건학이념과 대학 경영철학은 건강했고, 외부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렇다면, 백 이사장의 대학 경영철학은 어떤 것일까.
 
2001년 7월, 당시 총장이었던 백 이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학의 주요 구성 요소는 교수, 학생, 교직원, 동창회 그리고 재단 임원진이다. 대학이 정상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들 상호간의 협조와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그 중에서도 대학 고유의 기능인 교육, 연구, 사회봉사를 직접 책임지는 교수들이 대학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인제대가 보여 준 학교운영 방식은 백 이사장의 이 말을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인제대가 '대학의 주역'인 교수들로 구성된 교수평의회를 압박(김해뉴스 1월 16일자 1면 보도)하는 행태가 그러하다. 인제대는 교수평의회에 대해 재정 및 인력 지원을 철회했는데, 이는 교수평의회가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졸업최소이수학점 감축안을 비롯한 학내 현안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인제대는 보직교수의 교수평의회 평의원 겸직을 금지시켰다. 또한 한 보직교수는 회의석상에서 교수평의회에 업무 협조를 하는 학과조교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인제대는 또 북부동 백병원 부지를 17년 동안이나 소유하고 있다가 얼마 전 병원신축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는데, 이 역시 백 이사장의 이념 혹은 철학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백 이사장은 지난해에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병원을 세우면서 돈을 벌겠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병원은 병을 고쳐주는 곳이며, 그걸 통해 사회에 봉사하는 곳이다. 병원을 늘릴 때는 부유한 계층보다는 서민이나 중산층이 많은 지역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인제대는 어떤 행태를 보였을까. 지난해에 두 차례 주민공청회를 열고는 재정난을 빌미로 병원 신축을 포기하겠다고 공언했다. 김해시와 해당 부지 인근의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인제대가 백 이사장의 건학이념과 대학 경영철학을 새삼 진지하게 성찰해 보길 권한다. 이미 대학 바깥에서는 인제대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정작 인제대와 백 이사장만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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