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뉴스>는 경제면(8면)의 'CEO노트'를 통해 김해지역을 대표하는 CEO를 두루 소개했다. 덕분에 김해 시민들은 우리 지역에 어떤 CEO들이 있고,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를 처음으로 알 수 있었다.
 
지면에 등장한 CEO들과 그들이 이끄는 공동체의 구성원들도 신문을 보며 즐거운 경험을 했다고 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더 큰 사명감을 갖고 일하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CEO노트'는 언론과 상호작용을 해본 경험이 없는 김해지역 기업들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명품 산업도시'를 지향하는 김해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기업이 많은 기초단체이다. 이건 양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이고, 아직까지 김해에는 이른바 '월드 클래스'급 기업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왠만한 대기업 계열사와 맞먹는 매출을 올리는 곳은 있어도, 언론홍보를 포함한 마케팅 수준은 형편없는 곳들이 수두룩한 것도 사실이다.
 
'하이에어 코리아'는 '대창단조'와 함께 2억 달러 수출탑을 받은 김해의 대표적 기업이다. 그렇지만, 다른 지역 사람들은 차치하더라도 김해 시민들조차 두 회사를 아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그동안 김해에는 취재와 보도를 제대로 하는 언론이 거의 없었을 테고, 그래서인지 홍보 전담 인력도 없다고 했다.
 
하이에어 코리아에 전화를 걸어 기자 신분을 밝히고 언론 담당 부서를 바꿔달라고 했더니 "그런 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하는 수 없이 대표이사 부속실에 전화를 걸어 'CEO노트'의 취지를 설명하고 취재 협조를 요청했다. 전화를 받은 여직원은 "대표이사는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며 무작정 전화를 끊으려 들었다. "지금까지는 그랬더라도 앞으로는 할 수도 있지 않느냐"라고 했더니 "앞으로도 안 한다"며 말을 잘랐다. 생각지도 않게 부속실 직원이 대표의 생각을 재단하는 '하극상'을 접하고 나니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대개 이런 기업들은 소비재가 아닌 중간재를 만들기 때문에 언론 보도가 필요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런 태도가 기업 성장의 핵심 동력인 인재 영입에 커다란 지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에서 '하이에어 코리아'를 검색해 보면 "면접 보라고 연락이 왔는데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라는 질문 글이 나온다. 잘 모르는 기업에 지원해 놓고 정보가 없어 쩔쩔매는 구직자가 안쓰러울 지경이다. 하이에어 코리아를 예로 들었지만,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은 기업들이 꽤 있다.
 
중소기업이라 홍보 여력이 없다는 말도 핑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뉴스 마케팅'이라고도 하는 '언론홍보 마케팅'은 오히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게 적합한 수단이다. 자금력이 부족하고 홍보 인프라가 완전하지 않아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만 제대로 내면 광고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높은 신뢰감을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해당 기사는 해당 언론사의 홈페이지에 노출되고 포털에서도 검색이 된다. 지난해 6월을 기준으로 했을 때, 국내 트위터 이용자 수는 640만 명, 페이스북 활용자는 720만 명에 달한다. 주목할 만한 내용이라면 순식간에 퍼져나간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런데도 기업들이 언론홍보를 꺼린다면, 뭔가 떳떳하지 않은 일이 있는데, 이대로 계속하고 싶다는 '꼼수' 때문으로 비칠 수도 있다.
 
물론, 언론을 타고 나면 이상한 데서 광고나 기부 요청을 해와 곤혹스럽다는 이야기들도 한다. 'CEO노트' 출연을 거부한 기업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기사가 나가면 똥파리들이 엉겨붙는데, 떼어내려고 해도 끈질기게 매달려서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어떤 기업들은 보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조직을 한 번 더 돌아보고 생산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고 하니, 새삼 김해지역 CEO들의 전향적인 자세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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